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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광역특구법 사회적 대화 의제 확정…노사정 합의까지는 ‘험로’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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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초광역특구법에 담길 노동 특례를 놓고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노사정이 본격적인 사회적 대화에 앞서 논의 의제와 순서를 확정했다. 인력 양성과 노동시간 특례, 노동자 건강권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히면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3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전날 이해당사자인 노·사와 관계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초광역특구법 관련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제1차 운영협의체(차관급)가 진행되는 등 초광역특구법에 대한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광역특구법은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특정 지역을 특구로 지정하고 규제 완화와 재정·금융·세제 지원 등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앞서 6차례 진행된 실무협의체에서 노사가 제시한 정책 제안을 바탕으로 향후 집중 논의할 의제와 진행 순서를 설정했다.

정해진 논의 순서는 △기본목표 및 정주지원·인력양성 △산업안전·보건 및 노동시간·건강권 △고용형태 및 노동자 보호 △노사관계·참여 및 기타 순이다. 제7차 실무협의체는 오는 6일 개최될 예정이다.

노사정은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 노동시간 특례를 두 번째 의제로 배치했다. 노사 간 이견이 큰 사안을 논의 초반부터 다루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합의 여지가 있는 의제부터 논의를 시작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노동 특례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달 20일 박상혁 의원이 노동 특례를 포함한 법안을, 다음 날인 21일 최기상 의원이 주요 노동 특례를 제외한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박 의원안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비롯해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최대 6개월로 확대하고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반면 최 의원안에는 이 같은 주요 노동 특례가 포함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두 법안을 병합 심사해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동 특례를 두고 노동계는 근로시간 유연화가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초광역특구 내 첨단 기업 유치와 신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와 노동 유연성이 필수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134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 법안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의 속도전, 전격전을 총력 지원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법안을 넘어 노동자·농민·시민의 권리와 사회공공성을 훼손하고 개발에 따른 이익은 기업에 집중시키면서 비용과 위험은 지역사회에 떠넘기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노동계의 불신은 여전한 상황이다. 법안 발의 전후 이재명 대통령이 신속한 추진을 강조한 데 이어 규제합리화위원회와 산업통상부 등에서도 노동 특례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이어지면서다.

이에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동시에 장외투쟁을 병행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계 역시 반도체협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이 노동 특례 도입과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면서 노사 간 대립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초광역특구의 성공은 ‘속도’와 ‘유연성’에 달려 있는 만큼 경영계는 고소득 R&D 인력 근로시간 특례, 반도체 인허가 패스트트랙 도입, 로봇 실증·상용화 기반 조성, 자율주행·바이오 핵심 규제 완화 등 정부의 규제합리화 방안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조치로서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노동 특례를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온도 차도 관측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노동 관련 예외 조항이 법안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업의 생산성과 노동자의 건강권이 균형을 이뤄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회적 대화의 종료 시점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회의에서 논의 의제와 순서가 확정되면서 향후 협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된 만큼 입법 절차와의 연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노동시간 특례를 비롯해 노사 간 견해차가 큰 쟁점이 적지 않아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가 실질적인 합의보다 결과 도출을 우선할 경우 대화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수 있다”며 “연구개발 분야에서 장시간 노동이 반드시 필요한지 따져봐야 하며 인력의 집중적인 근무도 현행 제도 안에서 충분히 가능한 만큼 노동 특례 도입의 필요성과 실효성부터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도 본보에 “노동시간 제도는 기존 제도를 반도체 산업 특성에 맞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논의할 수 있지만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같은 예외적 방식은 차별 논란으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안 역시 사용사유 제한 없이 추진할 경우 노동계의 반발로 합의 가능성이 낮다”고 짚었다.

이어 “기간제 관련 합의를 위해서는 사용사유 제한과 정규직 전환 청구권 보장, 차별 금지의 실효성 확보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가 불발됐다는 이유로 정부가 노동 특례를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노정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며 차별적 노동 특례를 통해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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