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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의 기도
사람들만 기도하는 게 아니다
겨울나무들도 기도한다

성당 담벼락에
가지런히 서 있는 나무들

난방이 들어오는
따뜻한 기도처가 아니라

갑작스런 한파가 들이닥친
추운 세상의 한복판에서

푸른 하늘 우러러
온몸으로 기도를 드린다

고통스럽지만
끝내 인내할 수 있도록

흔들리며 없는 굳센 용기를
강인한 생명의 힘을 달라고

숨길 것 하나 없는
알몸으로 간절히 드리는

저 겨울나무들의
말없이 정직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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