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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지지와 보편 인권,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가치
최보식의언론
혹은 권위주의자들 편에 선다는 사실에서 그렇다.
이 역설은 대한민국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떠올리면 더 선명해진다. 1950년 6월, 이 나라는 지도에서 사라질 뻔했다. 그것을 막은 것은 유엔의 결의와 그 깃발 아래 모인 스물두 개 나라였다. 16개국이 전투병을, 6개국이 의료지원단을 보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지도에서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집단행동이 지켜낸 나라이며, 그 존재 자체가 하나의 빚이다.
이후의 역사도 같은 질서 위에서 전개되었다. 개방된 시장이 수출 주도 성장을 가능하게 했고,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언어가 민주화 운동에 무기를 쥐여주었다. 진보는 그 언어를 누구보다 능숙하게 구사하며 성장했다. 그런데 바로 그 진보가 그 질서를 만든 서구에 대해서는 뿌리 깊은 냉담함을 보인다.
북한 문제가 그 시험대다. 문재인 정부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졌고, 2019년에는 귀순 의사를 밝힌 어민 두 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국내에서 인권을 말할 때의 단호함은 평양 앞에서 침묵으로 바뀌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보편적 가치라면, 그 가치가 휴전선에서 멈춰야 할 이유는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반응은 더 많은 것을 드러낸다. 침략의 원인을 나토 확장에서 찾는 서사가 진보 진영 일부에서 쉽게 받아들여졌고,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신중론이 앞섰다. 북한군이 러시아 전선에 투입된 뒤에도 그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대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2년 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이재명)는 침략당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렸고, "경험 없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어 러시아를 자극했다"며 타국의 지도자를 깎아내렸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수도를 떠나지 않았고, 후퇴하는 대신 반격을 성공시켰다. 그는 서방에서 처칠에 비견되는 위상을 얻었다. 이후 젤렌스키는 서방 각국 의회에서 화상연설을 이어갔고, 가는 곳마다 기립박수와 깊은 경의로 맞아졌다. 유독 한국 국회만이 예외였다. 연설장은 빈자리가 더 많았고, 그 장면은 해외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제 집권 여당의 중진의원(김병주)은 젤렌스키를 대한민국을 모독한 인물로 규정하고, 그에게 감사를 표한 야당의원(나경원)을 매국노로 몰아세웠다. '이완용'까지 불러낸 그의 언어는 정치적 비판의 범위를 넘어선다. 이 발언은 머지 않아 유럽 각국에도 전해질 것이다. 그때 그들은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기억하게 될까. 그리고 민주당은 훗날 이 시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22년의 우크라이나와 1950년의 대한민국은 같은 구조 위에 서 있다. 강대국을 등에 업은 이웃의 침략, 그리고 국제사회가 응답하느냐의 문제다.
침략당한 쪽이 상대를 자극했다는 논리를 1950년에 적용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이며,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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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나경원 의원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보내는 감사 편지다.
친애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께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대한민국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으로서 북한군 포로 리모씨와 백모씨의 자유 의사를 존중하여 한국행을 허용한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의 대승적 결정을 환영하며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우리는 보편적 인권과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근거한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의 북한군 포로 문제 처리가 우크라이나 국민이 선출한 국가원수이자 군통수권자로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2014년 2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뒤이은 돈바스 일대 점령, 그리고 2022년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는 수도 키이우에 남아 항전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젤렌스키 대통령 이하 우크라이나 국민은 4년 7개월이 넘게 러시아의 무자비한 침략전쟁에 맞서 크나큰 희생을 감수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숭고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우크라이나 국민은 자유와 독재를 가르는 최전선에서 자유(freedom)는 공짜(free)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도 서울로부터 불과 60km 북쪽에 그어진 자유와 독재를 가르는 선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국제법과 보편적 인권이 유린되고, 정글의 법칙만이 판을 치는 무법 시대가 온다면 오늘은 우크라이나의 차례이지만 내일은 대한민국의 차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들과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우크라이나 국민과 연대하는 이유입니다.
76년 전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민족 정체성 말살을 위해 우리 말 사용조차 탄압받던 가혹한 일제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된지 5년, 공산세력의 반대를 극복하고 국민이 선출한 최초의 민주 정부가 수립된지 2년만에 소련과 중공의 지원을 받은 북한군의 불법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의 참화를 통해 자유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6.25전쟁 말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으로의 송환을 반대했던 ‘반공 포로’를 일방적으로 석방시켜 가며 포로 개개인의 자유 의사에 따른 처리 원칙을 관철시키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북한은 미송환 국군포로 수만 명을 평생 탄광 등에서 강제노역을 시켰고, 1990년대 후 탈북에 성공하여 귀환한 80명을 제외한 대부분은 북한의 산간 오지에서 죽어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는 지난 수년간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군 포로의 안위를 걱정하며 이들의 송환을 위해 러시아와의 포로 교환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군 포로 2명을 송환해 주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국민 수천 명을 석방하겠다는 파격적 제안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자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할 무한 책임이 있는 한 나라의 지도자가 이러한 제안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입장을 바꿔 우리 정부가 적국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석방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적국 포로의 자유 의사를 존중하여 제3국으로 보낼 수 있었을지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생명과 인권은 고귀하며, 한 사람의 목숨을 도구화하거나 희생시켜 다른 사람의 목숨과 맞바꿀 수 없다는 원칙은 한국과 우크라이나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공유하는 가치입니다. 자유·민주주의·인권·법의 지배와 같은 보편적 가치는 준수하기 가장 어려운 순간에 준수할 때 가장 진정으로 빛을 발휘합니다. 북한군 포로 리모씨와 백모씨를 한국으로 보낸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의 선택은 우크라이나가 왜, 무엇을 위해 러시아의 불법 침략에 맞서 싸우고 있는지를 만천하에 보여줬습니다.
지난 9월 24일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밝힌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는 왜 북한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께서도 얘기했듯이 북한 정권은 이들의 자유를 빼앗고, 선택할 권리를 빼앗고, 무슨 일이 있어도 죽어야 한다고 주입시켰습니다. 북한군 포로 리모씨와 백모씨도 북한 정권에게 세뇌당한 노예로 김정은에게는 화폐처럼 써버리면 그만인 존재입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게 북한 사람들은 그저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며,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로부터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군 포로 리모씨와 백모씨에게 대한민국에서 새롭게 살아갈 새 생명을 부여한 고심 끝에 내린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의 결정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며, 이를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나경원 젤렌스키, #나경원 김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