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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단속 집중, 마약 검역 구멍 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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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이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반입 단속에 힘을 쏟는 사이 마약 단속에서 허점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해외에서 정식으로 처방받은 비만치료제는 펜 한 개까지 공항에서 막히는 반면 택배 상자에 숨긴 케타민은 세관 검사를 그대로 통과했다. 국제우편으로 들어온 LSD도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청주세관에 설치된 해외 구매 의약품 반입 제한 안내판. 안내판에는 해외에서 구매한 마운자로·이브·파브론골드 등이 국내 반입 제한 대상이라고 적혀 있다. / 개드립

이종욱 관세청장은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비만치료제 단속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비만치료제 불법 반입 문제를 묻는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 청장은 "말랑이(촉감 장난감)와 마운자로는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관세청이 올해 1~8월 적발한 비만치료제 불법 반입은 5030건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1189건의 4.2배다.

단속의 무게중심은 일본을 다녀온 여행객에게 쏠려 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5월까지 여행자 휴대품 통관보류는 501건이다. 이 가운데 일본발이 319건으로 63.7%를 차지했다. 가격 차이가 원인이다. 일본에서 마운자로 2.5mg 보험 약가는 올해 8월부터 한 개 1443엔으로 내렸다. 후생노동성 자문기구인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가 약가를 일률적으로 25% 낮춘 결과다. 국내에서는 같은 용량 4주분이 병원에 따라 28만~35만원에 팔린다. 일본에서 처방받아 들여오는 이른바 '스시자로'가 늘어난 배경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도 단속을 피하지 못한다. 디시인사이드 마운자로 갤러리의 한 회원은 김포공항세관을 상대로 외국인 대상 마운자로 유치 건수를 알려달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그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김포공항세관 답변에 따르면 외국인 여행객이 들여왔다가 김포공항세관에 유치된 위고비·마운자로는 모두 12건이다. 위고비는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 1건은 중국 국적자였다. 올해 11건은 중국 9건, 일본 2건이었다.

김포공항세관은 답변서에서 "관세법 적용 범위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속지주의) 반입 금지 물품에 대해 내국인과 동일하게 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물품을 소지한 자의 국적에 따라 관세법 적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자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들고 와도 내국인과 똑같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요건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공항 안내도 이런 기조를 따른다. 청주국제공항에는 해외에서 구매한 마운자로와 이브(EVE), 파브론골드를 나란히 적은 '반입 제한 안내' 배너가 세워졌다. 관세청은 마운자로·위고비 등 비만치료제와 파브론골드A·이브 등 마약류 성분 함유 의약품을 함께 묶어 국내 반입 시 유치되거나 처벌받을 수 있다는 안내 문자도 보냈다. 이브는 국내에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요소 성분 때문에 지난해 4월부터 반입이 금지된 제품이다.

정작 위조 비만치료제는 여행객 가방이 아닌 국제우편으로 주로 들어왔다. 정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국제우편 통관보류 2940건 가운데 인도발이 2811건(95.6%)이었다. 일본발은 70건(2.4%)에 그쳤다.

비만치료제 단속에 행정력이 몰리는 동안 마약은 세관 검사망을 빠져나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택배 상자 골판지 사이에 케타민을 숨겨 밀반입한 혐의로 30대 남성 A씨 등 5명을 최근 공소청에 송치했다. 이 가운데 4명은 구속됐다. 일당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케타민을 얇게 펴 진공포장한 뒤 골판지 틈에 숨기는 수법으로 1.56kg을 들여왔다. 상자에는 주방용품을 담아 일반 택배처럼 꾸몄다. 인천공항세관은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KBS는 세관이 상자를 열어 검사하고도 마약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일당은 마약류 약 2kg을 서울 송파구 공원 등의 땅속에 묻어 두는 방식으로 유통했다. 경찰은 수거와 운반에 배달업 종사자들이 동원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우편에서는 LSD를 우표로 오판한 일도 벌어졌다. LSD 25장이 든 우편물이 지난 9월 7일 인천공항세관 국제우편 검사 과정에서 마약 의심 물품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튿날 검사 직원이 이를 단순 우표로 판단해 일반 우편물 분류함으로 되돌렸다. 처음 우편물을 골라낸 직원이 재검사를 요청한 뒤에야 LSD가 확인됐다. 이 청장은 국정감사에서 "1차에서 바로 적발하지 못하고 뚫릴 수도 있었던 부분에 대해 저희들이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종합감사에서 다시 불거졌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검사 직원이 우편물을 다른 우편함으로 옮긴 뒤 동료들과 함께 찾는 시늉을 했다고 주장하며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배 의원은 이 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청장은 확인이 부족했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검사 과정 전반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사 장비도 도마에 올랐다. 안 의원은 관세청이 운용하는 엑스레이 검색기 376대 가운데 121대가 교체가 필요한 상태라며 장비 교체와 판독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비만치료제 규제는 앞으로 더 강화될 수 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마운자로가 출시 1년 만에 150만 건 이상 처방됐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임산부에게 300건 이상,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은 아동에게 100건 이상 처방됐다고 밝혔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마쳐 국무조정실로 넘겼다고 답했다. 현재 국무조정실 규제심사가 진행 중이다. 지정이 확정되면 관세청 자가사용 인정기준에 따라 처방전에 정해진 수량만 통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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