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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신선 보관법, 낱개 포장 후 꼭지 아래로 냉장
위키트리
추석을 앞두고 배 한 상자를 선물로 받는 집이 많다. 상자를 열어 한두 개 꺼내 먹은 뒤 나머지는 그대로 상온에 둔 채 며칠을 보내기 쉽다. 그런데 며칠 지나 다시 상자를 열어보면 껍질에 힘이 빠지고 과육이 물러진 배를 발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사과나 바나나처럼 따고 나서도 계속 익어가는 후숙 과일이 있다 보니, 배도 며칠 두면 더 달아질 거라 기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배는 나무에서 떨어진 뒤 추가로 숙성되지 않는 과일이다. 일본 생활매체 마카로니는 배가 가장 먹기 좋은 시점에 수확되며, 수확된 뒤로는 스스로 가진 당분과 수분을 써서 호흡하며 서서히 품질이 떨어질 뿐이라고 설명한다.
상온에 오래 둘수록 나아지는 게 아니라 그만큼 수분과 단맛을 잃는다는 뜻이므로, 선물 받은 배를 며칠 상온에 두었다가 먹으려는 습관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덜 익은 과일을 며칠 두고 익히는 것과, 이미 다 익어서 온 배를 오래 두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배는 수확 후에도 껍질과 꼭지를 통해 산소를 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호흡을 계속한다. 이 호흡 과정에서 과육에 저장된 수분과 당분이 소모되기 때문에, 호흡을 얼마나 억제하느냐가 신선도를 지키는 관건이 된다. 배는 꼭지 부분으로 산소를 주로 받아들이므로, 꼭지를 아래로 향하게 두면 산소 유입이 줄어 호흡 속도가 느려지고 품질이 덜 떨어진다.
배는 건조에도 약해서 표면 수분이 마르면 과육까지 팍팍해진다. 그래서 꼭지 방향을 맞추는 것과 함께 겉면을 감싸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두 가지를 같이 챙겨야 온전한 보관이 된다. 냉장고 안이라도 밀폐 없이 두면 건조한 공기에 수분을 계속 빼앗기므로, 냉장 보관과 밀폐 포장은 짝을 이루는 조치라고 봐야 한다.
통배를 보관할 때는 랩이나 신문지, 키친타월 중 하나로 하나씩 감싼 뒤 지퍼백 같은 밀폐 봉투에 넣고, 꼭지를 아래로 향하게 눕혀 냉장고에 둔다. 마카로니는 이 방법으로 일반 냉장실에서는 일주일 정도, 채소칸에서는 열흘 정도까지 신선함이 유지된다고 안내한다. 채소칸이 일반 냉장실보다 오래가는 이유는 온도가 조금 더 높고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돼 배가 급격히 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차갑게 식힌 배가 상온에 둔 배보다 더 달게 느껴지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냉장으로 당도 자체가 오르는 게 아니라 차가워지면 혀가 단맛을 더 강하게 감지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배는 냉장고에 보관하는 쪽이 신선도와 맛 모두에서 유리하다.
자른 배는 사정이 다르다. 잘린 단면으로 수분이 바로 드러나 상온에 두면 품질이 빠르게 나빠진다. 설탕물이나 소금물, 레몬즙을 탄 물에 잠깐 담갔다가 건져 랩으로 감싼 뒤 냉장 보관하면 갈변과 무름을 함께 늦출 수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식중독 예방 수칙도 손질해 둔 과일처럼 수분이 많은 식품은 5도 이하 냉장 보관을 기본으로 삼도록 안내하고 있어, 자른 배 역시 상온에 방치하지 말고 바로 냉장고로 옮기는 것이 안전하다.
랩과 신문지, 키친타월은 저마다 특성이 다르다. 랩은 배 표면에 밀착돼 수분이 빠져나갈 틈을 거의 남기지 않는 대신 안쪽에 남은 물기가 그대로 갇힐 수 있고, 신문지나 키친타월은 배 표면의 여분 수분을 흡수하면서도 공기가 약간 통해 과도한 습기가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집에 신문지가 없다면 키친타월 여러 장으로 감싸는 것도 같은 효과를 낸다.
어떤 재료로 감싸든 마지막에는 밀폐 봉투나 지퍼백에 넣어 냉장고 안 건조한 공기와 직접 닿지 않게 해야 한다는 원칙은 같다. 포장을 마친 배는 채소칸 안쪽, 다른 식재료에 눌리지 않는 자리에 두는 것이 배 모양을 온전히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상자째 받은 배를 확인 없이 그대로 서늘한 곳에 두는 경우가 많은데, 상자 안에 상처 나거나 짓눌린 배가 하나라도 섞여 있으면 그 배에서 나오는 수분과 가스가 주변 배의 무름을 앞당긴다. 상자를 받은 날 배를 하나씩 꺼내 꼭지와 표면을 확인하고, 상한 것은 먼저 먹거나 조리용으로 돌리고 멍든 배를 온전한 배 위에 쌓아두지 않는 것이 좋다.
보관에 들어가기 전에 배 전체를 씻어두는 것도 피해야 한다. 표면에 물기가 남으면 그 습기가 봉투나 상자 안에 갇혀 오히려 무름을 재촉한다. 그날 먹을 배만 그때그때 씻고 나머지는 마른 상태 그대로 낱개 포장해 두는 편이 훨씬 오래간다.
보관을 해도 결국 다 못 먹을 만큼 배가 많이 남았다면 용도를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다.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한입 크기로 썬 배를 냉동용 봉투에 펼쳐 얼려두면 필요할 때 꺼내 화채나 생과일주스, 스무디 재료로 바로 쓸 수 있다. 얼린 배는 신선한 배만큼 아삭한 식감은 아니지만 갈아 마시거나 끓여 먹는 용도로는 부담 없이 활용된다. 국내 식약처 기준으로도 냉동 보관은 영하 18도 이하를 유지해야 품질과 안전을 함께 지킬 수 있다.
마카로니는 배를 디저트나 음료, 요리로 조리해 먹는 것도 소개하는데, 특히 배즙에 재워두면 육류가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언급한다. 배에 들어 있는 효소가 고기 단백질을 분해해 연육 작용을 하기 때문으로, 갈비찜이나 불고기용 고기를 재울 때 무르기 시작한 배를 갈아 넣으면 상품성이 떨어진 배 한 조각도 버리지 않고 다 쓸 수 있다. 설탕물에 넣어 끓이는 배숙처럼 조리해두면 실온에서도 며칠 두고 먹을 수 있어, 낱개 보관이 번거로운 시기에 남은 배를 한 번에 정리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