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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재벌 착취 발언 9일 만에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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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이 대한민국을 착취하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 사과했다. 국정감사에서 이 발언을 두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한 지 9일 만이다. 그는 대기업의 역할을 깎아내리려던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주 위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12일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내 답변 때문에 원만한 회의 진행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야당 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적한 말씀도 내가 다 읽어봤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한국 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서 대기업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재벌과 대기업 집단과 관련한 나의 발언은 대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발전을 지속하려면 대기업집단 내에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제력 집중의 부작용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민간 기업을 '공적 기업'으로 표현해 논란이 된 데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수의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을 공적 기업이라고 말한 것도 다수 주주의 권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는 뜻임을 널리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경제에서 공정위의 역할은 기업이 공정한 시장의 경쟁 질서를 준수하면서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에 있음을 위원들이 강조했던 것처럼 항상 유념하겠다"고 덧붙였다.
논란은 12일 정무위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주 위원장이 교수 시절 '재벌이 대한민국을 착취하고 있다, 착취적 대한민국을 만드는 적은 재벌과 대기업집단의 세습 경제다'라는 취지로 말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인식을 지금도 인정하느냐는 질의에 주 위원장은 "내 표현이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 위원장은 독립적이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야 우리 경제가 혁신을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이라고 당시 설명했다.
이 답변을 두고 여야 공방이 벌어지면서 국감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오후 10시쯤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회의는 자정까지 다시 열리지 못해 그대로 끝났다.
이와 관련해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서 "기업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가진 인물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세우기 위한 공정위원장으로서 직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며 "마땅히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공정위원장이 대기업 전체를 악마화하는 편협하고 왜곡된 반기업 정서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라며 "대한민국 기업인들을 통째로 비하하는 시각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본인의 왜곡된 반기업관을 바꾸지 않은 주 위원장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임명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의 뿌리 깊은 반기업적 마인드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며 "이 대통령은 재벌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관점이 달라졌는지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무위원들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희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위원들은 주 위원장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가의 경영 개입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며 "과징금은 불공정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수단이지,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회견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치적 편향 없이 기업들을 공정하게 조사하고 심의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기업의 공적 역할을 강조한다는 이유로 민간 기업의 자율성과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며 "주 위원장의 편향된 인식은 공정위의 공정한 법 집행에 매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이날 종합감사에서도 주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서 의원은 특정 기업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위원장이 정치적 편향 없이 법을 집행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기자회견까지 열어 사퇴를 촉구했는데도 주 위원장이 책임 있는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