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 읽음
간암에 전기 소작술·CAR-NK 면역세포치료 병합했더니 항암 효과 증가
알파경제최신 의학 정보와 근거 중심의 검증 과정을 바탕으로 독자 여러분께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건강 정보를 제공합니다.

성균관대학교 융합생명공학과 박우람 교수 연구팀은 비가역적 전기천공술(irreversible electroporation·IRE)과 키메라 항원수용체 자연살해세포(CAR-NK) 치료를 결합해 간세포암의 종양 억제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치료전략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는 박주동·신하은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진은 전기천공술이 종양 주변의 면역환경을 변화시키고 CAR-NK 세포의 항암 작용을 강화하는 분자적 기전도 규명했다.
간세포암은 간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간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악성종양으로, 전 세계적으로 암 관련 사망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이나 고주파 열치료, 간이식 등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거나 재발한 경우 치료가 어려워진다.
최근에는 면역관문억제제와 표적항암제 등을 활용한 전신치료가 발전하면서 진행성 간암 환자의 치료 선택지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치료 도중 내성이 발생한다.
특히 간세포암은 종양 주변에 면역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환경이 형성돼 있어 면역치료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이를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이라고 한다.
종양 미세환경은 암세포뿐 아니라 면역세포와 혈관, 섬유아세포, 세포외기질, 다양한 신호전달 물질 등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환경은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 항암제에 대한 반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일부 종양에서는 면역세포가 암세포 주변으로 충분히 이동하지 못하거나, 종양에 도달하더라도 면역 억제 신호로 인해 항암 기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면역세포 자체의 공격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고형암 치료에서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종양 미세환경을 먼저 변화시킨 뒤 면역세포치료를 시행하는 전략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에서 활용한 비가역적 전기천공술은 고전압의 짧은 전기 펄스를 종양 조직에 전달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치료기술이다.
전기자극으로 세포막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이 발생하면 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이 유지되지 못하고 결국 세포가 사멸한다.
이 치료법은 고온으로 종양을 파괴하는 기존 열 소작술과 달리 비열성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주변 혈관이나 담관 등 중요한 구조물에 대한 열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비가역적 전기천공술은 이미 일부 고형암 치료에 임상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모든 간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전기천공술의 역할이 단순히 종양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기천공술로 암세포가 손상되면 종양 주변에 다양한 면역 신호물질이 방출될 수 있다.
대표적인 물질이 손상 관련 분자 패턴(damage-associated molecular patterns·DAMPs)이다.
이 물질들은 세포 손상이나 사멸 과정에서 방출돼 주변 면역세포에 위험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 면역세포를 특정 부위로 이동시키는 케모카인(chemokine)의 분비도 증가할 수 있다.
케모카인은 면역세포의 이동과 분포를 조절하는 신호 단백질로, 종양 내부로 면역세포를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비가역적 전기천공술을 시행한 간암 조직에서 이러한 면역 관련 신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전기천공술 이후 종양 내 케모카인의 발현이 증가했으며, 특히 CX3CL1이 자연살해세포의 유입을 촉진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NK세포)는 선천면역계에 속하는 면역세포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비정상적인 암세포를 인식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전기천공술로 변화한 종양 미세환경이 NK세포가 종양 내부로 이동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 면역세포치료의 주요 한계 가운데 하나인 종양 침투 부족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전기천공술이 암세포 자체의 면역치료 민감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분석 결과 전기천공술을 받은 간암세포에서는 세포 내부의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ROS)이 증가했다.
활성산소종은 세포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반응성이 높은 산소 관련 물질이다.
적정 수준에서는 세포 신호전달에 관여하지만 과도하게 증가하면 세포막과 단백질, DNA 등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전기천공술로 증가한 활성산소종이 살아남은 간암세포를 NK세포의 공격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전기천공술은 종양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동시에 남아 있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에 의해 더 쉽게 파괴되도록 만드는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전을 활용해 전기천공술과 CAR-NK 세포치료를 결합했다.
CAR-NK 세포치료는 자연살해세포에 특정 암세포를 인식하는 키메라 항원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CAR)를 발현시켜 항암 능력을 강화하는 기술이다.
키메라 항원수용체는 암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특정 단백질을 인식하도록 설계된 인공 수용체다.
이를 발현한 NK세포는 표적 단백질을 가진 암세포를 보다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다.
CAR-NK 치료는 CAR-T 세포치료와 함께 차세대 세포면역치료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CAR-T 세포치료는 일부 혈액암에서 이미 임상적 효과가 입증됐지만, 고형암에서는 치료세포의 종양 침투와 면역 억제 환경 등으로 인해 성과가 제한적이다.
CAR-NK 세포 역시 고형암 치료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종양 내부로 충분히 이동하지 못하거나 항암 기능이 억제되는 문제가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간세포암에서 발현되는 글리피칸-3(glypican-3·GPC3)을 표적으로 하는 CAR-NK 세포를 제작했다.
GPC3는 일부 간세포암에서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세포 표면 단백질로, 간암을 표적으로 하는 면역치료 연구에서 중요한 후보 항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지질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LNP)를 이용해 NK세포에 GPC3를 인식하는 CAR 유전정보를 전달했다.
지질나노입자는 지질 성분으로 구성된 미세한 입자로, RNA와 같은 유전물질을 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데 활용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DOTAP 성분을 활용한 지질나노입자를 통해 CAR를 암호화하는 메신저RNA(mRNA)를 NK세포에 전달했다.
이를 통해 GPC3를 인식하는 CAR-NK 세포를 제작하고, 전기천공술과 병합했을 때의 항암 효과를 평가했다.
연구 결과 두 치료를 결합한 경우 전기천공술이나 CAR-NK 세포치료를 단독으로 적용했을 때보다 종양 억제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다.
세포실험에서는 전기천공술을 받은 간암세포가 CAR-NK 세포에 의해 더욱 효과적으로 제거됐다.
이는 전기천공술로 암세포의 면역치료 민감도가 높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또 여러 전임상 간암 모델에서 병합치료를 적용한 결과 종양 성장이 뚜렷하게 억제됐다.
일부 모델에서는 종양이 현저하게 감소했으며, 치료받은 동물의 생존기간도 개선됐다.
연구진은 병합치료가 종양 미세환경을 변화시키는 효과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효과를 동시에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전기천공술은 면역세포가 종양 내부로 이동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CAR-NK 세포는 GPC3를 발현하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전기천공술로 유도된 활성산소종 증가가 남아 있는 암세포의 면역치료 민감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상호보완적인 작용이 병합치료의 항암 효과를 강화하는 주요 기전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기천공술과 CAR-NK 세포치료의 병합이 단순히 두 치료 효과를 더하는 수준을 넘어 상승적인 항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됐다.
특히 종양 내부로 면역세포를 충분히 유도하지 못하는 고형암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우람 교수는 이번 연구가 이미 임상에 활용되고 있거나 임상 적용을 앞두고 있는 기술들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가역적 전기천공술과 지질나노입자 전달기술, CAR-NK 세포치료를 결합해 종양의 국소 면역환경을 개선하고 정밀한 세포면역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접근이 향후 임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병합치료 전략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간세포암뿐 아니라 면역 억제 환경으로 인해 치료가 어려운 다른 고형암에도 응용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고형암은 암세포를 둘러싼 복잡한 조직 구조와 면역 억제 신호로 인해 면역세포가 충분히 침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종양 미세환경을 먼저 변화시키고 이후 표적 면역세포치료를 시행하는 전략은 다양한 암종에서 연구할 가치가 있다.
특히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한 난치성 고형암에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단서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를 실제 간암 환자의 치료 효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는 세포실험과 동물실험 등을 이용한 전임상 연구로, 사람을 대상으로 병합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한 임상시험은 아니다.
따라서 동물실험에서 종양이 감소하고 생존기간이 연장됐다는 사실이 실제 간암 환자의 생존율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전기천공술이 종양 미세환경을 변화시키는 효과는 암의 종류와 크기, 위치, 조직 특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GPC3 역시 모든 간세포암에서 동일한 수준으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표적 항원의 발현 정도에 따른 치료 반응 차이도 검토해야 한다.
CAR-NK 세포가 인체 내에서 얼마나 오래 생존하고 항암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과제다.
지질나노입자를 이용한 유전자 전달기술의 효율성과 안전성, 반복투여 가능성 역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전기천공술과 면역세포치료를 병합할 때 가장 효과적인 치료 순서와 간격, 적정 용량을 결정하는 연구도 요구된다.
특히 간암 환자는 간경변이나 만성 간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할 때 간 기능과 전신상태를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
연구진은 전임상 모델에서 전신 독성 없이 항암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고했지만, 사람에게서도 동일한 안전성이 확보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초기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적절한 치료 조건을 확인하고, 이후 기존 치료와 비교한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기존의 국소 종양 제거 기술을 면역세포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전기천공술이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동시에 면역세포의 종양 침투를 촉진하고 남은 암세포를 면역 공격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기전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향후 이러한 병합치료 전략을 발전시켜 간세포암을 비롯한 난치성 고형암에서 면역세포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