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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과 매각이 부른 LCD 주도권 상실, 중국 굴기 자충수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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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20년 가까이 세계를 호령하던 액정표시장치(LCD) 주도권을 상실한 배경에는 기술 유출과 잇따른 생산라인 매각의 역사가 있다. 당시엔 위기 극복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중국 디스플레이 굴기에 날개를 달아준 자충수가 됐다.
기술 이전의 출발점은 2000년대 초반 현대전자 구조조정이다. 외환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던 현대전자는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 속에 2003년 LCD 사업 부문인 하이디스를 중국 신생 업체 BOE에 매각했다.

당시 기술력이 전무했던 BOE는 하이디스의 광시야각(FFS) 원천기술과 핵심 공정 자료 4300여건을 넘겨받았다. 기술을 흡수한 BOE는 2006년 하이디스를 부도 처리하고 철수하며 ‘먹튀’ 논란과 기술 유출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의 원천기술을 손에 쥔 BOE는 중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등에 업고 대형 생산라인 증설에 속도를 냈다. 원가 이하의 저가 물량을 쏟아내는 치킨게임을 주도하며 글로벌 LCD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해 나갔다.
중국의 물량 공세로 적자가 누적되자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은 매각을 통한 사업 철수 수순을 밟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중국 쑤저우 8.5세대 대형 LCD 공장을 TCL 자회사인 CSOT에 넘겼다. 매각 대금의 상당액으로 CSOT 지분 12.33%를 취득해 완제품 공급망을 묶어두는 방식을 택했다.

이어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사업장의 남은 생산라인을 정리하고 2022년 6월 TV용 대형 LCD 사업을 완전히 종료했다. 적자 사업을 털어내고 퀀텀닷(QD)-OLED 등 고부가가치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집중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LG디스플레이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2022년 국내 TV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2024년 9월 중국 광저우 8.5세대 팹을 CSOT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고 2025년 4월 2조2466억원의 대금을 확정하며 자산을 넘겼다.
정부 승인을 거쳐 광저우 공장까지 처분하면서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한국의 TV용 대형 LCD 생산 역사는 완전히 종지부를 찍었다. 확보한 현금으로 OLED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중국 기업에 최신 대형 생산 인프라와 양산 노하우를 고스란히 쥐어준 셈이 됐다.

하이디스 매각에서 시작해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와 LG디스플레이 광저우로 이어진 매각의 역사는 BOE와 CSOT 중심의 중국 과점 체제를 굳히는 결과를 낳았다. 중화권 패널사들은 글로벌 대형 LCD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며 완벽한 가격 결정권을 손에 넣었다.

이 선택의 대가는 고스란히 국내 TV 제조사의 원가 부담으로 돌아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용 LCD 패널의 대부분을 중화권에 의존하게 됐고, 최근 BOE와 CSOT 등이 판가 인상을 단행하자 완제품 수익성이 흔들리는 역설을 마주했다.

더 큰 문제는 LCD를 장악한 중국이 프리미엄 OLED 영역까지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BOE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OLED 특허 및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벌인 것은 과거 LCD의 악몽이 OLED에서도 반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 손실을 막기 위해 LCD 생산 기술과 거점을 넘겨준 선택은 결국 중국에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내주고 TV 생태계까지 흔드는 부메랑이 됐다”며 “LCD로 치른 비싼 수업료를 통해 첨단 제조업 인프라와 기술 안보는 결코 타협 대상이 될 수 없음을 OLED 산업에서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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