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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의 초겨울
가을의 끝자락ㆍ초 겨울의 궁궐을 돌아본다.
좀 늦었지만 조락한 가을을 느껴보고자 어린 시절의 희미한 추억이 있는 도심의 공원이란 생각으로 찾는다.
'창경궁'이다.

가을이 거의 다 가 버렸다.

소년기엔 '창경원'으로 서울에 동물원과 식물원으로는 유일했던 기억이다.
서울에서 위락의 장소로 이곳 말고는 남산과 우이동 계곡 등의 자연공원 밖에는 없었던 기억이 있다.

'창덕궁'의 보조적인 기능을 가졌던 '동궐'의 일부로서 전각들보다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적격이다.
역사가 있는 공원으로 제격이다.

느릅나무, 후박나무 등 관엽수들은 이미 겨울이다.
침엽수는 천년을 산다는 주목나무 한 그루가 노쇠한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어서 조선 왕조의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궁의 북쪽과 남쪽의 넓은 정원이 일본제국 시대 이래의 '창경원'의 추억을 담고있는 듯하여 정겹다.

1983년에야 '창경원'에서 '창경궁'으로 돌아왔다.
임진왜란 초기에 선조 왕이 나라와 백성을 버리고 청나라로 망명길(?)에 오르면서
분노한 한성 백성들이 경복궁을 태워버릴 때 창경궁도 함께 태워버리고 나서,
17세기 초에 중건했다하니 역시 조선 초기의 궁궐 건축은 찾아볼 수없다.
다만 명정전과 몇 개의 전각이 조선 중후기의 왕궁 건축물이라서 눈으로 보는 역사는 17세기 이후부터다.

이런 연유로
나는 궁궐로서 보다는 정원으로 계절을 느끼는 기회로 삼는다.

고궁은 가을이 제격이라는 생각이다.

1980년대 초에 심은 듯 아직 젊은 단풍나무, 은행나무, 산수유 열매가 가을을 놓지않고 있어서
고궁에서 가을과 겨울을 함께 느껴본다.

고엽이 재잘거리면서 나와 함께 걷는다.

가을 색이 참 곱다!
내 마음도 전각의 단청도 오색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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