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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시금치값 2배 급등, 김밥 재료 실종 및 가격 인상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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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위에 올라가던 초록빛 시금치가 최근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시금치 가격이 한 달 새 두 배 넘게 뛰면서, 분식집들이 아예 재료에서 시금치를 빼거나 김밥 가격 자체를 올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민 한 끼의 대명사였던 김밥마저 폭염발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생산자물가 반등, 시금치 51.9%·돼지고기 5.4% 올라 / 연합뉴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시금치(100g) 평균 소매가격은 2108원으로, 한 달 전인 7월 14일(1050원)보다 100.8% 뛰었다. 불과 한 달 사이 가격이 두 배 넘게 뛴 셈이다.일별 흐름을 보면 상승세는 폭염이 정점으로 치닫던 7월 하순부터 가팔라졌다. 7월 20일 1125원이던 가격은 열흘 뒤인 30일 1613원으로 43.4% 올랐고, 이후로도 오름세가 이어져 8월 12일에는 2038원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8월 생산자물가지수'에서도 시금치는 작황 부진으로 한 달 새 51.9%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시점과 기준에 따라 상승 폭에 차이는 있지만, 어느 통계를 봐도 지난여름 시금치값이 예사롭지 않게 뛰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고온에 취약한 다른 잎채소류도 사정은 비슷하다. 같은 기간 오이는 8881원에서 1만 3824원까지 뛰었다가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한 달 전보다 50% 넘게 비싸고, 깻잎과 애호박도 20~6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폭염이 채소값을 밀어올리는 경로는 비교적 단순하다. 시금치나 깻잎 같은 잎채소는 고온에 특히 취약해, 무더위가 이어지면 생육 자체가 부진해지고 출하량이 줄어든다. 뿌리채소나 과일류와 달리 수확까지 걸리는 기간이 짧은 대신 더위에 버티는 힘도 약해, 폭염 한 번에 밭 전체의 상품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그대로다 보니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것이다. 아직 평년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가격 수준이 크게 높지는 않다는 평가도 있지만, 최근 몇 주 사이의 상승 속도 자체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급등한 시금치값은 곧바로 김밥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서울 지역 김밥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3723원에서 올해 7월 3869원으로 올랐고, 매장에 따라서는 6000원까지 받는 곳도 등장했다. 불과 반년여 만에 오른 가격이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결코 작지 않다. 대표 프랜차이즈인 김가네는 대표 메뉴인 김가네김밥을 3900원에서 4500원으로, 참치김밥을 4900원에서 5500원으로 올렸다. 인상 폭만 놓고 보면 한 번에 500~600원씩 뛴 셈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격 변화를 체감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정작 본사 경영 사정은 오히려 나빠졌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김가네의 지난해 매출은 367억원으로 2021년(371억원)보다 줄었고, 영업이익은 6억원에서 1억 7000만원대로 급감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고봉민김밥인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348억원에서 271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가격을 올려도 재료비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가맹점과 본사 모두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두 회사 모두 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이런 실적 악화는 김밥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의 위기로 볼 수 있다.

시금치만의 문제도 아니다. 김밥의 또 다른 핵심 재료인 마른김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마른김 10장당 평균 소매가격은 2021년 899원에서 매년 상승해 올해는 1422원에 이르렀는데, 5년 새 58% 넘게 뛴 수준이다. 김 양식장 역시 여름철 고수온의 영향을 받는 데다, 원초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구조다. 여기에 국가데이터처 통계로 올해 2분기 쌀 가격이 1년 전보다 13.2%, 계란이 9.0% 오른 점까지 겹치면서, 김밥 한 줄에 들어가는 재료 원가 전반이 동시에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밥과 김, 채소, 단무지, 계란지단까지 어느 것 하나 값이 오르지 않은 재료가 없는 상황이다.
7월 삼계탕·냉면·김밥 일제히 상승. / 연합뉴스

이런 원가 압박은 결국 동네 분식집까지 흔들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분식점 사업자는 4만 7863명으로, 2023년 11월(5만 4088명) 이후 31개월 연속 감소했다. 값을 올려도 손해를 보는 구조 속에서, 시금치 대신 다른 재료로 대체하거나 아예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버티는 곳들이 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시금치 대신 오이나 당근 비중을 늘려 초록빛 재료를 대체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도 오이 가격 역시 크게 오른 터라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폭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잎채소류 가격이 폭염 때마다 요동치는 패턴이 굳어지면, 서민 대표 음식인 김밥의 가격 불안정성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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