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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 등 플랫폼 창업주, 시니어 라이프케어 시장 진출
알파경제

그동안 국내 창업 생태계에서 시니어 산업은 전통 제약사나 보험사, 혹은 대형 건설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막대한 자산과 높은 소비 여력을 갖춘 ‘신(新)노년층’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문법이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의 노년층이 단순한 부양과 요양의 대상이었다면, 현재 은퇴 시기를 맞은 베이비부머와 1세대 자산가들은 자신의 취향과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능동적 소비 주체다. 업계에서는 조 의장을 비롯한 1세대 플랫폼 기업가들의 행보를 생애주기 확장형 투자로 해석한다.
청년층 인구가 급감하고 자산의 고령층 편중 현상이 뚜렷해지는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특정 세대에 국한된 비즈니스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김종선 KLP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과거 모바일 태동기에는 1020세대의 트래픽을 선점하는 것이 기업가치의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구매력을 쥔 6070세대의 지갑을 여는 비즈니스가 자본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이라며 “트렌드 변화를 가장 먼저 읽는 플랫폼 창업가들이 핵심 고객층이 나이 들어가는 속도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의 생애주기를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부분은 젊은 세대의 취향 공동체를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했던 플랫폼 창업가의 시각이 시니어 시장과 만나는 지점이다. 무신사가 일차원적인 의류 판매를 넘어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문화적 경험을 큐레이션해 MZ세대를 사로잡았듯, 오늘날의 하이엔드 시니어 시장 역시 단순한 주거 공간 제공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의료와 웰니스, 가사 노동 해방, 프라이버시 보호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토털 라이프스타일 매니지먼트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자산가 계층에서 나타나는 주거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는 소유에서 경험으로의 전환과 관리 피로도의 해소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주택 유지·보수와 가사 지원 인력 고용, 개인 건강 데이터 관리 등에 투입되는 보이지 않는 비용과 피로도가 급증한다.
이를 개별적으로 통제하는 대신 고도화된 전문 운영 시스템에 위임하려는 수요가 신종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의 기반이 되고 있다.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한 시중은행 패밀리오피스 센터장은 “보유 자산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시니어 고객들이 나이가 들수록 가장 호소하는 고충은 금전적 문제가 아니라 가사도우미와 수행기사, 개인 간병 인력을 직접 채용하고 관리하는 데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라며 “집 크기를 조금 줄이더라도 검증된 시스템 안에서 호텔식 컨시어지와 의료 케어를 원스톱으로 제공받으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청년 세대의 트렌드를 주도하던 자본이 설계한 초고가 시니어 모델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거시적 수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뚜렷하지만 실제 비즈니스 성패는 전통적 주거 관념의 극복과 장기적인 소프트웨어 운영 능력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쪽은 공급의 희소성과 사용자 경험(UX) 중심의 접근에 주목한다. 국내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돼 있음에도 이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도심형 초고급 시니어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건설사 특유의 획일적인 하드웨어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세밀한 취향과 불편함을 데이터화해 해결해 온 플랫폼 창업가의 감각이 접목된다면 기존 실버타운과 완전히 차별화된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넘어야 할 현실적 장벽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변수는 국내 자산가들의 뿌리 깊은 소유 중심 주거 문화와 심리적 저항감이다.
평생 대형 고급 주택에 거주하며 자산 가치 상승을 경험한 계층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상대적으로 좁은 임대형 공간과 노인 전용 커뮤니티라는 울타리로 들어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입주 시점에 수익 실현이 끝나는 일반 부동산 분양과 달리 입주 후 10년 이상 흔들림 없는 서비스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고난도 운영 산업이라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이재익 골든에이지 발행인은 “한국의 부유층 시니어들은 다양한 연령대와 어우러져 살던 익숙한 주거지를 떠나 노인들만 모여 사는 공간으로 이주하는 데 여전히 심리적 장벽을 느낀다”며 “결국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의 성패는 화려한 건축물이나 초기 마케팅이 아니라, 입주 이후 수년간 입주자의 건강 변화와 정서적 고립감을 얼마나 세밀한 소프트웨어로 케어할 수 있느냐는 운영의 디테일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