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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강경파 정면 비판, 검찰개혁 주도권 확보 의지
투데이신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기고문을 공유하면서 “순수한 급진성도 문제이겠지만,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 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개혁 내세우며 내부 공격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표현이 상당히 직설적입니다. 특히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 요구’라는 대목은 개혁 노선의 차이를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세력의 정치적 동기와 자질까지 문제 삼은 것으로 강경파의 적잖은 반발이 예상됩니다.
강경파의 정치적 열정과 정의감을 개인의 출세와 맞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는 이 대통령의 현 정국 인식은 향후 검찰개혁 과정에서 더 이상 이들과 타협이나 협치를 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조 전 교육감의 기고문 가운데 “혁명을 위해 동지를 치는 것이 아니라, 동지를 치는 일 자체가 혁명이 돼 버린다”는 대목도 인용했습니다.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이 어느 순간 내부의 경쟁자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앞서 지난 5일에도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빙자하여 사심으로 인사와 구체적 수사·공소 업무까지 좌지우지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12일에는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개혁의 이름으로 개혁을 방해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이 대통령이 여권 내부의 모든 강경파를 일률적으로 상대하기보다 대화와 협력이 가능한 인사들과는 관계를 복원하면서도 인사와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불충 세력’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 이른바 ‘분리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정 전 대표와의 회동이 강경파 전체를 향한 화해의 신호가 아니라 여권 내부의 갈등을 관리하면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정치적 포석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처음에는 개혁의 방법론을 둘러싼 문제 제기를 했지만 이제는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의도까지 직접 겨냥하고 있습니다. 비판의 강도와 범위가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왜 이처럼 강경파와의 정면충돌을 피하지 않는 것일까요.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그 배경에는 보다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검찰개혁의 주도권 문제입니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이끄는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빠르고 강도 높게 개혁을 추진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개혁의 속도와 방법, 그리고 인사권을 누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느냐는 것입니다.
여권 강경파는 검찰개혁의 완결성을 강조하면서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 등에 반발해 왔습니다. 검찰 출신 인사가 새로운 수사기관의 수장을 맡는 것이 과연 개혁의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문제 제기입니다. 검찰개혁의 본래 목적이 검찰권력의 분산과 통제에 있는 만큼 새 기관의 인사 역시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대통령과 강경파의 시각 차이가 드러납니다. 강경파가 개혁의 순도와 명분을 우선한다면 대통령은 개혁 이후 제도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수사기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형사사법체계에 혼란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결국 대통령에게 돌아갑니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지지율 회복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부동산 문제를 비롯한 민생 현안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여권 내부의 검찰개혁 논쟁이 장기화한다면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파의 요구를 계속 수용하는 것이 반드시 지지율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오히려 대통령이 자신의 인사권과 정책 결정권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위험이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강경파의 주장에 일일이 반박하면서 자신의 개혁 논리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강경파에 맞서 개혁의 정당성을 방어하는 동시에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 대통령은 강경파와의 갈등을 피하는 것보다 갈등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개혁 방향을 분명히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대로 밀리면 강경파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게 될 뿐만 아니라 검찰개혁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고, 지지율 회복의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는 3중의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선거가 임박했다면 당내 갈등을 줄이고 지지층 결집을 우선했겠지만 지금은 일정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정비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선거 일정은 충돌을 감수할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일 뿐 이 대통령이 정면돌파를 선택한 직접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 달 새 강경파의 주장을 잇따라 공개 반박했습니다. 인사와 수사·공소 업무에 대한 부당한 개입 가능성까지 직접 지적한 상황에서 이제 와 물러서거나 인사에서 양보하면 그간의 발언이 무색해집니다.
더 큰 문제는 선례입니다. 대통령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개혁의 명분을 내세워 집단 반발을 통해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다른 국정 현안에서도 같은 압박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지금 물러서는 것이 당장의 충돌보다 더 큰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내년 재보궐선거를 고려하면 지금이야말로 갈등을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선거가 임박한 뒤에야 내부 갈등을 수습하려 한다면 오히려 더 큰 부담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 일정을 여유로 읽든 촉박함으로 읽든 강경파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결론은 같습니다.
물론 위험도 분명합니다. 충돌이 길어지면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고 여권 균열이 커질 수 있으며, 강경 대응이 반발 세력의 결집을 부르는 역효과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는 것은 현재로서는 후퇴보다 정면돌파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당장의 지지율에 연연하기보다 개혁 성과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국정 동력을 회복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습니다.

갈등을 덮어두지 않고 자신의 논리를 공개적으로 설명하며 상대 주장을 반박하는 길을 택한 것은 그 자체로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다만 이런 대응이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강경파의 주장에도 검찰권력의 부활을 막고 새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중요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강경파의 동기를 비판한다고 해서 그들이 제기한 제도적 문제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강경파 역시 개혁의 순도에만 집착해 대통령의 인사권과 정책 결정권을 무조건 부정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대통령에게도 남은 과제가 있습니다. 강경파와의 논쟁에서 정치적으로 이기는 것과 검찰개혁을 성공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강경파를 제압하더라도 새 수사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거나 국민이 개혁의 성과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대통령에게 돌아갑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강경파를 제압하거나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인식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진보진영의 갈등과 분열은 이념이나 가치의 차이라기보다 노선의 선명성과 정통성을 둘러싼 경쟁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같은 목표를 공유하면서도 누가 더 원칙에 충실한가를 따지는 순간 이견은 조율의 대상이 아니라 배신의 증거로 바뀌고 집권 여부와 상관없이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됐습니다.

진보진영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몇몇 지엽적인 문제만을 가지고 검찰개혁 어젠다 전체의 성공을 뒤엎어버리는 일종의 알박기 정치라고 보는 것 같다”라면서 “지금까지 도출해낸 검찰개혁만으로도 가장 혁신적이고 거대한 변화라는 점에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하지만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 등 몇몇 작은 이슈에 검찰개혁 전체가 매몰되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중수청도 출범했기 때문에 더 이상 진영 간 대립과 경쟁은 소모적이라고 보고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할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강경파와 친문진영 일부 유튜버들의 공세가 선을 넘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더 이상 그들을 설득해서 동행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제 각자의 길을 가자’는 시그널이 최근의 작심 공격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되찾아야 할 것은 강경파와의 싸움에서 이길 권위가 아니라 국민에게 개혁의 성과를 보여줄 국정 주도권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경파와의 갈등을 정리하는 것은 그 출발점일 뿐입니다.
내부의 반대 세력을 제압하는 것 자체가 개혁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됩니다. 이 대통령이 평가받아야 할 지점은 국정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끌고 실질적인 개혁 성과를 만들어냈느냐에 있는 것이지 강경파와의 싸움에서 몇 대 몇으로 이겼다는 스코어보드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