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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경기지사 빨대 발언 사과, 순직 소방관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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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진압복도 채 벗지 못한 소방관이 추미애 경기지사를 보자마자 동료 생사부터 물었다. "살아 있죠?" 추 지사가 위로의 말을 건네는 사이 한 소방관은 벽에 기대 울음을 터뜨렸다. 다른 소방관들은 입술을 앙다문 채 하늘만 올려다봤다. 소방을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라고 부른 지 사흘 만에 찾은 화재 현장에서 추 지사를 맞은 건 소방관들의 눈물과 침묵이었다.
한 소방대원이 추미애 경기지사 앞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 YTN 영상 캡처

1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경기 부천시 오정구의 한 금속부품 도장공장에서 전날 오전 8시40분쯤 불이 났다. 진압에 나선 소방관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 가던 추 지사는 일정을 취소하고 화재 현장으로 향했다.

추 지사는 현장에서 "우리 동료 소방관들 두 분이 빠르게 치료를 받고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경기도도 신경을 쓰겠다"며 "뭐라고 참 위로드릴 말씀이 없다. 이렇게 빠르게 대처를 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했다. 추 지사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현장 분위기는 냉랭했다. 소방관들은 추 지사의 위로에 대꾸하지 않았다.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한 소방관은 추 지사를 등진 채 눈물을 쏟았다. 추 지사는 소방관들과 제대로 대화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건비만 하더라도 2027년에 1조1000억원을 잡아먹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칠흑 같은 화마 속으로 가장 먼저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목숨 값이 고작 '빨대'냐"고 반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추 지사가 사과할 때까지 경기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노조 반발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추 지사는 "그런 얘기 하지 말라"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날 선착대로 투입된 김진석 소방위는 불길에 고립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김진석 소방위는 치료를 받다가 이날 오전 0시55분께 끝내 숨졌다.

버티던 추 지사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추 지사는 이날 오후 순천향대 부천병원 장례식장에서 김진석 소방위를 조문했다. 추 지사는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이 자리를 빌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현장에서 답하지 않은 데 대해선 "그 자리에서 드릴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사과를 안 하겠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추 지사는 사과하기 전까지 여야 양쪽에서 난타를 당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소속 도지사의 발언으로 상처를 받으신 소방관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도 당을 대신해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당사자에게도 깊은 자성 어린 사과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당 소속 공직자들의 이런 부적절한 발언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깊은 숙의를 거쳐서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5선의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국민, 소방인들은 추 지사의 명확한 사과를 기다린다"고 압박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6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의 한 공장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8분께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한 4층짜리 금속부품 도장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진화에 투입된 소방대원 5명 등 7명이 다쳤다. 이 중 2명은 연기흡입으로 중상을 입어 병상으로 이송됐다. / 뉴스1

국민의힘은 더 거칠게 몰아붙였다. 장동혁 대표는 "소방관의 순직 앞에, 등 돌린 소방관의 눈물 앞에,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추 지사의 망언은 7만 소방공무원과 국민을 향한 명백한 인격 모독이자 언어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조용술 대변인은 민주당이 대신 사과한 걸 두고 "이게 무슨 황당하고 비겁한 정치냐"라고 했다.

여권 내부의 시선까지 한없이 싸늘한 데는 이유가 있다. 추 지사는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선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왔다. 추 지사가 김지용 청장을 '친윤 검사'라고 몰아세우자 이 대통령은 "억지 주장이라면 그건 비판이 아니라 비방이고, 국정에 대한 조언이 아니라 국정 방해"라고 받아쳤다. 김 대표도 추 지사를 향해 "절제가 필요하다"며 여러 차례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16일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그분들에게 천금을 준들 아깝겠나"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발언을 두고 추 지사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진석 소방위의 장례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경기도청장(葬)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19일 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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