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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해파랑길과 소나무 숲, 추석에 떠나는 느린 여행
투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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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코리아=김교환 기자 추석 연휴가 길어질수록 여행 계획은 오히려 복잡해진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얼마나 많은 곳을 둘러볼지부터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연휴만큼은 조금 다르게 여행해보면 어떨까.

유명 관광지를 쉼 없이 찾아다니는 대신 한곳에서 오래 머물고, 목적지를 정해놓고 서두르기보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여행이다.

경북 울진은 그런 여행에 잘 어울리는 곳이다. 동해의 푸른 수평선에서 출발해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고, 천년고찰의 고요함을 지나 마지막에는 따뜻한 온천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볼거리를 ‘정복’하는 여행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속도를 낮추는 여행이다.
■ 목적지보다 걷는 시간이 더 중요한 길…울진 해파랑길

울진 여행의 첫 장면은 바다로 시작해보자.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해파랑길 가운데 울진 구간은 4개 코스(24~27구간), 약 70㎞에 이른다. 후포항을 비롯해 월송정, 대풍헌, 망양정, 왕피천, 죽변항 등 울진의 주요 풍경을 길 위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길을 굳이 끝까지 걸을 필요는 없다. 가족과 함께 걷고 싶은 구간을 골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갈 때는 보이지 않던 바닷가의 풍경과 소나무 숲의 냄새가 걸음을 늦출수록 선명해진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이 목적지라면 이동은 그저 과정에 불과하다. 하지만 해파랑길에서는 걷는 과정 자체가 여행이 된다.

추석 연휴 하루쯤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 바다와 소나무가 만나는 풍경…월송정

해안길을 걷다 보면 울진의 대표적인 명승지 가운데 하나인 월송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월송정은 정자와 바다만 바라보기보다 주변의 소나무 숲까지 함께 즐겨야 제맛이다.

소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잠시 멈춰 바다를 바라보면 시야가 탁 트인다. 파도와 소나무 숲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편안하다.

월송정 주변의 해파랑길 24코스에는 구산해변과 대풍헌 등 역사와 자연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공간도 이어진다.
■ 수평선 앞에서 잠시 멈추는 시간…후포

월송정 남쪽으로 내려가면 후포의 바다가 여행객을 맞는다.

등기산스카이워크는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 있어 동해의 수평선을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면 발아래 펼쳐지는 푸른 풍경이 일상의 복잡한 생각을 잠시 밀어낸다.

후포항에서는 관광지의 풍경과는 또 다른 울진을 만날 수 있다. 어선이 드나드는 항구와 바다 냄새, 지역에서 잡힌 수산물이 어우러진 항구의 일상은 여행객에게 소박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바다를 보고 걷다가 항구에서 한 끼를 먹고 다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는 것. 울진에서는 이런 단순한 일정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 된다.
■ 바다의 소리를 뒤로하고 숲의 소리를 듣다…금강소나무숲길

여행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면 바다에서 산으로 방향을 틀어보자.

울진의 금강소나무숲길은 바다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여행객을 쉬게 한다. 곧게 뻗은 금강소나무 사이로 난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자동차와 사람의 소음 대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가까이 다가온다.

이곳에서는 특별한 체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걷고, 잠시 멈추고, 깊게 숨을 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가족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도 좋고, 각자의 속도로 숲을 바라봐도 좋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일상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 천년고찰과 동굴에서 만나는 시간의 깊이…불영사와 성류굴

조금 더 차분한 여행을 원한다면 불영계곡을 따라 불영사로 향해보자.

숲과 계곡에 둘러싸인 불영사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품고 있는 천년고찰이다. 화려한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과 달리 오래된 사찰과 주변 풍경을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은 여행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낮춰준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성류굴도 색다른 선택이 될 수 있다.

지하로 들어서면 바깥의 동해와 숲에서 경험했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자연을 만난다.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진 동굴의 지형과 종유석, 석순 등을 바라보며 자연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바다와 숲, 그리고 동굴. 서로 다른 모습의 자연을 한 지역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울진의 매력이다.
■ 강과 바다가 한 장면에…왕피천에서 쉬어가기

다시 푸르른 바다로 향하고 싶다면 왕피천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산에서 시작된 왕피천은 울진을 지나 동해와 만난다. 왕피천공원 일대를 산책하거나 왕피천케이블카를 이용하면 강과 바다가 이어지는 울진의 지형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여기서도 역시 서두를 필요는 없다. 전망 좋은 곳에서 가족사진을 한 장 찍은 뒤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도 된다. 이것이 진짜 휴식이 아닐까.

■ 하루의 끝에는 따뜻한 물 한 번…덕구·백암온천

많이 걸었다면 여행의 마지막은 따뜻하게 마무리해보자.

울진에는 북쪽의 덕구온천과 남쪽의 백암온천이 있어 여행 동선에 따라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아침부터 바닷길을 걷고 숲길을 거닐었다면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를 풀기에 충분하다. ‘오늘 하루 제대로 쉬었는가’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다.

■ 이번 추석, 여행의 속도를 낮춰보자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천천히 걷고, 바다를 바라보고, 숲의 공기를 마시며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이유는 충분하다.

울진은 그런 느린 여행을 위한 조건을 갖췄다.

동해를 따라 걷는 해파랑길에서는 파도 소리를 듣고, 월송정에서는 소나무 숲과 바다를 마주한다. 금강소나무숲길에서는 숲의 고요함을 만나고, 불영사에서는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바라본다. 왕피천에서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풍경을 보고, 하루의 마지막에는 온천에서 몸을 녹인다.

바다에서 숲으로, 숲에서 역사로, 그리고 온천으로. 이번 추석에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과 함께 제대로 쉬어가고 싶다면 울진으로 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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