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읽음
새로운 가족(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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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술가정 수행평가였습니다. 주제는 가족.
2. 팬픽이 아닙니다.
3. 글 끝이 허무하거나 억지 같을 수 있음을 예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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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카페 문에 달려있던 방울이 경쾌하게 울렸다.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어서 오세요~”라고 말하는 알바생도 무시한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아닌 건가…? 의심하는 그녀에게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야.”


그녀의 얼굴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자신을 부른 그의 앞에 마주앉았다.


“짐 다 풀었어? 놀러가도 되나?”

“저기요, 제대로 풀지도 않았거든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에이, 뭐 어때? 그들은 서로 장난스럽게 말을 주고받았다. 좋아하는 연예인에 관한 이야기도 했고, 직장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몇 분 얘기하자 그녀는 긴장이 조금 풀어진 느낌이 들어 계속 생각하던 한마디를 꺼냈다.


“있잖아, 내가 이사한 방. 뭔가 으스스한 느낌이 들던데…. 귀신 들린 곳 같았다고. 아는 거 없어?”

“뭐야, 너 소문 못 듣고 이사한 거야?”


소문? 당혹스러운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이어서 말해준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거기, 10년 전에 중3 학생이 자살했던 곳이야. 살아 있었으면 우리랑 동갑이었던 애고. ……진짜 몰랐던 거야? 내가 얘기해준 적 없던가…….”

“왜 자살한 건데?”

“몰라. 듣기로는 부모님한테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얘기도 있고, 학교폭력 당했다는 얘기도 있더라. 근데 더 오싹한 건, 그 애가 자살한 후에 가족들이 차례대로 직장에서 사고를 당해서 죽었대. 뭐, 소문일 뿐이지만.”


으음…. 그녀는 짧게 신음했다. 어디서 들은 적 있었던 것 같은데,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러나 10년이나 지나서 모르는 건가, 라는 생각으로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비슷한, 그녀가 죄악감은 느끼고 있던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가정폭력 하니까 생각난 건데……. 10년 전에 친한 남자애가 있었거든? 평소처럼 그 남자애를 기다리려고 문 앞으로 갔는데 고함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래서?”

“아버님이 그 애를 때리고 계셨어……. 술도 취해 있었고,돈이나 벌어오라면서 소리치고 있더라. 근데……, 무서워서 도망, 가버렸어. 그 애 아버님이랑 눈 마주쳤는데, 죽을 것 같아서,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버렸어.”


그녀는 그 때 일이 다시 생각났다.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그 오싹한 눈은 절대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애는 어떻게 됐는데?”

“몰라. 그 날 이후로 사라졌거든. 다시 만나면 사과하고 싶어. 미안하다고, 아무것도 안 해서 계속 괴로웠다고…….”

“……힘들었겠네.”


그녀는 자신의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맞은편에 있던 그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달래주었다.

울음을 그친 그녀는, 그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었다.


“아니, 그래서 엄마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굳이 이 직장을 다녀야 하냐고⸺ ……이런, 벌써 해 지고 있었네. 미안해, 이사하는데 바쁜 너를 불러내서.”

“아냐, 재밌었어. 나중에 봐.”


짧게 인사한 그녀는 카페에서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벌써 노을이 지고 있었다. 분명 들어올 때는 해가 쨍쨍했는데……. 깊게 한숨을 쉰 그녀는 오늘 그가 말해준 오싹한 진실을 머릿속에 상기시키며, 아침에 이사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그녀의 친구와 만난 지 며칠이 지난 후였다. 그녀는 요즘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가족이 사고가 나기도 하고, 그녀가 일하는 직장이 안 좋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심하지는 않은 터라, 무녀 등 무속 인을 찾아가지는 않았다.


“이사를 가야 하나…….”

그녀는 계단을 올라가며 심각하게 생각했다. 집도 싸고, 직장에도 가까워서 계속 이곳에서 머물고 있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어쩐지 기분이 싸했다.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느낌. 4년 정도만 더 있으면 30대가 되는 그녀였기에 부모님께 얹혀살고 싶지는 않았으나, 지금은 그런 것보다 누군가가 자신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느낌이 드는 것이 더 싫었다. 얼른 결혼이나 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엄마와 함께 사는 것이, 훨씬 나았다. 결심이 선 그녀는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녀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길었던 전화 벨소리가 끊기자 그녀의 엄마가 왜 전화했냐며 물었다. 그녀는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 집에 이사 오고 나서부터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고, 이상한 소문 때문이라도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고.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그녀의 엄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 좀 독립하나 싶었더니……. 그래서 언제 올 건데?”

“일주일 후 쯤……?”

-“알아서 해라. 얼른 결혼해서 애나 낳을 것이지……. 쯧.”

“……응. 끊어”


달칵, 소리와 함께 전화도 함께 끊어졌다. 타악! 그녀는 세차게 전화기를 내던졌다. 마지막으로 들은 그 말 때문이리라. 부들거리는 손을 꽉 쥐고서 심호흡을 하며 숨을 가다듬었다.


“얼른 짐부터 싸야지. 그 후에 다시 집을 구하는 거야. 서두르지 말자. 천천히, 천천히…….”


그녀는 작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 올렸다. 후우……. 다시 한 번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이 들고 온 물건들을 박스 안으로 집어넣었다.


※…※…※


“내일이면 이곳에서 나가는 거야……!”


그녀는 밝게 웃었다. 드디어 느리고도 느렸던 6일이 지나가고 하루만을 남겨놓았다. 어두컴컴한 밖과는 달리 그녀의 방은 밝았다.


“덥다……. 창문이라도 좀 열까.”

몸을 움직였기에 조금 후덥지근해진 그녀는 바람을 쐬기 위해 베란다 쪽으로 몸을 틀었다.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린 문은 그녀를 시원한 바람으로 반겨주었다.

그때였다. 불이 깜빡이더니, 금세 꺼져버렸다. 갑자기? 어째서? 오싹해진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파악했다. 아니, 파악하려고 했다. 그녀의 앞에 나타난 한 형상이 없었다면 말이다.


“누…, 누구야……!”

“나 기억 못 하는 거야?”


형상이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 수가 없었다.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인지, 형상은 한 걸음 더 다가가 얼굴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


그녀의 동공이 커졌다. 그녀의 앞에 있는 것은, 어린 학생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학생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였다. 자신이 내버려둔 그 친구.


“기억나나 보네? 내가 왜 사라지지도 않고 여기서 떠돌고 있는 건지 알겠어?”

“……나, 때문에?”


학생은 옅게 웃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어 질문에 답해주었다.


“거의 맞았어. 난 네가 왜 나를 두고 도망간 건지 궁금해.그게 다야. ……도박에 빠져서는 돈 내놓으라는 아버지, 미안하다면서 도망가 버린 어머니. 이 상황에서도 내가 살아있던 건 네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내 모습을 보고는 도망가더라. 내가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는지 알⸺”

“틀려!”


그녀가 소리쳤다. 그녀는 고개를 강하게 내저으며 부정했다.


“내가 너를 두고 간 건⸺ ……무서워서 그랬어. 계속 그곳에 있었으면 살해당할 것 같았어. 그래서……, 그래서……!”

“나는?”


싸늘한 목소리에 그녀는 몸을 작게 떨었다. 작은 목소리에도 중압감이 엄청났다.


“나는 생각 안 한 거야? 나라고, 안 무서웠던 게 아니라고!”

“…….”


그녀의 볼에 눈물을 흘렀다. 그녀는 눈물을 멈추려고 눈을 급하게 닦았지만, 이미 흐른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나, 진짜 무서웠다고…….”

점점 흔들리는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고 형상을 보았다. 울고 있었다. 손을 부들부들 떨며, 입을 굳게 다문 채로. 그녀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벌리며 말했다.


“그 땐 몰랐어. 내가 뭘 해야 하는지도 기억이 안 났고,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됐었어. 근데, 시간이 흐르니까 알겠더라. 나, 너한테 진짜 심한 짓한 거라고. 네가 용서하지 않아도, 말 할게. 미안해. 진짜, 미안해…….”


결국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부릅뜨며 형상을 응시했다.


“외로웠지. 놓고 가서 미안해. 네 생각 안 해서 미안해. 다시는 너를 놓지 않을 거야…….”

“정말……?”

“응, 맹세할게. 그리고 이기적이지만 내 옆에서 계속 나를 봐줘.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봐줘. 나와 함께 살아줘…….”

“…….”

“다시 한 번 내 친구가 되어줘. 내 가족이 되어줘. 서툰 나를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어?”

“……다시는 나를 놓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그 말에 그녀의 두 눈이 밝게 빛났다. 볼이 발갛게 상기됐다.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형상은 점점 짙어졌다. 둥둥 떠다니는 모습은 영락없는 귀신이었지만, 마치 사람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새침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그의 얼굴도 그녀와 같이 볼이 붉었다.

어두웠던 방에 등이 깜박이며 불을 밝혔다. 서로를 마주본 그들은 서로를 향해 방긋 웃어주었다.


※…※…※


한 학교의 안으로 여성이 들어갔다. 그녀의 손에 든 것은 작은 USB였다. 그 USB를 꽂자, 컴퓨터 화면에 파워포인트가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전 오늘 가정폭력 예방 교육을 할 선생님이랍니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 날,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고 상담사를 시작했다. 가족들의 반대는 심했지만, 이것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끝에, 허락받았다. 그녀의 인생의 선택을 허락받는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말이다.
교육이 끝난 그녀는 학교를 나섰다. 그녀의 주위에서 구경하던 ‘새로운 가족’은 그녀에게 물었다.


“재밌어? 계속 생글생글 웃기만하네.”

“그렇게 보여? 좋은 거지, 뭘.”

“에이, 놀리는 재미가 없잖아.”

“뭐야, 놀리는 거였어?”


모르고 있었던 거냐고……. 그는 그녀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함께 미소 지었다.


“내일도 있지? 상담.”

“그렇지. 누구더라……. 어떤 아주머니였는데. 아, 너 닮았더라.”

“응?”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었는데…….”


그녀는 걸으면서 손을 턱으로 갖다 댔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녀는 기억난 듯 주먹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쳤다.


“맞아, 네 어머니셨어. 조금 늙긴 하셨는데, 닮으셨더라. 상담내용도 살짝 알려주셨어. 옛날에 아들을, 도박에 취한 남편에게 놔두고 도망친 게 아직도 생각난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어머니가……?”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의 얼굴을 본 그녀는 짓궂게 웃었다.


“도망가고 싶어졌어?”

“무슨! ……단지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를 뿐이야.”

“네 마음대로 해. 네 마음이잖아?”

“그렇지…….”


웃음기 가득한 그녀는 다정하게 말했다,


“화를 내도 좋고, 무시해도 좋아. ……어차피 안 보이시겠지만.”

“……응.”

“기운 내! 오늘은 아직 할 일이 많다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 시늉을 하며 위로하는 그녀였다. 내 마음대로라……. 그가 중얼거렸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그녀는 “안 오면 놔두고 간다.”며 장난스럽게 말해며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어, 잠깐만⸺. 그는 당황하면서도 부지런히 그녀를 따라갔다.


새로운 가족이 된 둘은 신나게, 서로를 도우며 나아가고 있다. 힘든 일도 많을 것이고, 어려운 일들도 생길 테지만,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헤쳐 나갈 것이 분명하다. 서로를 신뢰하는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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