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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총기난사범 사형 생중계 방침에 미 안팎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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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가 2009년 텍사스주 포트후드 육군기지 총기난사범 니달 말릭 하산의 총살형 집행 장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안팎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과 종교계, 국제기구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마저 생중계가 실제로 이뤄질지 의문을 나타냈다.

밴스 부통령은 9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그게 실제로 이뤄질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만약 생중계로 진행된다면 나는 시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밴스 부통령은 "처형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무엇이든 간에 그가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자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하산의 범행을 두고 “9·11 테러를 제외하면 미국 본토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은 가톨릭으로 개종한 신자다. 가톨릭은 오랫동안 사형제에 반대해 왔다.

생중계 방침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입에서 처음 나왔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7일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극우 성향 팟캐스트 진행자 잭 포소비엑과 인터뷰하면서 "하산은 군인들로 구성된 총살대에 의해 처형될 것이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 / 밴스 부통령 엑스(X)

그는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겠다"며 "사람들은 이런 일에 심각한 결과가 따른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는 8일 "장관의 말이 맞다. 생중계될 것이다. 세부 사항은 추후 알리겠다"고 공식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생중계 여부에 대해 "그들(국방부)이 그 문제를 결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죽게 될 것이다. 총살형으로 죽게 될 것"이라며 "그가 어떻게 가든 상관없다. 가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중계를 직접 볼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형 생중계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백악관이 생중계에 반대하는 의원들과 동맹국, 종교 지도자들의 우려를 경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산의 사형 집행일은 오는 12월 3일 오후 1시로 예정됐다. 장소는 사건이 벌어진 포트후드다. 생중계가 현실화하면 미군 당국이 사형 집행 장면을 인터넷으로 내보내는 첫 사례가 된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공화·노스캐롤라이나)은 "역겹기 짝이 없다"며 "공개 처형은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억압적인 독재 국가들이 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틸리스 의원은 헤그세스 장관 인준 때 찬성표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존 커티스 상원의원(공화·유타)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오락의 한 형태로서 처형에 대한 욕구를 기를 때 문명은 퇴락한다"며 "죽음을 방송하는 것은 우리를 깎아내리는 일이며 효과적인 억제책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커티스 의원은 이번 계획을 고대 로마의 유혈 구경거리에 빗대며 헤그세스 장관에게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공화·알래스카)은 국방부를 향해 "이 끔찍한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오스틴 스콧 하원의원(공화·조지아)은 하산의 사형 집행 자체는 지지한다면서도 처형을 생중계하는 것은 "지하디스트들이 하는 짓"이라고 꼬집었다.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이런 야만적인 관행을 따르는 나라는 세계에 거의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민주·코네티컷)은 생중계 계획을 "역겹고 중세적"이라고 표현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마크 켈리 상원의원(민주·애리조나)은 하산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공개 처형을 이란, 탈레반과 비교하며 미국이 이런 일과 엮여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폴 코클리 미국 가톨릭주교회의 의장(대주교)은 9일 성명을 내고 "충격과 깊은 슬픔 속에 이 결정을 접했다"고 밝혔다. 코클리 대주교는 생중계 결정이 "죽음의 문화를 조장하는 야만적인 행위"라며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처형을 생중계하는 것은 사실상 공개 처형에 해당한다며 고문 금지라는 절대적 원칙을 어기는 일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저스틴 마졸라 국제앰네스티 연구원은 사형 자체가 인권 침해이며 이를 생중계하면 잔혹성을 더욱 키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서 최소 17건의 공개 처형이 집행됐다. 이란이 11건, 아프가니스탄이 6건이었다.

정작 사형을 집행해야 할 미 육군은 갑작스러운 발표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미 국방부와 육군 내부의 상당수 인사들이 헤그세스 장관의 인터뷰를 보고서야 공개 처형 방침을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규정상 군 사형 집행을 참관할 수 있는 사람은 사형수 가족과 피해자 유족, 언론 대표, 군종 성직자 등으로 제한돼 있다. 헤그세스 장관과 애덤 텔레 육군장관 직무대행,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 측이 '공개'의 의미를 생중계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총살대에 참여할 병사들을 어떻게 선발할지, 병사들의 신원을 어떻게 가릴지 모두 미지수다. 병사들이 처형 참여를 거부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여러 차례 중동에 파병됐던 한 육군 장교는 휠체어에 앉은 사람을 쏘는 장면을 지켜봐야 하는 병사들에게 오랜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상이 어디서 송출될지를 놓고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처형 장면이 지상파 방송으로 나가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며 이후 조치는 헤그세스 장관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유튜브와 메타, 엑스는 생중계 허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틱톡은 총격을 포함한 잔혹한 폭력 영상을 금지하는 자사 정책을 거론했다.

법적으로 생중계를 막을 길은 좁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사법 전문가인 브레너 피셀 빌라노바대 로스쿨 교수는 외신 인터뷰에서 "하산 말고는 누가 (소송) 자격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셀 교수는 ‘18세 미만은 사형 집행을 참관할 수 없다'는 육군 규정을 근거로 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할 여지는 있다고 봤다. 그는 "생중계를 참관으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생중계는 규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반면 유진 피델 예일대 로스쿨 객원강사는 부모를 내세운 소송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하산 본인은 연방지방법원에 인신보호 청원을 낼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산이 집행을 막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설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사형 집행이 영상으로 중계된 전례는 극히 드물다. 티머시 맥베이는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폭탄 테러로 사형을 선고받은 뒤 자신의 처형을 전국에 방송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인터넷 중계를 하겠다며 소송을 냈지만 연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맥베이에 대한 약물 사형은 2001년 생존자와 유족 등 제한된 인원에게만 폐쇄회로 TV로 공개됐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하산은 육군 소령이자 정신과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2009년 11월 5일 포트후드 기지에서 파병 전 신체검사를 받으려 모여 있던 병사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이 사건으로 13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하산은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며 함께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될 예정이던 병사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진술했다. 탈레반과 그 지도자들을 미군으로부터 보호하려 했다는 진술도 했다. 그는 2013년 장교 13명으로 구성된 배심 재판부로부터 계획 살인 13건과 살인미수 32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만장일치로 사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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