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 읽음
[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이재명의 위기, ‘이명박’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투데이신문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인사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자 급기야 강훈식 비서실장이 21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를 직접 브리핑했고 청와대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아직은 제가 어떻게 할지는 결정을 못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비서실장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체력적으로도 어려운, 긴 기간 동안 고생들 많이 하셨다“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즉각 사의 수용 거부를 말하지 않고 ‘그 동안 고생했다’고 말한 대목은 사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다만 즉각 수용보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강 실장을 예우해 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강 실장이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 실장이 물러날 경우 청와대 인사 라인의 대대적 쇄신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최근 지지율 하락과 잇단 인사 논란으로 통치력에 빨간불이 켜진 이재명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분위기 전환이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과감하고 선제적인 국정 쇄신 전략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히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청와대 참모진 개편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인적 쇄신을 넘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과 정치적 메시지까지 함께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 대통령 국정운영의 난맥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과거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과 촛불집회로 최대 위기를 맞았을 당시의 대응을 하나의 참고 사례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해 5월 22일 한 차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과했지만 촛불집회는 오히려 확산됐습니다. 결국 취임 약 4개월 만인 6월 19일 다시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다”며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6월 10일 밤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집회를 바라보며 시위대가 부르는 ‘아침이슬’을 들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캄캄한 산중에서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고 담담하게 밝혔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신감 넘치고 자기 확신이 강한 정치 스타일로 볼 때 다소 파격적이고 솔직한 심경고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특별기자회견 이후에도 촛불집회는 상당 기간 계속됐고 지지율 역시 당장 뚜렷한 반등세로 돌아서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6월 10일 최대 규모 집회를 정점으로 촛불의 동력은 점차 약화되는 흐름을 보였고 두 차례의 대국민 사과와 인적 쇄신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의 일방적인 국정운영 방식에서 한발 물러서는 전환점이 됐습니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 처한 정치적 위기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촛불집회 위기는 그 내용과 성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위기가 불거진 시점은 각각 집권 4개월과 1년 3개월로 다르지만 대통령의 통치력 위기라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도 있습니다.
필자는 이명박 정권 당시 청와대 정무라인에서 근무했던 관계자 A씨에게 “지금 이재명 대통령의 참모라면 어떤 대책과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 자신의 결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A씨는 이에 대해 “최근의 검찰개혁 논란, 김승원 후보자 등의 낙마, 그리고 대법관 제청 이슈 등등의 대표적인 혼란을 부른 현안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과 법률적 리스크로 말미암은 불신으로 시작되었거나 확산된 것”으로 전제하면서 “따라서 위기 대응책도 거기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법관 정수조정 취소 및 법원 독립성 확보와 대통령 임기 만료 후 재판 속개 천명을 하는데 두루뭉수리 하지 말고 확실히 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내부적 조치로는 인사 조치가 가장 확실하니 특정 라인의 배제나 역할 조정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A씨는 대통령 측근 그룹과의 관계 역시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집권 이전에는 오랫동안 함께해온 최측근 그룹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대통령이 된 뒤에는 상황이 달라진다”며 “기존 측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거나 역할을 다양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정치를 떠나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사견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 의견 표명도 조심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민 소통을 잘 하고 통치를 제대로 했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정권의 위기국면 때 어떤 정무적 대응을 해볼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결국 그의 조언을 관통하는 핵심은 ‘대통령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논란이 생길 때마다 해명하고 수습하는 방식으로는 이미 형성된 불신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사과를 놓고 참모들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대통령이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 향후 국정 운영에서 계속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대통령은 정국 안정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직접 고개를 숙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것은 참모가 대신할 수 없는 대통령 고유의 통치행위였습니다.
이 대통령이 조만간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기존의 정무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려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서실장 한 사람의 교체만으로 국정 쇄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 자신이 대외적으로 자세를 낮추고 열린 태도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로 대선에서 당선된 뒤 불과 4개월여 만에 ‘자신을 자책했다’며 솔직한 성찰과 반성을 내보인 것은 결국 권력은 국민을 이길 수 없다는 순리를 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국정 쇄신의 시작은 결국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서 국민이 이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결국 모든 것을 합쳐서 저의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던 기조가 앞으로 계속 유지돼야 할 것입니다.
특히 대통령의 ‘경청과 성찰’의 메시지가 일회성 발언에 머물지 않고 실제 국정 운영 방식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개 발언은 보다 신중하게 하고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가벼운 언행이나 SNS 메시지는 최소화하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행보를 최대로 늘리는 방식입니다. 이 대통령이 정책 하나를 새로 내놓는 것 못지않게 ‘대통령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를 국민에게 확실하게 보여주는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진보진영 내부의 갈등을 최소화할 새로운 정무 전략도 중요합니다. 현재 지지율 하락을 특정 지지층의 이탈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하는 국면에서 여권 내부 갈등까지 방치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을 키울 수 있습니다.
공소 취소 논란과 검찰 수사권 문제, 인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권과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습니다. 정책의 옳고 그름과 별개로 이러한 논쟁이 대통령 개인의 사법 문제와 연결돼 해석될 경우 국정 현안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과의 국정 협의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주요 현안에서 청와대가 최종 판단을 내리고 여당이 이를 뒷받침하는 형태가 두드러졌다면 앞으로는 당의 여론 수렴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민주당은 전국 조직과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을 통해 지역과 현장의 민심을 직접 접합니다. 당청 협의를 단순한 정책 조율 창구가 아니라 민심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통로로 활용할 경우 대통령이 모든 정치적 부담을 직접 떠안는 구조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민감한 정치 현안일수록 당과 충분히 논의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국정 운영의 안정감을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당청 협의체를 국정 위기의 ‘방어선’이 아니라 새로운 활로를 찾는 정치적 근거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의 처방을 모두 기획한다고 해도 마지막에는 결국 하나의 문제와 마주치게 됩니다. 이 대통령 자신이 어디까지 결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분명한 것은 쇄신의 크기를 결정하는 사람은 참모가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점입니다. 국면을 바꾸려면 그에 걸맞은 크기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위기의식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정무 대응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