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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날(단편)

**친구와 친구의 봇님이 하신 대화를 글로 옮겼습니다.
***약수위 조심.
side 백모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내가 기다리는 그녀는 언제 올까, 하는 마음으로 가로수 나무에 기대었다.
"늦어버렸네... 미안!"
드디어 왔구나! 나는 나무에게서 떨어져 그녀, 시나몬에게 다가갔다. 귀여운 '나의'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나에게 연신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사과, 안 해도 되는데.
"시나몬아, 왔어? 사과 안 해도 돼."
"그래도..."
"소원, 들어주기로 했잖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뭐든 해줄게. 언제든지 불러도 되니까!"
난 시나몬에게 말하면서 방긋 웃어줬다. 어, 정말? 응. 정말로. 내가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한 그녀가 우물쭈물하며 말하는 것을 망설였다.
"그럼... 아지트로 놀러가도 돼? 아니, 그게 한 번 가보고 싶어서...! 싫으면 안 데려가도 되고..."
횡설수설하는 시나몬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응? 놀러 와. 언제든지."
"혹시... 지금 같이 가면 안 돼?"
키가 나보다 작아 밑에서 올려다보며 눈을 반짝거렸다. 시나몬은 초롱거리는 눈을 나에게 맞추며 말하는 것을 보니 마치 강아지를 연상시키는 듯 했다.
"그럼 지금 가자."
지금쯤이면 아지트에 아무도 없겠지. 나는 이 말을 삼켰다.
"와아!"
"아하하, 진짜 좋아하네. 앞으로 더 자주 데리고 가야 할까봐."
시나몬은 나의 앞에서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좋아했다. 강아지 같아...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귀여운 걸. 난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아지트로 걸어갔다.
가는 도중 물었다. 왜 소원이 아지트로 오는 것이냐고.
"아지트에는 고양이도 있고! 당신 방도 있으니까안... 한 번 보고싶기도 해서..."
"아하하, 그래서 뭘 더 보고 싶다는 거지? 고양이들? 내 침실?"
"으읏... 놀리지 말아요!! 더 빨개진 것 같아... ...당신 방이요."
흐음~ 내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는데도 용케 알아들었다, 라는 표정이었다. 못 들을리 없지. 네 목소린데.
"내 방, 그럼 제일 마지막에 보여줘야지. 제일 기대하고 있을 것 같으니까~"
"응응! ...저 집이에요?"
시나몬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아지트였다. 으리으리하고 화려한 궁전같이 생긴 우리, 아니 나의 아지트.
"응, 저거 맞아. 이번에 이사한 집. 이사한지 얼마 안 돼서 조금 더러울 수도 있어."
핏자국... 다 지웠겠지? 제일 먼저 그것부터 하니까- 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가 정신을 차린 건 시나몬이 내 옆에서 아지트의 크기에 대해 감탄하는 목소리를 냈을 때였다.
"우와... 엄청 크다..."
"들어가자. 뭐 해? 그렇게 멋져?"
"응응 들어가야죠! 문 열게요!"
헤헤, 좋아하면 다행이고. 난 안도의 숨을 뱉으며 시나몬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더운 것같은데-
"아, 덥다. 에어컨 틀어야지. 편하게 구경해, 시나몬아."
난 호다닥 달려가서는 에어컨 전원을 켰다. 시나몬은 안 더운가? 내가 힐끗 본 시나몬은 어느새 거실에 있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고양이들과 놀고 있었다.
"우와~ 고양이들 많아~ ...어? 쟤 되게 예쁘게 생겼네요?"
"그래? 그래도 내 눈에는 시나몬이가 제일 예쁜데."
난 이 말을 한 것과 동시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엇, 또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엣, 부끄러워라!"
"부끄러울 일이 뭐 있어. 사실인 걸~"
"에엣! 이럴 게 아니라 당신 방 보러 가요!!"
붉은 볼이 유지되면서도 그 것을 감추던 시나몬은 서둘러 나를 재촉하며 나의 등을 밀었다.
"내 방, 알았어. 이쪽으로~"
"에헤헤. 내 방 어때?"
"어... 내 사진도 많고 랩터 님 사진도 많고 고양이도 많고...?"
'뭘까. 무언가가 엄청 많아...'
"응, 내 방. 되게 정신 없지?"
내 방을 둘러보던 시나몬은 어느 사진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사진은 내가 찍은 시나몬의 자는 모습이 담겨있다.
"나 잘 때 사진은 언제 찍었어요? 우리집에서 같이 잔 적 전혀 없지 않나?"
"그거? 몇 번 놀러갔을 때. 내가 엄청 카메라 들고 돌아다녔잖아~ 기억 안 나?"
"그 때 나 안 잤던 것 같은데..."
의구심을 갖는 시나몬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조금 난감해졌네... 난 보일 듯 말 듯 당황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정곡을 찔렸으니까. 하지만 나는 표정을 갈무리하고 대충 얼버무렸다.
"하긴, 너는 기억 안 나겠네. 잠깐 졸던 걸 찍었던 거라서..."
"앗, 내가 졸았어요? 부끄러워~"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나에게 얼굴을 묻고 고개를 흔들었다. 강아지같은 그녀에 나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칼을 만지다 이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순간 목에 무언가 닿은 느낌이 들었으나, 시나몬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그냥 기분탓으로 치부했다.
"이러고 있으니까 좋다~ 행복해."
"나도요."
아까 느낀 게 기분탓이 아니었던 걸까? 시나몬은 나의 목에 버드키스를 했다. 그 전 것도 진짜인 것을 확신한 나는 씩 내 목 언저리를 만지다 그녀의 볼에 입 맞추곤 말했다.
"아하하, 왜 자꾸 목에다 입 맞추는 거야? 흐음~ 유혹인가?"
"눈치 챘어요? 맞아요, 유혹~"
시나몬은 나의 쇄골을 건드림과 동시에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그렇다면- 나도 대답해줘야겠지? 나는 그녀의 목을 살짝 물었다.
"유혹도 할 줄 알아, 시나몬이는~"
"응, 나 할 줄 알아요. 지금까지 참았던 거지~"
푸흣... 웃음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그녀는 나의 넥타이를 잡아 나를 그녀 쪽으로 끌어당겼다.
"부끄러우면 여기까지만!"
"배려 해 주는 거야? 고마워~ 이건 선물!"
잽싸게 시나몬의 위에 올라탄 나는 그녀와 나의 입을 부딪히게 만들었다. 올라탄 걸 유혹으로 생각하기에 난 그녀보고 멋대로 생각하라 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음, 아님 덮치는 거? 뭐든 난 좋은데에?"
눈꼬리를 휘며 웃는 그녀는 내 넥타이를 만지작거렸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뭐든 다 좋다니. 난 내 머리를 쓸어넘기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와중에도 시나몬은 내 넥타이를 슬금슬금 풀어 입에 물고있었다.
"난 지금 뭘 할 수가 없네? 밑에 있으니까..."
그 말과 동시에 시나몬이 나의 목을 끌어당기곤 내 쇄골을 핥았다. 뭘 할 수가 없다니, 농담이 심하네-
"어? 왜 그래요? 싫어요...?"
"아니야, 싫지 않아... 참기 힘든 것 뿐이지."
나도 모르게 입술은 꾹 깨물고 있었고, 침대 시트도 주름이 심하게 생길 정도로 쥐고있었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런 애정표현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참으라는 거야?
"안 참아도 돼요~ 나도 안 참고 있는데? 오늘은, 모래 마음대로 해도 돼요~"
"정말이지? 그 말."
"응. 오늘 나 멋대로 다뤄도 돼요."
시나몬은 나를 보며 살짝 웃음지어 주었다. 자꾸 망설이게 된다. 해도 될까?
"...아니야, 못 하겠어... 차라리 시나몬이가 해."
"음, 그럼 내가 눈 감고 있을까요?"
"그건 싫은 걸. 내 미모는 보고 있어야지. 그전에 내 붕대는 어느새 가져간 거야~"
"헤헤~ 방금?"
해맑게 웃는 그녀의 목을 살짝, 아니 조금 세게 물었다. 그러자 귀여운 비명같은 것을 지르는 시나몬에 다시 움츠리고 물었다.
"엇, 놀랐어? 미안해."
"흐에... 어루어만지는 게 더 이상해에~"
"얼굴 붉어졌다. 좋아? 아하하."
시나몬은 결심한 듯 붉어진 얼굴로 당당하게 외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은 모래가 리드하는 걸로!"
"이미 하고 있으면서..."
이런, 시나몬이 삐져버렸다. 자꾸 동물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모습은 이번엔 강아지가 아닌 고양이 같았다. 새침한 고양이 느낌이랄까-
리드, 이미 하고 있긴 한데... 나는 중얼거리며 그녀의 등을 살짝 쓸고는 입을 맞췄다. 이러니 시나몬이 하는 말이,
"리드 잘 하면서...?"
란다. 잘 하고 있는 거 맞아? 하고 물었다. 대답은 Yes. 솔직히 말해 이젠 더이상 못 참을까 두려워졌다. 계속 머뭇거리는 내가 답답한지 입 맞추며 말해줬다. 안 참아도 된다고.
그래서, 이제 참지 않기로 했다. 난 목에서 쇄골로 밑으로 내려가면서 입맞춤을 했다. 당황하는 네 모습, 귀엽네.
"흐앗! 어떻게 참았어요?"
"참을 수야 있지. 그런데 한 번씩 만날 때마다 못 참게 될 것 같은 게 문제야."
그리고 오늘도 그럴 것 같아. 뒷말은 그냥 목구멍에서 삼켜버렸다.
"푸흣, 그게 뭐에요~"
시나몬은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처럼 나의 등선을 따라 스윽 움직이며 건들였다. 툭툭 대보기도 하고, 빙글빙글 돌리기도 해보고.
"읏, 내가 민감한 부분인데~ 거긴."
"흐응. 그럼 더 해볼까요오~?"
이젠 아예 제자리에서 빙글뱅글 손가락을 돌렸다. 간질거리기도 하고 민감해져 절로 신음이 나오는 듯 했다.
"...하아, 거긴 진짜로 민감하다니까."
한숨을 쉬며 위로 폭 안겼다. 힘들다며 바둥거리는 시나몬에 나는 장난끼가 돌았다. 추욱 늘어져서 그녀의 반응을 구경했다.
"으읏, 뭐야아! ...에잇!"
재밌어 설핏 웃은 나의 목에 딥키스를 했다. 조금 놀라, 시나몬을 바라보았다. 그런 내 표정에 궁금해진 듯한 그녀의 얼굴에 난 축 늘어졌다. 너무 귀엽잖아-
"뭔가 이상한데... 오빠 죽었어?"
"응, 죽었어. 너무 좋아서..."
그러자 시나몬은 나는? 하고 물었다. 그러네, 내가 죽으면 시나몬은 어떡하지?
"글쎄... 따라서 갈게!"
"아니아니, 따라오지는 말고. 내가 안 죽으면 되는 거잖아. 설령 죽었다고 해도 절대로 따라올 생각하지마. 다시 돌려보낼 거야."
내 말에 시나몬은 시무룩해져 쳐진 목소리로 물었다.
"히잉... 그럼 내가 먼저 죽으면? 오빠는 그 실험... 그거 받아서 신체강화가 됐지만 나는... 아무것도 못 해... 내가 먼저 죽으면 어떡해? 오빠 괜찮겠어?"
하하, 별 걱정을 다 하네. 내가 그렇게 놔두겠어? 나는 시나몬이 안심할 수 있도록 환하게 웃어줬다.
"내가 적어도 살아있기 전에는 너 먼저 죽도록 두게 할 리가 없잖아. 설령, 먼저 죽어도... 정말 생각하기 싫지만. 그땐 진짜 슬플 거야. 나도 너처럼 따라 죽을지도 몰라. 그럼 다나나 스푼 애들은 기뻐해주겠네."
"이제 우리 슬픈 얘기 그만 하자... 괜시리 우울해져... 그리고 스푼도, 슬퍼할 거야... 그래도 몇 년을 술래잡기 했는데..."
"스푼은 나를 잡으려고 하는 히어로들이 모인 기관인데, 사회악인 인간이 스스로 죽어주면 얼마나 고맙겠어. 차라리 자기들이 죽이는 것보다 내가 스스로 죽는 게 더 낫지. ...그냥 슬픈 얘기 그만하는 게 낫겠다. 나도 우울해져..."
정말 우울해졌다. 나는 시나몬의 품에 안겼다. 키 차이 때문에 내가 시나몬을 안은 것이 되었지만. 그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응... 오늘은 나 여기서 잘까?"
"응, 여기서 나랑 같이 자자..."
"그래, 오늘은 같이 자. 나 악몽 꿀 것같아. 무서워..."
이불 속으로 파고 들었다. 악몽, 안 꾸게 해줄게. 나는 함께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서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더불어 등도 토닥여주며 진정시켰다.
"응... 고마워, 항상... 민폐만 끼쳐서... 미안... 해요..."
그녀, 시나몬은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잠들었다. 그러다 꿈을 꾼 건지 눈에 눈물이 맺히고는 볼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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