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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경험자 9인의 삶 기록, 완벽한 날들 기획 연재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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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세라 강지혜 기자】273만명, 국민 19명 중 1명.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의 수치는 암이 더 이상 예외적 비극이 아닌 보편적 현실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5년 생존율 70% 시대에 접어들며 암은 죽음의 선고에서 일상적 관리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물론 사망원인통계 기준 국내 단일 사망 원인 1위라는 위협은 여전히 엄중하다. 그러나 암에 걸렸다고 해서 인생 전체가 멈춰 서는 것은 아니다. 병마와 싸우는 동안에도 소중한 일상은 흐르고 내일의 꿈은 유효하다. 환자라는 낯선 이름 너머 투병 중에도 끝내 멈추지 않는 한 사람의 본래 삶은 여전히 중요하다.

암 투병은 신체적 고통이나 치료 과정에만 머물지 않으며 자신의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삶의 의미를 다시 구성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암환자의 생활세계 경험(양진향, 2008)에 관한 연구에서는 다양한 암을 경험한 환자 11명을 심층 면담해 이들의 투병 경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되돌릴 수 없는 몸’, ‘견뎌내고 살아가는 몸’, ‘불확실성을 내포한 기다림’, ‘살아갈 날에 대한 소중함’, ‘보이지 않는 큰 힘 아래 놓임’, ‘관계의 정립’, ‘삶에 대한 반추’ 등 일곱 가지 주제가 도출됐다. 이렇듯 참여자들은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경험하고, 생사의 기로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삶을 살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데이신문과 비영리 협동조합 암 환우 커뮤니티 ‘아미다해’가 함께 기획한 〈완벽한 날들〉은 9명의 암 경험자들을 통해 달라진 몸과 불확실한 시간을 견디는 한편, 관계를 다시 세우고 남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바라본다. 암 진단 받기 전의 삶에서부터 진단의 순간, 치료와 변화, 견디는 시간, 사회의 시선, 그리고 다시 자신의 삶을 그려가는 현재와 미래까지 각자의 시간을 따라간다. 특히 서울대학교 심리학 연구진이 정리한 ‘한국어 감정단어’를 활용해 두려움·불안·분노·슬픔·죄책감뿐 아니라 안도·감사·희망과 같은 감정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나타나고 변화하는지를 함께 기록한다. 하나의 감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암환자의 내면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같은 암 경험자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같은 경험으로 남지는 않는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여성과 남성이 자신의 몸과 외모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식, 생계와 육아·가족 돌봄을 감당하는 위치, 직장과 사회가 환자에게 요구하는 역할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연애와 결혼, 임신·출산과 같은 삶의 문제 역시 성별과 나이, 가족관계, 직업과 경제적 조건에 따라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남자니까 버텨야 한다’, ‘여자니까 아파도 가족을 챙겨야 한다’는 인식처럼 암이라는 질병이 한 사람의 몸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와 역할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지 조명한다.

서대호 사진작가와의 작업도 그 연장선에 있다. 촬영은 암환자로 살아오며 마음속에 남겨둔 기억과 감정을 꺼내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기억을 지나 ‘암 경험자’라는 단편화된 시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신, 지금의 삶에서 발견한 본래의 모습을 카메라 앞에 다시 세운다. 사진은 투병을 증명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또 하나의 창이 된다.

이 기획에서 말하는 ‘완벽한’은 흠이 없거나 고통이 사라진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삶은 암을 만나기 전에도, 그 이후에도 완벽하지 않다. 두려움과 상실이 있고, 관계가 흔들리며, 몸은 이전과 달라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 사람은 여전히 사랑하고, 일하고, 웃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며 하루를 이어간다. 여기서 말하는 완벽함은 결핍이 사라진 상태라기보다 불완전함까지 자신의 삶으로 품은 채 오늘을 살아가는 데 가깝다. 삶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한 삶 역시 온전히 자신의 것이기에 우리는 충분히 ‘완벽한 날들’을 산다고 할 수 있다.

〈완벽한 날들〉은 그래서 각 인물의 이름을 내세운다. 병명이나 암종으로 기억되지 않기 위해서다. ‘암환자’라는 하나의 범주 안에 묶인 삶을 다시 각자의 이름과 얼굴, 목소리로 돌려놓고자 한다. 같은 질병을 겪더라도 누구의 하루도 같지 않다. 누군가는 가족 안에서 자신을 지탱해 왔고, 누군가는 일을 통해 삶의 감각을 되찾았으며, 누군가는 병 이후 처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했다. 기록하려는 것은 하나의 전형적인 ‘암환자 이야기’가 아니라 암이라는 사건을 통과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삶이다.

암은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암을 경험한 사람 역시 우리와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다. 때로 무너지고 두려워하며, 웃고 사랑하고 일하고 꿈꾸면서 자신의 하루를 이어간다. 이들의 삶을 기록함으로써 암 경험이 한 사람의 정체성과 가능성, 미래를 규정할 수 있는지 묻는다. 나아가 질병의 유무로 타인을 판단하는 익숙한 시선을 돌아보고, 암 경험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관점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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