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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청년 추석, 가족 모임보다 휴식과 여행 선호
투데이신문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명절에는 가족이 함께해야 한다’는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귀성과 가족 모임을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일정과 취향에 맞춰 연휴를 보내고 가족을 만나는 방식 역시 기존의 명절 공식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명절 문화를 직접 마주하고 있는 청년들은 오늘날의 ‘추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귀성, 차례와 같은 전통적인 명절의 의미부터 휴식과 개인의 시간까지 청년들에게 직접 들어봤다.

청년들에게 명절은 더 이상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라는 의미에만 머물지 않았다. 귀성길에 올라 친척들을 만나고 차례를 지내는 전통적인 명절의 모습보다 긴 연휴를 활용해 부족했던 휴식을 채우거나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모(25)씨는 추석을 특별한 일정을 정해 보내기보다 평소 부족했던 휴식이나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기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3~4일씩 별도로 휴가를 내기가 쉽지 않은 만큼 긴 연휴가 아니면 여행 등 장기간의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신모(31)씨는 과거와 비교해 명절 자체에 대한 의미도 달라졌다고 답했다. 신씨는 “어린 시절에는 추석이면 가족과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송편과 전 등 명절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명절이라고 해서 별다른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며 “예전보다 친인척끼리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일 자체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모(31)씨는 추석을 ‘여행 가는 날’이라고 표현했다. 최씨에게 추석은 가족과 친척이 모이는 전통적인 명절이라는 의미보다 긴 연휴를 활용해 여행을 떠나거나 평소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에 가까웠다.
주모(31)씨는 “차례를 지내지 않으면서 명절이라고 해서 반드시 집에 모여야 한다는 제약도 사라졌다”며 “여행을 가기도 하고 명절 음식도 대부분 직접 만들기보다 사 먹게 됐다. 특히 매년 명절마다 음식을 준비하던 어머니의 부담이 줄었다는 점에서 달라진 명절 풍경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일부 청년들에게 추석은 ‘가족이 반드시 모여야 하는 날’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필요한 시간을 보내는 연휴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명절이라는 이유만으로 정해진 방식에 맞추기보다 자신의 생활과 상황에 따라 연휴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반면 추석을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는 날로 생각하는 청년도 있었다. 김모(31)씨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자주 얼굴을 보지 못했던 가족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날”이라며 “명절에는 맛있는 음식도 함께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다”고 말했다.
과거의 명절 풍경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금은 가족 구성과 생활 방식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풍경이 오히려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전모(23)씨는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명절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서먹했던 사촌들과 어울려 한바탕 낮잠을 자고 일어나 몽롱한 채 성묘를 가던 기억이 선명하다”며 “이제는 더 이상 산소를 찾지 않고 일 때문에 오지 못하는 친척들도 생기면서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풍경이 됐다”고 그리워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그저 평범한 명절 풍경으로 여겼지만 돌이켜보니 가족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소중했다는 것을 이제야 느낀다”고 덧붙였다.
신씨 역시 어린 시절 명절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길은 무척 힘들었지만 막상 도착하면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이 반갑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며 “가기 전에는 귀찮다는 생각도 했지만 돌아올 때는 오히려 아쉬운 마음이 커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심모(24)씨에게도 명절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심씨는 “과거에는 명절 당일이면 대가족이 빠짐없이 모여 함께 저녁을 먹었다”며 “가족이 워낙 많아 한 방에 모두 앉지 못하고 부엌까지 자리를 나눠 식사했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어 “대가족이 함께 차례상을 준비하고 친척들과 뛰어놀았던 기억도 많다”며 “추석은 평소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척들까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가족 만남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바라보는 추석의 모습은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려웠다. 누군가에게는 온전히 쉬고 싶은 연휴였고 누군가에게는 여행을 떠나는 기회였다. 반대로 가족과 친척을 오랜만에 만나는 시간을 여전히 추석의 중요한 의미로 꼽거나 과거의 대가족 명절을 그리워하는 청년도 있었다.
이처럼 청년들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하나의 정해진 공식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 과거처럼 대가족이 모두 모여 차례를 지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가족 구성원과 상황에 따라 만남의 규모와 방식, 명절을 보내는 시간까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씨는 “예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들과 모여 음식을 준비하고 차례를 지내는 규칙과 같은 것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틀 자체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명절’보다는 ‘연휴’로서의 의미가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씨 역시 “차례와 성묘의 의미가 퇴색해 가고 민족 대명절이라는 인식 역시 약해진 만큼 앞으로의 명절도 간소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는 만큼 명절의 모습이 직계가족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강모(27)씨는 “앞으로는 온 집안 식구들이 모두 모이는 것이 아니라 직계 가족들만 모이는 식으로 변할 것 같다”고 답했다.
김씨(25) 또한 “명절에는 가족끼리 모여 여행을 가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굳이 제사상을 차리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동을 들이며 명절을 보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반면 명절이 오히려 가족이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로서 오히려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씨는 “명절 문화가 변화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노동 형태가 다양해지는 등 여러 이유로 여러 가족이 모일 수 있는 날은 실상 명절뿐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편으로는 명절이 ‘온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명분’으로서 갖는 가치는 점점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짚었다.
결국 청년들이 바라보는 추석은 ‘가족이 모이는 날’과 ‘개인의 휴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라기보다 달라진 가족 형태와 생활 방식에 맞춰 그 의미와 방식을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까웠다.
차례와 귀성, 대가족 모임 등 전통적인 명절 풍경은 조금씩 옅어지고 있지만 가족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가는 명절의 기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명절의 의미보다 이를 실천하는 방식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