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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산 인수봉 큰 바위 얼굴, 서울의 신인문지리학
아주경제① 인수봉은 큰 바위 얼굴이다

“주몽이 북부여에 있을 때 낳은 아들이 와서 태자가 되자 비류와 온조는 태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마침내 오간(烏干)·마려(馬黎) 등 신하 10명과 더불어 남쪽으로 갔는데 백성들이 따르는 자가 많았다. (그들은) 드디어 한산(漢山)에 이르러 부아악(負兒嶽)에 올라가 살 만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고려시대부터는 삼각산이란 지명이 사용됐다. 백운대(白雲臺, 836.5m), 인수봉(仁壽峰, 810.5m), 만경대(萬景臺, 799.5m) 등 3개 봉우리가 세 뿔 형태여서 ‘삼각산(三角山)’이라 불렀다. 조선시대에도 국가 제사를 지내거나 민간에서 부를 때 가장 널리 쓰인 공식 명칭이었다. 다만 조선 숙종 때 한강 북쪽에 ‘북한산성’을 축성한 이후 ‘산성을 품은 산’이라는 의미에서 ‘북한산(北漢山)’이란 별칭을 사용했다.
북한산은 일제강점기인 1917년 조선총독부 고적조사위원이자 일본 식민사학자 이마니시 류(今西龍) 등이 작성한 보고서와 행정 지도에서부터 ‘삼각산’ 대신 주도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000년 동안 사용됐던 ‘삼각산’이 사라진 것. 일제는 심지어 삼각산 일부를 경기도에 편입시켰다. 그래서 지금도 백운대는 경기도에 속해 있다. 삼각산에 담긴 민족정기를 훼손하기 위한 야비한 수작이었다.
광복 이후엔 삼각산과 북한산이 혼용됐다. 그런데 1983년 느닷없이 전두환 정부가 삼각산 일대를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북한산이란 지명이 사용됐다. 이후 언론 및 출판, 교육자료에서 ‘삼각산’은 사라졌다. 역사의식이 없는 군사정권의 무지가 빚은 참사다. 마땅히 ‘삼각산국립공원’이라고 이름을 지어야 했다. 그래서 이 글에선 삼각산이란 지명을 사용한다. 삼각산에 인문지리학적 의미를 부여해 이름을 붙이자면 ‘삼재산(三才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삼각이 바로 천지인(天地人) 삼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세 봉우리 지명을 보면 백운대는 ‘天’, 만경대는 ‘地’, 인수봉은 ‘人’에 해당된다. 백운대는 ‘흰 구름이 감도는 평평한 바위’라는 뜻이다. 백두산 백운봉처럼 백(白)은 곧 하늘(天)을 상징한다.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 일컫는데, 이는 천손민족(天孫民族)을 뜻한다. 백운대는 ‘하늘의 산’인 셈이다.
만경대는 ‘땅위의 만 가지 빼어난 경치를 볼 수 있다’(地)는 뜻을 지닌다. 실제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삼각산에서 으뜸이다. 삼각산이 대한민국 명승 제10호가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선 국사가 이 만경대 밑에 도선사를 창건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라는 ‘도덕경’의 ‘인법지(人法地)’ 사상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국사기’가 삼각산을 ‘부아악’이라 기록한 것은 백운대가 마치 ‘아이’(人) 모양의 인수봉을 업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어서 일터이다. 아울러 인수봉의 ‘인수’가 원래 ‘인수(人獸)’, 즉 ‘짐승 모양의 사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의미가 좋지 않아 ‘논어’ 옹야편의 ‘어진 사람이 장수한다’는 ‘인자수(仁者壽)의 ‘인수(仁壽)’를 가져와 ‘仁壽峰’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수봉은 사진과 같이 ‘큰 바위 얼굴’이어서 ‘人’에 해당된다. 따라서 ‘삼각산’보다 ‘삼재산’이란 지명이 본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매일 아침 방학동 자택 옥상에 올라 이 삼각산을 본다.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용마산도 함께 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인수봉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 어! 사람이네! 휴대폰 카메라로 확대해서 보니 ‘큰 바위 얼굴’이 분명했다. 그날 밤에 다시 옥상에 올라갔다. 하늘을 봤다. 다행히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북극성(北極星)을 찾았다. 북극성은 도봉산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러자 인수봉의 큰 바위 얼굴의 눈이 북극성을 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순간 삼각산과 도봉산, 그리고 북극성. 한산(漢山)과 한수(漢水)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명멸했다.
‘삼국사기 권24 백제본기2’를 보면 백제 근초고왕 26년(371)조에는 "한산으로 도읍을 옮겼다(移都漢山)"는 기록이 나온다. 학계에선 대체로 이 한산을 삼각산으로 보고 있다. 물론 한수는 지금의 한강을 지칭한다. 여기서 ‘漢’은 중국 한나라가 아니다. ‘漢’은 하늘의 은하수(銀河水)를 일컫는다. 가령 漢拏山(한라산)의 ‘漢’은 은하수이고 ‘拏’는 ‘잡아당기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라산은 ‘은하수를 잡아당기는 산’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은하수의 기운을 담는 산’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한강의 ‘漢’도 은하수다. 그래서 한강은 ‘은하수를 닮은 강’ 또는 ‘은하수와 같은 강’이라는 뜻을 지닌다. ‘한양(漢陽)’도 ‘은하수의 기운이 있는 양지바른 곳(명당)’이란 의미를 지닌다. ‘한성(漢城)’은 ‘은하수의 도시’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삼각산을 둘러싼 일대의 산하에 한산, 한수, 한강, 한양, 한성이란 이름이 붙은 것인가. 삼각산이 은하수와 관계 있기 때문이다. 예부터 삼각산은 한반도에서 은하수의 기운을 가장 많이 받는 산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은하수의 뜻을 담고 있는 한산, 한수, 한강, 한양, 한성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아울러 인수봉의 시선이 북극성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북극성 일대 둘러싸고 있는 자미원(紫微垣)에 거주하는 상제(上帝·하느님)를 우러러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하늘 자미원의 기운이 인수봉으로 내려와 보현봉, 백악산으로 이어지며 은하수를 조종하는 북극성에 의해 은하수의 기운이 삼각산 일대, 즉 서울에 쏟아져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땅의 자미원이 서울에 있다는 이야기다.
동양 천문학은 북극성을 우주의 중심으로 여긴다. 북극성이 하늘의 운행과 천상 질서를 설명하는 중심축이라는 것이다. 물론 현대 천문학에서 보면 북극성(Polaris)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별이다. 지구에서 약 430광년 떨어져 있다. 다만 지구의 북쪽 하늘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별일 뿐이다.
그럼에도 옛날 사람들이 북극성을 우주의 중심으로 여긴 가장 큰 이유는 지구의 자전축이 가리키는 방향인 천구의 북극과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축을 북쪽으로 연장했을 때 북극성 부근을 지나기 때문에 북쪽의 기준점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지구가 자전하면 밤하늘의 별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는 것처럼 보였기에 ‘북극성=우주의 중심’이란 천문사상을 가졌다. 풍수지리학의 형국론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보다 사람 눈에 보이는 형상(물상)을 중요시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수(水)’를 중시했던 옛날 사람들은 밤하늘에 은빛 강처럼 흐르는 은하수에 천기(天氣)가 모여 있다고 봤다. 우주의 중심인 북극성이 은하수의 기운을 조종한다고 여겼다. 은하수의 기운을 받는다는 것은 우주의 기운을 받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덕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은 북극성은 그 자리에 그대로 제자리를 지키고 다른 뭇 별들이 그 북극성을 향해 도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하늘의 중심이 북극성이라면 인간세상의 중심은 군주(천자)라고 여긴 것이다.
종합하자면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늘의 별들이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동양 천문학은 이를 다음과 같이 이해했다. ‘동양 천문사상의 우주구도’ 그림처럼 ‘북극성자미원북두칠성28수우리 은하우리 은하 중심태양계지구’라는 체계로 파악했다. 따라서 북극성은 단순한 별 하나가 아니라 천상 질서의 중심점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이런 동양 천문사상을 중요하게 여겼던 고려시대에는 은하수 기운이 많은 삼각산 일대 한양을 주목했다. 11세기 중엽 문종 때 남경(南京)으로 승격시켜 도시화를 추진했다. 11세기 말 숙종 때에는 궁궐을 짓고 왕이 체류하기도 했다. 조선 초 1394년 태조 이성계는 수도를 개성에서 한양으로 옮겼다. 한양을 차지해야 한반도를 지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풍수가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한영우 전 서울대 교수는 ‘다시 찾는 우리 역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소개했다.
“김위제(金謂磾)라는 풍수가는 한양이 세계의 중심 국가로 비약할 수 있는 명당으로서, 사해(四海)의 신령한 물고기들이 한강에 모여들고, 한강의 어룡(魚龍)들이 사해로 뻗어 나가며, 국내외 상인들이 보배를 갖다 바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은하수의 기운을 가장 많이 받는 도시가 서울이라면 ‘한강의 기적’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은하수의 도시 서울은 발전할 수밖에 없고, 한국도 덩달아 발전하게 된다. 최근 IMF가 내놓은 2026년 명목 1인당 GDP 추정치에 따르면 한국은 4만~4만1700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은행 추정치에 근거하고 있다. 일본 3만5700달러보다 높은 수치다. 구매력평가(PPP)는 약 6만8600달러에 달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지난 9월 10일 “금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 달러 달성 가능성이 더욱 확대됐다”고 말했다. 명실공히 선진국에 진입해 비로소 완전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이다.
하루빨리 ‘삼각산’이란 명칭을 복원해야 한다. 국운 상승, 민족정기 회복의 첫걸음이다. 인수봉의 암벽등산도 차단해야 한다. 신성한 ‘큰 바위 얼굴’에 상처를 내서야 되겠는가.

필자 주요 이력
△경남대 대학원 정치학박사 △세계일보 정치부장·논설위원 △스포츠 월드 편집국장 △세계일보 겸 스포츠 월드 사장 △중소기업신문 회장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 (현) 미국 캐롤라인대학교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