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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0820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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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풍경
허공 한줌 /나희덕
9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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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를 들었어. 엄마가 깜박 잠이든 사이 아기는 어떻게 올라갔는지난간 위에서 놀고 있었대. 아기가 모르는 난간 밖은 허공이었지잠에서 깨어난 엄마는 난간의 아기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이름을 부르려입이 떨어지지 않았어. 아가.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엄마는 숨을 죽이며아기에게로 한 걸음 다가갔어. 그리고는온몸의 힘을 모아 아기를 끌어안았어그런데 아기를 향해 내뻗은 두 손에 잡힌것은 허공그 순간 엄마는 숨이 멈춰버렸어. 다항히 아기는 엄마 쪽으로 굴러 떨어졌지죽은 엄마는 꿈에서 깬 듯 우는 아기를 인고 병원으로 달렸어아기를살려야
#자연풍경
뿌리에게 /나희덕
9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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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내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아 나의 사랑을먼 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에나를 뚫고 오르렴눈부셔 잘 부스러지는 살이니내 밝은 피에 즐겁게 발 적시며 뻗어가려무나척추를 휘어접고 더 넓게 뻗으면그때마다 나는 착한 그릇이 되어 너를 감싸고불꽃 같은 바람이 가슴을 두드려 세워도네 뻗어가는 끝을 하냥 축복하는 나는어리 석고도 은밀한 기쁨을 가졌어라네가 타고 내려올수록단단해지는 나의 살을
#자연풍경
고통에게1 - 나희덕
9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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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굽이 몇번은 만난듯도 하디네가 마음에 지핀듯울부짖으며 구르는 밤도 있지민밝은 날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가만히 들여다보면그러나 너는 정작 오지 않았던 것이다어느날 너는 무심한 표정으로 와서쐐기풀을 한 짐 내려놓고 사라진다사는 건 쐐기풀로 열두벌의 수의를 짜는일이라고그때까지는 침묵해야 한다고마술에 걸린듯 수의를 위해 삶을 짜 깁는다손끝에 맺힌 핏방울이 말라가는 것을 보면서네 속의 폭풍을 읽기도 하고때로는 봄볕이 어른거리는 뜰에 쪼그려 앉아너를 생각하기도 한다 대체 나는 너를 기다리는 것인가 오늘은 비명없이도 너와 지낼수 있을 것 같아
#자연풍경
겨울밤 0시 5분- 황동규
1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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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며 걸었다아파트 후문에서 마을버스를 내려길을 건너려다 그냥 걸었다 추위를 속에 감추려는 듯 상점들이 서터들을 내렸다 늦저녁에 잠깐 내리다 만 눈지금도 흰 것 한두 깃 바람에 날리가 있다 먼지는 잠시 잠잠해졌겠지얼마 만인가? 코트 여명이 마음 조금 가다듬고 별을 보며 종점까지 한 정거장를 걸었다 마을버스 종점, 미니 광장 삼각형 한 번에얼마 전 까지 창밖에 가위와 칼들은바로크 음악처럼 주렁주렁 달아놓던 철물점 헐리고농산물쎈터 '밭으로 가자'가 들어섰다건물의 불 꺼지고 외등이 간판을 읽어준다 건너편 변에서는 '신라명과'가 문을
#자연풍경
겨울나무 가지치기\김재진
1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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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없는 깊은 산마루 기슭의 고욤나무에 찬 서리꽃 내려서한알 두알 근심을 떠나보냅니다허기진 산 벗은 눈 망에 담습니다산 아래 어스름 불빛 고택이는노부부가 도란도란 의지합니다안채 뒤뜰 오롯한 담벼락 뒤서리유실수가 아름드리 보기 좋습니다햇살과 바람과 가랑비 근근하니고욤나무는 속 응어리가 터집니다노부부의 지혜 담긴 성근 열매는출가한 자식도 인정하니 선물입니다어수룩하니 움츠린 겨울나무 가지는 애련하나 잘라줘야 소담스럽습니다못난 것까지는 땔감으로 산화합니다무녀리 산지기는 한껏 가엾은 마음입니디
#자연풍경
겨울나무로 서서- 목필균
1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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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는 서슴없이 동안거에 들어갈까 해고단한 허울 다 벗어놓고홀가분한 가슴이 되는 거야영하로 내려갈수록 바람의 뼈대를 세우고 한 계절 온전히 견딜 수 있는 것이얼마나 다행인지 몰라부산한 세상 바람단단히 걸어 잠그고침묵의 동안거로 들어서는 내겐겨울은 가장 평화로운 나머지
#자연풍경
겨울 나무의 기도
1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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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만 기도하는 게 아니다 겨울나무들도 기도한다성당 담벼락에 가지런히 서 있는 나무들난방이 들어오는 따뜻한 기도처가 아니라갑작스런 한파가 들이닥친추운 세상의 한복판에서 푸른 하늘 우러러 온몸으로 기도를 드린다고통스럽지만끝내 인내할 수 있도록흔들리며 없는 굳센 용기를 강인한 생명의 힘을 달라고숨길 것 하나 없는알몸으로 간절히 드리는저 겨울나무들의 말없이 정직한 기도
#자연풍경
겨울 나무로 서서 -이재무
1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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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견디기 위해일들을 떨군여름날 생의 자랑이었던 가지의 꽃들아 잎들아잠시 안녕또 크고 무성한 훗날의축복을 위해지금은 작별을 해야 할 때살다보면 삶이란값진 하나를 위해 열을 바쳐야 할 때가 온다분분한 낙엽 철을 앞세워 오는 서리 앞에서 뼈 울고 살은 떨려 오지만겨울을 겨울답게 껴안기 위해 잎들아, 사랑의 이름으로지난 안일과 나태의 너를 떨군다
#자연풍경
가을 유서- 류시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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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유서를 쓰리라낙엽되어 버린 내 시작 노트 위에마지막 눈 감은 새의 흰 눈 꺼풀 위에혼이 빠져나간 곤충의 껍질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차가운 물고기의 내장과갑자기 싸늘해진 애인의 목소리 위에 하룻밤새 하얗게 들어나 버린 양치식물 위에 나 유서를 쓰리라파종된 채 아직 땅속에 묻혀있는몇 개의 둥근 씨앗들과모래 속으로 가라앉은 바닷가의고독한 시체 위에 앞일을 걱정하며 한숨짓는 이마 위에 가을엔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가장 먼 곳에서상처처럼 떨어지는 벌똥별과내 허약한 폐에 못을 박듯이 내리는 가을비와가난한 자가 먹다 남긴 빵 껍질 위
#자연풍경
조그만 사랑 노래/황동규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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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늘 그대 뒤를 따르던길 문득 사라지고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여기 저기서 어린 날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성긴 눈 날린다.땅 어디에 내려 앉지 못하고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 다니는몇 송이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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