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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정책금융, 정교한 진단과 맞춤형 지원 필요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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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A씨는 생활비와 부족한 사업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 신용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내수경기 부진으로 손님이 줄면서 매출이 감소한 데다 임차료와 식재료비 등 고정비 부담은 이어졌다. 결국 대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해 연체에 빠졌고, 신용도까지 떨어지면서 추가 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졌다.

A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당장의 현금이다. 매출이 회복될 때까지 버틸 운전자금이 있어야 가게를 유지하고 기존 빚도 갚을 수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는 이미 연체가 발생하고 신용도가 떨어진 차주에게 추가로 돈을 내주기 어렵다. 돈이 있어야 살아날 수 있는데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금융에서 밀려나는 역설이다.

정책금융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용점수와 연체 이력만 따지는 민간 금융의 기준으로는 회복 가능성이 있는 자영업자조차 자금을 공급받지 못할 수 있다. 담보와 신용이 부족하더라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차주에게 버틸 자금을 내주는 것이 정책금융의 역할이다.

그렇다고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대출 문턱을 일률적으로 낮출 수도 없다. 사업의 수익 기반이 무너진 자영업자에게 추가 자금을 공급하면 당장의 연체는 막을 수 있어도 갚아야 할 빚만 늘어날 수 있다. 회복 가능성이 낮은 차주에게 제공한 정책자금이 부실해지면 그 부담은 보증기관과 공공부문으로 돌아온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시행된 소상공인 저금리대환 위탁보증의 누적 공급부실률은 올해 7월 기준 26.6%에 달했다. 누적 신규보증 공급액 1조6626억원 가운데 4415억원에서 부실이 발생했다.

이 수치는 정책금융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영업자에게 돈을 빌려줄지 말지만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에 가깝다. 일시적인 자금 부족인지, 과도한 원리금 부담이 문제인지, 사업을 계속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인지를 먼저 가려야 한다.

영업 기반이 살아 있고 일시적으로 자금 흐름이 막힌 자영업자에게는 신규 운전자금이 필요하다. 매출은 발생하지만 기존 빚의 부담이 과도한 차주에게는 추가 대출보다 만기 연장과 금리 감면, 채무조정이 효과적일 수 있다.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차주에게는 빚을 더 얹는 대신 폐업과 취업·재창업을 지원해 다시 설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금융의 심사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신용점수와 담보뿐 아니라 매출 흐름과 영업현금, 비용 구조,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자금을 공급한 뒤에도 경영 상태를 점검해 신규대출에서 채무조정이나 재기 지원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금융의 성과 역시 공급액과 지원 건수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지원받은 자영업자가 실제로 매출과 상환 능력을 회복했는지, 회생이 어려운 차주가 빚을 더 키우지 않고 재기에 성공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돈이 가장 절실한 사람을 금융에서 밀어내서도 안 되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돈을 빌려주는 것도 답은 아니다. 회복 가능한 자영업자에게는 필요한 자금을 제때 공급하고,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차주에게는 채무조정을, 사업 지속이 어려운 차주에게는 새로운 출구를 연결해야 한다. 자영업자 정책금융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대출이 아니라 더 정확한 진단과 지원의 연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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