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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가위 줘' 말하자, 2초 내에 척척"… 수술실에 들어온 '보조 로봇'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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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줘." 수술대 옆에 선 휴머노이드 로봇이 의료진의 음성 명령을 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은 카메라로 수술 도구가 놓인 트레이를 훑은 뒤 가위를 집어 들었다. 의사의 말이 입력된 뒤, 로봇이 동작을 시작하기까지 2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생명 일원역빌딩. 삼성서울병원은 실제 수술실을 그대로 재현한 이곳에서 현재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형 수술보조로봇을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로봇 3대가 원격 조작으로 수술 동작을 수행하는 장면부터 집도의 1명이 로봇 2대의 도움을 받아 수술하는 모습, 참가자가 사람 손처럼 움직이는 다관절 로봇손을 직접 조작해 보는 시연까지 다양한 장면이 펼쳐졌다.

의사 1명과 로봇 3대가 함께 한 담낭절제술 모의 시연에는 실제 환자나 살아 있는 동물 대신 염소 간이 활용됐다. 대형 화면에는 복강경 카메라로 비춘 장기 조직과 로봇 팔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로봇은 수술 부위를 당겨 시야를 확보했고, 담낭관과 혈관이 주변 조직에서 구분되는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을 지원했다. 이어 담낭관과 혈관을 클립으로 고정한 뒤 절단하는 담낭절제술의 핵심 단계가 화면에 제시됐다. 로봇이 수술 기구를 의료진에게 건네거나 내시경 카메라를 잡고, 조직을 일정한 힘으로 당기는 '수술실 보조' 역할을 해냈다. '요청–전달–사용–회수–정리'로 이어지는 도구의 순환 과정을 완결하며 수술 흐름의 끊김을 줄이고 의료진이 핵심 술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수술 부위를 당겨 시야를 확보하는 등 의사의 수술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사진=이효정 기자

◆ 韓 로봇 협업 "세계적으로 앞서 있어"… 핵심 기술 'RCM·비주얼 서보잉·음성인식' 등

삼성서울병원은 이번 시연에서 의료진과 여러 휴머노이드 로봇이 팀을 이뤄 협업했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꼽았다.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제어하는 수술 보조 로봇을 함께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연구 책임자인 정용기 이비인후과 교수는 한국의 로봇 기술에 대해 "세계적으로 앞선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국내에 정교한 수술 역량을 갖춘 의료진과 로봇 개발 기업, 인공지능 연구진이 함께 있어 관련 연구를 발전시키기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수술 로봇인 다빈치와의 차이도 명확히 했다. 다빈치는 수술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특수 목적 로봇인 반면, 이번 연구에서 활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팔 끝에 장착하는 도구와 제어 방식에 따라 여러 업무를 수행하는 범용성과 확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다관절 로봇손의 경우, 여러 손가락을 활용하면 도구가 집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서로 겹쳐 있는 상황에서도 보다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 로봇의 역할은 크게 수술 기구를 준비·전달하는 'OR-스크럽(Scrub)', 내시경을 잡고 조직을 견인해 시야를 확보하는 'OR-스코프(Scope)', 집도의가 원격으로 조작하면 수술 기구를 직접 움직이는 'OR-텔레옵(TeleOp)'이다. 정용기 교수는 "향후 수술실에는 집도의와 여러 대의 로봇이 함께 일하는 형태가 들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의 핵심 기술은 세 가지다. 기구 삽입점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RCM(Remote Center of Motion)', 카메라로 목표를 추적해 움직임을 자동 보정하는 '비주얼 서보잉' 그리고 의사의 음성 지시를 동작으로 연결하는 '음성인식(AI)'이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실험실 평가에서 음성 명령 인식률과 동작 성공률은 모두 목표치인 95%를 넘어섰다. 수술도구 5종 집기 성공률은 100%, 전달 성공률은 98.7%를 기록했다. 명령 인식 후 동작 시작까지는 2초 이내, 최종 목표는 1초 이내다. 

안전장치도 갖췄다. 긴급정지 음성명령과 전용 페달·버튼이 있고, 비상 정지 시 로봇은 즉시 멈춰 뒤로 물러나며 관절 힘이 풀려 의료진이 손으로 밀어낼 수 있다. 다만 로봇 오작동에 따른 책임 소재 등 의료분쟁 논의는 아직이다. 정 교수는 "중요한 내용이지만 아직 논의할 만큼 기술이 성숙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출혈이나 수술 연기, 환자별 장기 구조 차이처럼 실제 수술에서 발생하는 변수에 대응하는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절개·봉합 등 고난도 술기도 아직 연구 단계다.

◆ 2029년 임상 계획… "의료 인력난 해소" 지방·야간 응급 현장 공백 메운다

삼성서울병원은 2029년 담낭절제술과 뇌하수체종양절제술 등을 대상으로 4개 병원에서 첫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내시경 유지부터 복강경 수술 시야 맞춤, 조직 견인 순으로 위험도가 낮은 보조 업무부터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실제 환자 수술 적용 시기에 대해서는 "어떤 역할을 맡기느냐에 따라 적용 시점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내시경을 잡고 수술에 맞춰 위치를 조정하는 역할부터 임상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밝힌 최종 목표는 '의료 인력난 해소'다. 단순 반복 업무는 로봇이 맡고 의료진은 핵심 술기에 집중하도록 해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지방·야간 응급 현장의 공백을 메운다는 구상이다. 정 교수는 "지방 병원이나 야간 응급수술처럼 인력이 부족한 현장에서도 일정 수준의 수술 보조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3년 안에 로봇이 인간 의사를 능가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두고 근거 없는 얘기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존스홉킨스대·스탠퍼드대 공동연구팀이 다빈치 로봇으로 적출된 돼지 담낭을 대상으로 자율 수술을 시연한 연구를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살아있는 동물이 아닌 적출 장기 실험이라 실제 임상까지는 격차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이번 과제는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7월 한국형 ARPA-H 주관 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2029년 12월까지 54개월간 진행되며 정부 지원 연구개발비는 총 138억3500만원 규모다.

삼성서울병원은 임상 요구를 정의하고 실증을 맡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로봇 본체, 에이딘로보틱스가 그리퍼와 로봇 손 개발을 담당한다. 성균관대와 서울대는 AI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고, 국립암센터와 전북대병원 등은 데이터 수집과 실증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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