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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만 받으면 세균·바이러스 제거…병원용 '자가 소독 섬유' 개발
알파경제
스페인 발렌시아공과대학교(Universitat Politècnica de València·UPV)와 화학기술연구소(ITQ), 라페대학병원(La Fe University and Polytechnic Hospital) 공동 연구진은 가시광선에 반응해 항균 작용을 나타내는 자가 소독 면직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다양한 미생물에 대한 항균 효과를 확인한 데 이어 실제 병원 환자들의 병실에서 시험을 진행해 미생물 오염 감소 효과를 검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에 게재됐으며, 10월 8일 관련 내용이 발표됐다.
병원 내 감염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감염으로, 환자의 입원기간을 늘리고 치료비용과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중환자나 고령 환자, 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병원 환경에 존재하는 병원체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침구류와 환자복, 의료진의 근무복, 커튼 등 다양한 섬유제품은 환자와 의료진이 반복적으로 접촉하는 물품이다. 이러한 섬유 표면에는 세균이나 곰팡이, 바이러스 등 다양한 미생물이 부착할 수 있으며, 일부 병원체는 일정 기간 생존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는 세탁과 소독, 손 위생, 환경 청소 등을 통해 병원체의 전파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감염관리 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세탁과 소독은 일정한 간격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소독 이후 다시 발생하는 미생물 오염을 지속적으로 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진은 일상적인 실내조명에 노출되는 것만으로 미생물을 불활성화할 수 있는 기능성 섬유 개발에 주목했다.
이번에 개발한 자가 소독 면직물은 두 종류의 광활성 화합물을 섬유에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광활성 화합물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면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 화합물들이 가시광선에 노출되면 반응성이 높은 산소 물질을 생성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생성된 활성산소는 섬유 표면에 부착한 미생물의 세포 구조와 주요 구성성분을 손상시켜 미생물을 불활성화한다.
연구에 참여한 알베르토 블라스케스 모랄레하(Alberto Blázquez-Moraleja) 연구원은 두 광활성 물질이 빛에 노출되면 반응성이 높은 산소를 생성하고, 이 산소가 섬유에 부착한 미생물을 손상시켜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재의 특징은 별도의 자외선 살균장치 없이 일반적인 가시광선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일부 광촉매 항균 소재는 자외선이나 특수한 광원이 필요해 일상적인 실내 환경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반면 이번에 개발한 면직물은 일반적인 LED 조명과 같은 가시광선에 반응하도록 설계돼 병원 환경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먼저 실험실에서 세균과 곰팡이 등에 대한 항균 효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빛에 노출된 특수 면직물은 대장균(Escherichia coli)을 60분 이내에 완전히 불활성화했다.
또 장구균의 일종인 엔테로코쿠스 파이칼리스(Enterococcus faecalis)는 20분 이내에 완전히 불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균은 그람음성균에 속하며, 일부 균주는 요로감염이나 혈류감염 등 다양한 감염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엔테로코쿠스 파이칼리스는 그람양성균으로, 의료관련 감염에서 중요한 병원체 가운데 하나다.
연구진은 이러한 서로 다른 세균에 대해 항균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새로운 섬유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곰팡이에 대한 효과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3시간 이내에 미생물 수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칸디다 알비칸스는 사람의 피부와 점막 등에 존재할 수 있는 진균으로, 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는 침습성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섬유가 세균뿐 아니라 진균과 바이러스에도 작용할 수 있는 광활성 항미생물 소재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생물 종류에 따라 불활성화에 필요한 시간과 효과의 크기가 다를 수 있으므로 모든 병원체가 동일한 속도로 제거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팀은 실제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려면 항균 효과뿐 아니라 반복적인 세탁 이후에도 기능이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침구류와 환자복은 위생관리를 위해 빈번하게 세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항균 섬유는 표면에 결합한 항균 성분이 세탁 과정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이에 연구진은 개발한 면직물에 반복적인 세탁을 시행한 뒤 항균 기능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평가했다.
그 결과 20차례 세탁한 이후에도 항균 섬유에 적용되는 기준 수준을 웃도는 살균 효과가 유지됐다.
연구에 참여한 필라르 모야(Pilar Moya) 연구원은 반복적인 세탁 이후에도 상당한 항균 활성이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섬유제품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20회 세탁 후 효과가 유지됐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병원에서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동일한 성능이 유지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사용환경에서는 세탁 온도와 세제, 소독제, 마찰, 오염물질 등 다양한 요인이 섬유의 내구성과 항균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확인한 항균 효과가 실제 병실에서도 나타나는지 평가했다.
이를 위해 스페인 발렌시아의 라페대학병원에서 환자 12명이 입원한 병실을 대상으로 현장 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병실 내 서로 다른 두 위치에 개발한 특수 면직물을 설치했다.
한 곳은 빛에 비교적 잘 노출되는 침대 난간이었으며, 다른 한 곳은 빛이 적게 도달하는 매트리스 부위였다.
각 위치에는 일반 면직물도 대조군으로 설치해 미생물 오염 정도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48시간 동안 섬유 표면에 축적된 미생물의 양을 평가했다.
그 결과 빛에 노출된 특수 면직물에서는 일반 면직물보다 미생물 오염이 75%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접적인 빛이 충분히 도달하지 않는 위치에서는 미생물 오염 감소 폭이 25%에 그쳤다.
이는 새로운 면직물의 항균 효과가 빛의 노출 정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특히 그람양성균에 대한 효과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병실에서 진행한 시험에서 특수 면직물에 존재하는 그람양성균은 일반 면직물보다 77.5% 적었다.
그람양성균에는 포도상구균과 장구균 등 의료관련 감염에서 중요한 여러 병원체가 포함된다.
다만 이번 현장 시험에서 확인된 수치는 그람양성균 전체에 대한 오염 감소 결과로, 특정 내성균이나 개별 병원체에 대한 감염 예방 효과를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빛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미생물 오염이 크게 감소한 반면,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중요한 결과로 평가했다.
이는 해당 섬유를 실제 의료기관에 적용할 때 조명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야간에 조명을 어둡게 유지하는 병실이나 침대 아래, 접힌 침구 내부처럼 빛이 잘 도달하지 않는 부위에서는 항균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섬유가 모든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동일한 살균 효과를 나타낸다고 볼 수는 없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병원에서 빛에 자주 노출되는 섬유제품을 중심으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환자복과 의료진의 근무복, 침구류, 커튼 등 다양한 의료용 섬유에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각 제품에 적용하려면 섬유의 종류와 두께, 사용환경, 피부 접촉 정도 등에 따른 성능과 안전성을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량생산 가능성도 중요한 과제로 다뤄졌다.
연구진은 새로운 광활성 화합물을 면직물에 결합하는 공정이 기존의 섬유 가공기술에 통합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특수한 생산설비를 새로 구축하지 않더라도 기존 섬유 가공공정을 활용해 기능성 섬유를 제조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에 참여한 마릴레스 보네트(Marilés Bonet) 연구원은 병원과 의료기관에서 세균과 곰팡이, 바이러스의 존재를 줄일 수 있는 섬유를 개발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항균 소재가 사용이나 세탁에 따라 효과를 잃거나 내성 미생물과 관련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연구 방향이라고 밝혔다.
다만 새로운 광활성 섬유가 항생제 내성균의 발생이나 확산을 실제로 감소시킨다는 사실까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내성균을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실험과 실제 의료환경에서의 장기 평가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병원 내 감염 예방을 위한 새로운 기술적 접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기존의 세탁과 소독을 보완해 섬유 표면에 미생물이 축적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면 의료환경의 위생 수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를 실제 환자의 감염 위험 감소로 직접 연결해서는 안 된다.
연구진이 병실에서 평가한 것은 섬유 표면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양으로, 해당 섬유를 사용한 환자의 감염 발생률이나 입원기간, 사망률 등을 비교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미생물 오염이 75% 감소했다는 결과가 병원 내 감염 발생률이 75% 감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 이번 현장 시험은 환자 12명이 입원한 병실에서 48시간 동안 진행됐기 때문에 다양한 의료기관과 장기간의 실제 사용환경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실제 병원에서는 환자의 움직임과 체액 오염, 침구의 접힘, 세탁 및 소독 과정 등 다양한 요인이 항균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광활성 물질이 피부에 장기간 접촉했을 때의 안전성과 반복 사용에 따른 내구성도 상용화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또 가시광선이 충분히 도달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항균 효과가 감소할 수 있어 기존의 감염관리 절차를 대체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기존 세탁과 소독을 대신하기보다는 병원 환경의 미생물 오염을 줄이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별도의 자외선 장치 없이 일반적인 조명 아래에서 항균 기능이 활성화된다는 점은 실제 의료기관에 적용할 때 장점이 될 수 있다.
향후 대규모 병원 환경에서 장기간 사용했을 때의 항균 효과와 안전성, 경제성을 검증한다면 감염관리용 기능성 섬유의 활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는 병원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면직물에 광활성 기술을 적용해 세균과 곰팡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미생물 기능을 부여하고, 실제 병실에서 미생물 오염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환자의 감염 발생을 실제로 줄일 수 있는지는 추가적인 임상 및 현장 연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