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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인협회 김영훈 수석 삶 담은 뮤직비디오 공개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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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해 현장에서 버티는데 정작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다는 게 참 아이러니했습니다.”

지하 약 100m 아래에서 터널을 만드는 김영훈 삼호개발 수석에게 일터는 가족을 위해 버티는 곳이자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곳이었다. 영상통화로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어렵게 돌아간 집에서 아이가 자신을 낯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평소 꺼내기 어려웠던 그의 이야기가 이번에는 랩 가사가 됐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가 제작한 뮤직비디오 ‘건썰의 바이브-뚫는남자(Break Through)’는 김 수석의 삶을 음악으로 담은 영상이다. Mnet ‘쇼미더머니’ 출신 래퍼 2Key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지난 15일 유튜브에 공개돼 23일 기준 조회수 5만2600회를 넘어섰다.

김 수석은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터널공사에서 공사관리감독자로 일하는 18년 차 건설기술인이다. 처음부터 토목기술인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스무 살 무렵 입대해 해병대 공병으로 복무하면서 건설과 토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김 수석은 “처음에는 제가 이 일을 이렇게나 오래 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하루하루 버티며 배우다 보니 어느새 20~30대가 훌쩍 지나갔고 돌아보면 저도 현장과 함께 성장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가 일하는 대심도 터널은 어두운 현장 곳곳에서 물이 떨어지고 중장비 소리가 쉼 없이 울리는 공간이다. 지상보다 공간이 좁아 작업자와 장비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공정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처음에는 일을 몰라 힘들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어려움의 종류가 달라졌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집에 갈 수 있는 날은 드물었고, 가족과 함께하려고 시작한 일이 정작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줄였다.

김 수석은 “아내도 혼자 육아를 감당하면서 힘들었을 텐데 내색하지 않는 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제작진이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과 영상으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첫 감정은 설렘보다 걱정이었다. 그는 열흘 동안 자신의 삶을 노트에 적었다. 학창 시절과 입대, 첫 출근의 긴장감부터 현장에서 시작한 연애와 결혼,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기까지를 되짚었다. 이를 랩 형식으로 압축해 제작진에게 전달했고 음악감독의 손을 거쳐 가사가 완성됐다.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으로는 ‘앞이 안 보여도 뚫어’를 꼽았다.

김 수석은 “터널도 처음부터 반대편이 보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 결국 길이 생긴다”며 “이제 저에게 ‘뚫는다’라는 말은 터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장 내 터널이나 살면서 만나는 벽 등을 동료들과 같이 뚫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 출근하던 터널이 촬영장으로 바뀐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늘 쓰던 안전모와 작업복, 어둡고 거친 현장에 음악과 조명이 더해졌다. 김 수석은 자신이 일하던 곳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가족들은 작업복을 입고 출근하던 아빠가 뮤직비디오에 등장하자 처음에는 웃음을 터뜨렸다. 정작 그는 가족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을 함께 볼 때 가장 쑥스러웠다고 했다.

그에게 이번 노래는 가족에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대신 전하는 ‘편지’이기도 하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느낀 시간, 잠든 아이를 남겨두고 다시 현장으로 향해야 했던 마음을 가사에 담았기 때문이다.

협회는 이번 영상을 약 1년간 준비했다.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도로와 철도, 교량과 터널을 만드는 사람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건설기술인이 자신의 언어로 현장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지현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홍보실장은 “건설 성과나 중요성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이미지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거대한 구조물이나 기술보다 그것을 만들어가는 한 사람의 삶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수석도 이번 영상을 통해 건설현장을 위험하고 거친 곳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지기를 바랐다.

그는 “우리가 매일 입는 작업복과 안전모도 충분히 멋있게 보일 수 있고 우리가 일하는 공간도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새롭고 역동적인 공간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건설기술인도 멋있는 직업이네’라고 한 번쯤 생각해준다면 출연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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