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읽음
삼성초기업노조 대의원 부재, 사유화 및 비위 논란에 내홍 분출
IT조선
0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선출직 대의원 없이 소수 집행부를 중심으로 노조를 운영해 ‘노조 사유화’ 논란을 빚고 있다. 내부 감시와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사이 재정 비위 의혹과 사법 리스크까지 잇따라 불거지면서 조직 내홍도 커지고 있다.
22일 초기업노조 규약 제43조에 따르면 초기업 노조 임원의 임기는 3년이다. 또 제26조에는 조합원 50명당 1명의 대의원을 직접 선출하도록 명시됐다. 그러나 노조는 설립 후 2년이 넘도록 대의원 선거를 한 차례도 치루지 않았다. 최승호 위원장이 2025년 말 선임된 뒤에도 이런 상황은 이어졌다.

수만명 조합원의 내부 감시망이 마비된 배경에는 규약 내 예외 조항이 자리 잡고 있다. 제28조 제4항에 따르면 집행부는 대의원이 없어 운영위원회를 꾸리지 못할 때 상임집행위원회가 이를 갈음하도록 했다.

상임집행위원회는 위원장이 직접 임명하는 부서장들로 채워진다. 선출직 대의원의 견제가 사라진 틈을 타 위원장 측근들이 규약 제29조에 규정된 운영위원회의 인사, 예산 전용, 조합원 징계 등 핵심 의결 권한을 대행하면서, 노조 전권을 최 위원장 홀로 결정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최승호 위원장은 IT조선에 “조합이 커진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고, 아직 대의원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독단 운영의 장기화는 급격한 조직 분열과 축소로 이어졌다. 집행부는 반대 목소리를 낸 디바이스경험(DX)부문 소속 이송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을 불신임 투표를 통해 축출했다. 동시에 규약을 개정해 조합원 가입 자격을 반도체(DS) 부문으로 한정하며 DX부문을 떼어냈다. 한때 7만5000명에 달했던 조합원 규모는 DX부문 및 비메모리 임직원의 잇따른 탈퇴에 따라 5만3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불신임 투표의 절차적 하자를 둘러싼 반발은 거세다. 이원일 전 광주지회장은 “공고에 구체적인 사유나 근거 규정조차 명시되지 않았고, 투표 시작 전부터 공지방 강제 퇴장과 전산 권한 박탈이 이뤄져 최소한의 반론 기회마저 차단당했다”며 “대의원이 없어 견제 기구가 전무한 틈을 타 위원장이 위법적 절차로 반대파 축출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견제가 없는 체제에서 집행부의 사법리스크도 현실화됐다. 최 위원장 등 집행부는 총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임직원 10만여명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관리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최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파업을 앞둔 과거 소통방 대화에서는 비파업 직원을 겨냥한 보복 정황도 포착됐다. 최 위원장은 파업 불참자를 ‘적군’으로 규정하며 “단기로 아군과 적군을 분리하는 게 첫 수순이다”라거나 “해고, 전배 등 이슈가 발생하면 적군들을 먼저 보내게 협의해보는 것이다”라며 인사 보복을 직접 거론했다.

조합원 대화방에서도 “부서별로 한명씩 프락치 세워서 파업 미참여 인원을 색출하자”거나 “설비 레시피를 제 폴더에 백업해두고 싹 삭제하고 퇴근”이라는 모의가 오갔다. 업무 현장에서는 비파업 직원을 향한 따돌림과 업무 협조 거부 등 실제 압박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수사로 기소 위기에 몰린 최 위원장은 16일 조합비를 들여 ‘셀프 구명’을 시도했다. DX부문 동행노조가 1만5000명 규모의 엄벌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최 위원장은 본인 선처를 호소하는 온라인 탄원 서명 업체를 계약하는 데 조합비 2000만원을 집행해 비판을 받았다.

최 위원장을 향한 비위 의혹도 커졌다. 최 위원장은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3억원대 물품(조끼 등)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최 위원장을 배임, 업무방해 등 혐의로 10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송이 전 부위원장은 최 위원장이 조합비 결제 과정에서 포인트와 마일리지를 개인 명의로 적립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집행부의 ‘고액 셀프 수당’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초기업노조는 3월 쟁의 찬반투표 설명자료 말미에 집행부 직책수당 신설 안건을 끼워 넣어 통과시켰다. 근로시간 면제로 회사 급여를 전액 받으면서도 최 위원장이 월 1000만원이 넘는 조합비 수당을 수령한 사실이 알려졌다.

초기업노조는 매월 조합비 지출 내역을 공지하고 정기 외부 회계감사를 거치고 있지만, 대의원회가 부재해 실질적인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온다. 지출 항목의 적정성을 따져 묻거나 결산을 정식 심의·승인할 기구가 없다 보니, 단순 ‘일방 통보’에 그쳐 내부 자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익명을 요구한 초기업노조 한 조합원은 “대의원 선출을 위한 선거만 치르면 될 일인데 아직까지 뽑지 않은 것은 위원장을 견제할 기구가 생기는 게 싫은 것”이라며 “대의원이 없는 게 아니라 일부러 안 뽑고 1년 동안 (조합을)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