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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CCIA, 공정위 과징금 미국 기업 차별 주장
아주경제
5일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지난 10년간 공정위의 제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기업은 전체 제재 대상의 1.6%에 불과하지만 과징금 금액은 22.8%에 달하는 1조5230억원을 부담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의 과징금은 4조8090억원으로 전체의 71.9%를 차지했으며, 중국 기업은 160억원으로 0.2%를 차지했다.
CCIA는 공정위의 사업 규모 산정 방식이 미국 기업에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과징금 부담이 국내 기업보다 평균 4.2~6.6배 높다는 것이다. 담합 사건의 자진신고 감면 효과 등을 반영한 분석에서는 격차가 최대 7.7배까지 확대됐다는 게 CCIA의 설명이다.
트레버 와그너 CCIA 리서치센터 디렉터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반 유형과 과징금 부과 근거 법 조항을 통제하면 격차가 오히려 커진다"며 "카르텔 조항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조항에서 미국 기업이 한국 내 사업 1달러당 더 높은 과징금을 부담하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와그너 디렉터는 "한국 기업에 부과된 상위 6개 과징금 가운데 금액 기준 약 91%가 법원에서 취소·감경되거나 판결이 뒤집힌 반면, 미국 기업 상위 5개 과징금은 금액 기준 약 97%가 유지됐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단순 통계만으로 미국 기업을 차별했다는 주장은 의도된 왜곡이라고 평가했다. 과징금은 위반행위의 내용과 중대성, 관련 매출액 등 개별 사건의 여러 요소를 반영해 산정되는 만큼 국적별 과징금 총액이나 평균만으로 제재의 형평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징금은 산정식에 따라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의 과징금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차별적 부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3~4년 전을 기점으로 공정위의 과징금 수위가 높아졌으며,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조사가 먼저 이뤄진 뒤 외국 기업으로 조사 범위가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 사건과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배차 알고리즘 사건 등 국내 플랫폼 기업에도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조너선 맥헤일 CCIA 디지털무역 담당 부사장은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규제 권한 자체가 아니라 규제가 공정하게 집행되는지 여부"라며 "미국 기업이 한국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지 확인할 수 있는 통계적 기준과 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내 플랫폼 산업 전반의 규제 기준과 집행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이후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가 매일 같이 등장하고 있어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업계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향후 공정위 조사나 제재 가능성을 우려해 기업들이 사업 진출과 서비스 출시를 조심스럽게 결정하는 측면이 있다"며 "기술 변화가 빠른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실험하고 시장 반응을 통해 개선할 수 있도록 당국이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