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읽음
가디언, 내분설 휩싸인 한국 축구와 손흥민 위기 조명
위키트리
1
한국 축구대표팀을 둘러싼 내분설이 해외 언론의 주요 보도로 다뤄졌다. 주장 손흥민(LA FC)의 리더십 논란부터 일부 주축 선수들의 불만,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각종 잡음까지 이어지면서 대표팀의 불안정한 상황이 국제적으로 조명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30일(현지 시각) '선수단 내분, 경찰 압수수색, 손흥민의 불확실한 미래, 기로에 선 한국 축구'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 축구 사정에 밝은 존 듀어든 기자가 작성한 이 기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대표팀에서 불거진 갈등과 손흥민의 입지를 주요하게 다뤘다.

특히 가디언은 손흥민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에 빗대며 “재앙과도 같았던 북중미 월드컵 이후, 신구 선수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주장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대표팀은 계속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흥민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는 상징적인 등번호 7번이자 프리미어리그 전설이며 자국 대표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런데 두 선수가 또 다른 공통점을 갖게 될 수 있다는 뜻밖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국 대표팀 내에서 분열을 초래하는 존재가 될 위험”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이른바 '7번 호칭' 의혹이 꼽혔다. 지난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에게 대표팀 일부 선수가 손흥민을 이름 대신 '7번' 또는 '그분'으로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사실관계를 물었다.

가디언은 현재의 갈등이 과거 대표팀을 뒤흔들었던 사건보다 복잡한 양상이라고 봤다. 매체는 2024년 아시안컵 당시 손흥민과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사이에서 벌어진 이른바 '탁구 게이트'를 언급했다. 당시 두 선수는 탁구를 둘러싼 언쟁을 벌였고, 손흥민은 손가락 탈구 부상을 입었다. 이후 이강인이 사과하고 손흥민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정 선수 두 명의 충돌을 넘어 선수단의 세대 갈등과 리더십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가디언은 "손흥민과 라이징 스타 이강인을 포함한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탁구를 두고 언쟁이 벌어져, 주장(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던 2024년 아시안컵 당시보다도 더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러 보도들에 따르면 ‘1996년생’ 선수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한다. 이제 대표팀 주축이 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포르투), 황희찬(샬케)은 팀 내 리더십에 불만을 품고 월드컵 이후 새로운 주장과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 새 출발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선수들의 공개 발언에서도 대표팀 운영에 대한 문제의식이 드러났다. 황인범은 지난 2일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을 마친 뒤 대표팀에 들어온 지 9년이 됐지만 달라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화돼야 되는 부분들은 지금뿐만이 아니라 사실 내가 대표팀 9년 차 정도 됐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많다. 축구적인 부분도 그렇고 여러 가지 다른 부분들도 그렇고 변화돼야 되는 것들이 많은데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재 역시 팀 전체가 함께 뛰고 싸워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팀 전체적으로 싸워주고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안 되고 있다. 다 머리 박고 뛰어야 한다"고 했다.

이후 세 선수가 대표팀 은퇴까지 고려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지만,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은 선수단 내부에만 머물지 않았다.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축구협회의 행정과 운영을 향한 비판이 커졌고, 홍명보 전 감독과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은 국회 청문회 등에 출석해 관련 질의를 받았다. 경찰이 축구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대표팀과 협회를 둘러싼 불신도 커졌다. 가디언은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을 함께 다루며 한국 축구가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처지라고 진단했다.

손흥민 개인의 경기력과 향후 대표팀 내 역할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가디언은 손흥민이 여전히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나이와 경기력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34세가 된 손흥민이 더 이상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가 아니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의 활용법을 둘러싼 논쟁도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측면 공격수와 중앙 공격수 가운데 어느 위치가 적합한지가 주된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선발 명단에 포함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의견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피로감도 외신 보도에 포함됐다. 가디언은 갈등을 둘러싼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팬들은 언론이 월드컵 당시 인터뷰 보이콧 사태에 대한 반발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소개됐다. 선수단과 협회 어느 쪽에서도 갈등의 실체와 해결 방향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호날두와 달리 손흥민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버티거나 장문의 입장문을 발표할 인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2030년 월드컵 출전은 희박해보이지만, 내년 1월7일 개막 예정인 아시안컵에서 팀의 우승을 이끄는 것은 훌륭한 유산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후티 반군 공습 여파로 사우디아라비아 대회가 2028년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것이 분열된 대표팀을 하나도 묶어 줄 전화위복이 될지, 아니면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을 더욱 파국으로 몰고 갈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마무리했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은 지난 29일 11월 A매치 소집 명단을 발표하면서 손흥민과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을 모두 포함했다. 대표팀은 다음 달 13일 사우디아라비아, 17일 카타르와 카타르 도하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최근 은퇴설과 내분설에 휩싸였던 선수들이 다시 한 팀으로 소집된 것이다.

모레노 감독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근 선수단 내부 상황과 관련해 선수들 및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손흥민의 주장직을 교체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손흥민이 주장이다. 더 이상 할 말 없다"고 답했다.

가디언은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남길 마지막 유산으로 아시안컵 우승을 거론했다. 한국은 1960년 이후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손흥민에게도 대표팀 주장으로서 우승에 도전할 기회라는 의미가 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