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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한국 의료·AI·에너지 협력 및 적극 지원 소망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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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의료,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에너지 기업이 키르기스스탄에 진출한다면 사업이 자리 잡을 때까지 국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라브샨베크 사비로프(Ravshanbek Sabirov)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직속 국가투자청장은 21일 IT조선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의 기술과 투자뿐 아니라 전문가 교류와 현지 인력 양성까지 이어지는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키르기스스탄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이 한국을 찾아 이재명 대통령과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가졌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은 교역·투자와 산업·인프라에 이어 인공지능(AI)·과학기술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사디르 자파로프(Sadyr Japarov)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별도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투자 확대와 함께 보건의료, AI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관계 부처와 기관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18건의 협정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함께 방한한 사비로프 청장도 한국 기업과 기관을 잇달아 만났다. 그는 이번 방한에서 20곳이 넘는 기업·기관과 MOU 체결을 포함한 협력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키르기스스탄 투자청은 의료·디지털 인프라·사이버보안·금융 등에서 한국 기업과 사업 기회를 찾고, 이들을 자국으로 초청해 후속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의료·AI·디지털 협력 원해…“기술과 인력 함께 키우고 싶다”

사비로프 청장이 한국과 우선 협력을 원하는 분야로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의료·보건이다. 이번 방한에서 한국 의료기관과 기술 수준을 직접 살펴본 뒤 의료시설 구축과 전문인력 교육을 함께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사비로프 청장은 “한국에 오기 전에는 이 정도까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의료·보건 분야가 많이 발전해 있었다”며 “의료시설과 기술을 도입하고 한국 전문가를 초청해 인력 교육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연환경과 의료를 결합한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산과 호수로 알려진 동북부 이식쿨(Issyk-Kul) 지역 일대에 한국식 건강검진센터를 마련해 키르기스스탄뿐 아니라 주변 중앙아시아 국가의 의료·요양 수요까지 유치하는 방안이다.

의료 IT 분야에서는 AI·의료 데이터 기업 미소정보기술이 키르기스스탄 외국인투자자협회(FIA)와 함께 국가 병원정보시스템(HIS) 구축과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협력을 추진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의료정보시스템 구축과 AI 기술 적용, 전문인력 양성, 현지 사업 발굴 등이 협력 대상이다.

AI와 디지털 기술, 클라우드는 다음 협력 분야로 꼽았다. 키르기스스탄은 정부기관 간 데이터를 연계하는 통합 전자정부 플랫폼 ‘툰둑(Tunduk)’과 정부 클라우드 ‘G-클라우드(G-Cloud)’ 등 전자정부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다. 특히 툰둑 고도화와 G-클라우드 구축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의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국가투자청도 한국어를 포함한 30개 이상 언어로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AI 챗봇을 운영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이 기반 위에서 AI와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우고 외국인 투자까지 끌어들이려 한다. 사비로프 청장은 올해 6월 마련된 조세제도·세무행정 개선을 위한 대통령령 제207호를 언급하며 AI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분야의 성장을 위해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207호는 AI를 포함한 소프트웨어·정보시스템 개발과 혁신 스타트업 등에 세제 혜택을 주도록 한 조치다.

정부는 세제 지원과 함께 수출형 IT기업 육성에도 힘을 싣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의 수출형 IT기업을 위한 특별 세제·지원 체계인 하이테크파크(HTP)에는 2025년 463개 기업이 등록돼 있다. HTP 등록기업은 부가가치세·법인세·판매세를 면제받고, 직원 개인소득세에는 5% 세율이 적용된다. 이들 기업의 매출은 전년보다 50% 증가한 171억솜(한화 약 2680억원)을 기록했고, 전체 매출의 95.3%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사비로프 청장은 “키르기스스탄에는 IT와 AI 분야의 젊은 인력이 많다”며 “한국 기업이 현지 인력과 함께 사업을 키울 수 있도록 세제와 제도 측면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 IT·금융기업과의 사업 논의도 시작됐다. 네트워크·보안 기업 파이오링크는 국가투자청과 디지털 인프라와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손잡았다. 블록체인·디지털금융 인프라 기업 비토즈는 디지털 인프라 투자사업 발굴과 블록체인·디지털금융 사업을 함께 추진한다. 하나금융그룹과 iM금융그룹도 금융 디지털화와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사비로프 청장은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등 구체적인 협력 방식은 향후 실무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의 기술뿐 아니라 전문가의 경험을 현지 인력에게 전하는 방식에는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한국과의 협력 분야를 설명하며 의료와 AI·디지털,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전문가에게 배우고 현지 인력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력발전으로 AI 데이터센터 뒷받침…노후 전력망도 바꾼다

키르기스스탄은 자국의 수력발전 잠재량을 연간 1500억kWh 이상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아직 상당 부분이 개발되지 않아 신규 발전소와 전력 인프라 투자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사비로프 청장은 “현재 수력발전 잠재력 가운데 약 10%만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투자를 받아 발전소와 관련 인프라를 더 구축하고 데이터센터와 AI 분야도 함께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에너지도 사비로프 청장이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하는 주요 분야다. 키르기스스탄에는 소련 시절 구축한 발전·송배전 설비가 여전히 남아 있다. 사비로프 청장은 노후 시설 탓에 전력의 9~10%가 손실되고 있다며, 한국의 발전·송배전 시스템과 에너지 효율화 기술, 엔지니어링 경험을 도입해 이를 줄이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에너지 시스템은 거의 완벽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키르기스스탄에는 오래된 장비와 시스템이 남아 있다. 한국 전문가와 엔지니어의 경험을 배우고 현지 인력도 함께 교육하고 싶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 국가투자청은 수력발전 개발과 함께 전력망을 현대화해 현재 구축을 추진 중인 AI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 투자와도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중앙아시아·유라시아 진출 거점…자본 이동도 자유

키르기스스탄이 한국 기업에 내세우는 또 다른 장점은 주변 시장으로 이어지는 입지다. 인구는 약 750만명으로 내수시장 자체는 크지 않지만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에 속한다. 중국과 공동으로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철도도 건설하고 있다. 이 철도는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고 서쪽 시장으로 이어지는 물류망을 넓히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사비로프 청장은 “키르기스스탄은 750만명의 국가지만 유라시아경제연합은 약 1억9000만명 규모의 시장이고 중국도 바로 옆에 있다”며 “한국 기업이 키르기스스탄에 들어오면 자국 시장만 보고 사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주변 시장에 대한 접근성에 더해 낮은 세부담과 비교적 자유로운 자본 이동도 투자 유치 조건으로 내세운다. 외국인 투자자는 세금 등 관련 의무를 이행하면 투자수익과 배당, 자본이득, 이자 등을 해외로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다.

이 같은 입지와 투자 조건을 바탕으로 한국 대기업의 생산시설도 유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사비로프 청장은 “한국의 대기업이 키르기스스탄에 공장을 세우면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제품을 수출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키르기스스탄의 최대 투자국은 중국이다. 2025년 외국인직접투자(FDI)의 47.5%가 중국에서 들어왔다. 하지만 사비로프 청장은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의 협력을 더 넓히길 기대한다. 특히 의료와 AI·디지털, 에너지 분야의 기술과 경험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 유치를 늘리기 위한 지원체계도 마련한다. 현지 시장에 들어올 때 필요한 정보 제공과 기관 협의를 맡을 전담 창구를 두는 방식이다. 그는 “한국 기업의 진입을 돕기 위해 비슈케크에 KOTRA 거점을 마련하고, 국가투자청에는 한국 기업과 직접 소통할 코리아데스크를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은 이번 방한에서 맺은 협력을 실제 사업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사비로프 청장은 “이번에 협력하기로 한 기업들을 키르기스스탄으로 초청해 체결한 협정들을 함께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종길 기자

jk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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