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읽음
“고령자 보내 달라” 요구까지…‘파주 냉동창고 살인’ 범행 동기 알고 보니
위키트리
0
경기 파주의 한 카페 냉동창고에서 여성을 숨지게 한 30대 업주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수십억원대 위약금을 받아내기 위해 살인까지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판단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의 한 대형 카페 / 연합뉴스

뉴스1 등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는 피유인자살해와 유가증권위조·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로 카페 업주 A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1일 밝혔다. A 씨는 카페 등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생긴 고액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약 500억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위조해 판매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상품권 거래가 성사되면 매매대금을 챙기고 거래가 무산되더라도 수십억원 상당의 위약금 등을 받아낼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했다.
경기 파주시 문산읍 한 카페 옆에 설치된 냉동창고 모습. / SBS 뉴스 보도화면 캡처

검찰이 파악한 범행 시나리오는 상품권을 확인하러 온 사람을 살해한 뒤 상품권을 들고 잠적한 것처럼 꾸미는 방식이었다. A 씨는 상품권 확인자가 사라지면 매수자 측에 책임을 물어 거래대금이나 수수료 또는 거래 불발에 따른 위약금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위해 범행 약 한 달 전부터 상품권 매수자를 물색하고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인쇄소에서 5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 10만장을 인쇄해 약 500억원어치를 위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A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 파주시 문산읍 카페에 냉동창고 형태의 컨테이너를 마련하고 위조 상품권을 보관했다. 상품권 매수자 측에서 직접 물건을 확인하겠다고 하자 A 씨는 "고령자를 보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상품권을 확인하기 위해 피해자 B 씨가 카페를 찾았고 A 씨는 B 씨와 함께 냉동창고로 들어가 위조 상품권을 실제 상품권인 것처럼 보여준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이후 B 씨를 냉동창고 안에 남겨둔 채 밖으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냉동창고는 영하 25도로 설정돼 있었다. B 씨는 이곳에 약 27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B 씨의 사망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A 씨가 애초부터 상품권 확인자를 살해한 뒤 행방불명된 것처럼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이후 매수자 측에 B 씨가 상품권을 가지고 사라졌다는 취지로 주장해 상품권 거래대금이나 수십억원 상당의 위약금을 받아내려 했다는 게 검찰이 파악한 범행 구조다.
경기 파주시 문산읍 한 주택가에서 카페 사장인 40대 남성 A 씨의 차량이 보이고 있다. / MBC 뉴스 보도화면 캡처

A 씨는 수사 과정에서 살해할 의도가 없었고 자신만의 단독 범행도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주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A 씨가 공범이라고 지목한 사람들을 알기 전부터 제3자와의 통화에서 상품권 확인자를 살해하는 내용의 범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관련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하고 A 씨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대한 포렌식도 진행했다. 인터넷 검색 기록과 메시지 등을 분석한 결과 위조 상품권과 냉동창고를 미리 준비한 정황도 확인됐다. 반면 A 씨가 공범으로 지목한 인물들은 상품권이 위조됐다는 사실이나 상품권 확인자를 살해하려는 계획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달 A 씨를 피유인자살해와 유가증권위조·행사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 씨를 두 차례 추가 조사하고 범행 현장을 찾아 냉동창고의 설정 온도와 작동 방법 등을 확인했다.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포렌식 자료 등도 추가로 확보했다.

검찰은 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A 씨가 고액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위조 상품권 거래와 살인을 하나의 범행 계획으로 준비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의도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