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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혈액세포, 20세 미만 줄기세포로 전환
알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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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today = 김상원 의학전문기자] 80세 노인의 혈액세포를 분자적 나이가 20세 미만인 줄기세포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포의 노화 시계를 되돌리는 과정이 확인되면서 노화와 신경퇴행성질환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됐다.

독일 본대학교(University of Bonn)와 본대학교병원 공동 연구진은 사람의 혈액세포를 신경줄기세포로 직접 전환하는 과정에서 세포의 후성유전학적 나이가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ging Cell에 발표됐다.

인체의 세포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노화 관련 변화를 겪는다. 특히 DNA의 염기서열 자체는 변하지 않더라도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축적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를 분석하는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이용해 세포의 분자적 나이를 측정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신생아부터 101세 고령자까지 총 15명의 기증자로부터 얻은 적혈구 전구세포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SOX2와 cMYC라는 두 가지 전사인자를 이용해 혈액세포를 유도 신경줄기세포(iNSC)로 직접 전환했다.

신경줄기세포는 신경세포 등으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로, 향후 신경계 질환 연구와 재생의학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특히 이번 연구는 혈액세포를 먼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전환하는 기존의 2단계 방식과 달리 신경줄기세포로 직접 재프로그래밍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분석 결과 세포의 후성유전학적 나이가 크게 감소했다. 80세 기증자의 혈액세포에서 만들어진 신경줄기세포는 분자적 나이가 20세 미만으로 나타났다. 또 신경줄기세포로 전환된 초기 단계에서는 후성유전학적 나이가 기증자 실제 나이의 평균 약 13% 수준으로 감소했다. 세포 배양이 진행된 후기 단계에서는 약 5% 수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특히 세포의 노화 지표가 한꺼번에 초기화되는 것이 아니라 수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감소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기존 유도만능줄기세포 재프로그래밍에서는 노화 지표의 초기화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번 직접 전환 방식에서는 약 50일에 걸쳐 대부분의 노화 관련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사라졌으며, 이러한 과정은 100일 이상 추적할 수 있었다.

연구를 이끈 본대학교병원 재건신경생물학연구소의 올리버 브뤼스틀레(Oliver Brüstle) 교수는 이러한 느린 변화가 세포 회춘의 기전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화 지표가 점진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어떤 유전자와 물질이 세포의 회춘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지 보다 자세히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분자적 나이뿐 아니라 실제 세포 기능과 관련된 노화 징후도 조사했다.

그 결과 고령 기증자의 혈액세포에서 만들어진 신경줄기세포는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자가포식 작용, 세포 노화 관련 지표 등에서도 젊은 세포와 유사한 특성을 나타냈다. 특히 87~101세 기증자에게서 유래한 세포에서도 주요 노화 관련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단순히 후성유전학적 시계의 수치만 감소한 것이 아니라 일부 세포 기능에서도 젊은 세포와 유사한 특성이 회복됐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노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신경퇴행성질환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고령자의 세포를 젊은 상태의 신경줄기세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분자적 변화를 분석하면 신경세포 노화의 기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세포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실제 사람의 신체 나이를 되돌리거나 노화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데 성공한 것은 아니다. 또 후성유전학적 나이가 감소했다고 해서 세포의 모든 노화 특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향후 세포 회춘을 조절하는 분자적 기전을 규명하고, 이러한 기술이 신경퇴행성질환 연구와 재생의학 분야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고령자의 혈액세포에서도 노화 관련 분자적 변화를 크게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세포 노화와 회춘의 생물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새로운 연구 모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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