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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증액, 빈곤 노인 78만명 생계급여 삭감 우려
위키트리
기초연금이 오르면 생계급여가 같은 금액만큼 깎이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8일 내놓은 2027년도 예산안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그러면서 두 제도의 소득 산정 방식을 서둘러 손봐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27년도 기초연금 지급 사업 예산으로 25조6529억6800만 원을 편성했다. 올해 제1차 추가경정예산보다 2조5389억900만 원 늘어난 금액이다. 증가율은 11.0%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마련해 주는 제도다.
정부는 2027년부터 저소득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개편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내년 기초연금 금액은 소득 구간별로 달라진다. 소득 하위 30% 구간(약 363만 명)은 월 38만 원을 받는다. 30~45% 구간은 월 35만8790원을 받고, 45~70% 구간은 월 34만9700원을 받는다.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30% 노인은 지금보다 매달 3만 원을 더 받게 된다.
하지만 가장 가난한 노인에게는 이 계획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계급여는 소득인정액이 법정 선정 기준에 못 미치는 만큼을 채워 주는 보충 급여 방식이다. 그리고 소득인정액을 계산할 때 기초연금 수급액을 100% 소득으로 잡는다. 따라서 기초연금이 3만 원 오르면, 생계급여는 정확히 3만 원 줄어든다. 결국 두 급여를 합친 최종 가처분소득은 한 푼도 늘지 않는 셈이다.

이런 일을 겪는 노인은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다.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 상당수가 기초연금 수급자격도 함께 갖추고 있어서다. 동시 수급자는 2021년 56만8000명에서 2022년 62만1000명, 2023년 64만4000명, 2024년 68만6000명으로 늘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78만3000명까지 불어났다. 4년 사이 37.9% 증가한 수치다. 이들이 받은 평균 기초연금 금액도 2022년 29만7000원에서 지난해 33만1000원으로 올랐다.
반면, 65세 이상 생계급여 수급자 가운데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도 늘었다. 이 인원은 2022년 8만9000명에서 지난해 14만2000명으로 59.6% 증가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극빈층 노인 상당수가 기초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봤다. 또한 동시 수급 대상에 들더라도 오른 금액이 생계급여 감액으로 사라져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내년 하위 30% 노인에게 주는 월 3만 원 증액도 같은 한계를 안고 있다. 해당 구간은 기준 중위소득의 약 20% 수준에 그친다. 그래서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 대부분이 이 구간에 들어간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생계급여를 산정할 때 기초연금 일부를 소득에서 빼 주는 식의 제도 개선이 없으면 하후상박 개편의 취지가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 예산은 2021년 14조9634억 원에서 지난해 21조3514억 원으로 늘었다. 내년에는 25조6529억 원이 들어간다. 그러나 이 돈은 가장 가난한 노인 78만 명이 빈곤선을 벗어나는 데 쓰이지 못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초연금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생계급여 지출이 줄어드는 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취약 계층에게 정책 확대의 실익이 돌아가도록 "두 제도 간 소득 산정 방식의 정합성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 가운데서도 자신이 어떤 연금을 받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있다. 국민연금, 노령연금, 기초연금의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다. 게다가 매달 통장에 돈이 들어오니 그저 나라에서 주는 연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기초연금과 노령연금의 차이는 보험료를 냈는지에서 갈린다. 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의 한 종류다. 젊을 때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사람이 일정 나이가 되면 매달 받는 돈이다. 국민연금에 최소 10년 이상 가입해야 받을 수 있다. 지급을 시작하는 나이는 출생연도에 따라 다르다. 1961~1964년생은 63세부터 받고, 1965~1968년생은 64세부터 받는다.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받을 수 있다.
노령연금 수령액은 가입 기간에 따라 차이가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오른 금액을 반영한 노령연금 월평균 수급액은 약 69만6000원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인 수급자는 평균 월 113만 원 정도를 받는다. 오래 가입하고 보험료를 많이 낼수록 연금액도 늘어난다.

반면,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한 번도 내지 않았어도 받을 수 있다. 기초연금 수급자격은 만 65세 이상 국민 가운데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사람에게 주어진다. 소득인정액은 월급이나 연금 같은 소득에 부동산과 금융재산을 소득으로 바꾼 금액까지 더해 계산한다. 올해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기준 월 247만 원이다. 다만, 공무원연금 등 일부 직역연금 수급자와 그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대상에서 빠진다.
올해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은 월 34만9700원이다. 그러나 모든 수급자가 이 금액을 그대로 받지는 않는다. 국민연금을 얼마나 받는지, 부부가 함께 받는지 등에 따라 실제 지급액이 달라진다. 정리하면 노령연금은 자신이 낸 보험료를 근거로 받는 연금이다. 이와 달리 기초연금은 국가가 노후 소득을 지원하려고 세금으로 주는 연금이다.
두 연금은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으로 매달 50만 원을 받는 70세 노인도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라면 기초연금을 받는다. 다만, 국민연금을 많이 받으면 기초연금이 줄어들 수 있다. 이른바 '국민연금 연계감액' 때문이다. 이 제도는 국민연금 수급액과 가입 기간 등으로 산정한 A급여액을 고려해 기초연금액을 조정한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이 무조건 기초연금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국민연금을 적게 받더라도 부동산이나 금융재산이 많아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을 넘으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다.
또한 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은 보통 매달 25일에 지급된다. 같은 날 통장에 돈이 들어오다 보니 더 헷갈리기 쉽다. 하지만 두 연금은 서로 다른 제도이고 따로 지급된다. 두 연금 모두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 만큼, 기초연금 신청방법도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은 모두 직접 신청해야 받을 수 있다. 특히 기초연금은 만 65세가 됐다고 자동으로 지급되지 않는다. 기초연금 신청은 방문과 온라인 방식으로 나뉜다. 주소지와 관계없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찾아가 신청할 수 있다. 복지로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다.
신청 시기도 확인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생일이 속한 달의 한 달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 그래서 생일을 앞둔 노인이라면, 자신의 기초연금 수급자격과 신청 가능 날짜를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이미 65세가 넘었는데도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국민연금 때문이라고 넘겨짚을 일은 아니다. 국민연금을 받더라도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라면 기초연금을 함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저 자신의 소득인정액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