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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음 청년 68만, 준비중 청년 재정의 및 맞춤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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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도 구직활동을 하지도 않은 채 '쉬었음' 상태에 머무는 청년이 올해 들어 월평균 6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20·30대 쉬었음 청년 규모는 이 정도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청년 인구 자체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인데도 쉬었음 규모는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정부는 이를 청년이 일자리로 진입할 수 있는 경로 자체가 좁아지고 있다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가 이 통계에서 눈여겨보는 대목은 규모 자체보다 이들이 노동시장과 얼마나 멀어져 있느냐다. 쉬었음 상태가 길어질수록 노동시장 재진입이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1년 이내 일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청년 비중이 70~80% 수준에 이르는 만큼 상당수는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쉬었음 상태를 취업 준비를 잠시 멈춘 일시적 국면으로 보는 청년과, 장기간 구직활동 끝에 노동시장과의 거리가 크게 벌어진 청년을 하나의 통계 범주로 뭉뚱그려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인식은 고용노동부가 최근 쉬었음 청년을 '준비중 청년'으로 부르기 시작한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통계상으로는 하나의 범주로 묶이지만, 취업 준비를 잠깐 쉬어가는 청년부터 장기 구직 실패로 노동시장과 거리가 크게 벌어진 청년까지 상황이 저마다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월 8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노사정 신년 인사회에서 쉬었음 청년을 준비중 청년으로 재정의하고, 이들의 노동시장 진입에 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10일 '청년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청년들을 쉬었음 청년과 구직 청년, 일하는 청년 세 단계로 나눠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졸·대졸자와 군 장병 정보를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한 '일자리 첫걸음 플랫폼'을 구축해 장기 미취업 위험군 청년 약 15만 명을 조기에 발굴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발굴된 청년에게는 1대1 상담을 거쳐 고립·은둔이나 반복적 구직 실패 등 상황에 맞는 지원 사업을 연계하고, 이후 사회적기업 등을 통한 '포용적 일경험 프로그램'으로 단계적 사회 복귀를 돕는다는 구상이다. 재직 청년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노동법을 지키는 일터와 성장 환경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뒀고, 자발적으로 퇴사한 청년도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2027년까지 관련 지급 체계를 새로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지금까지는 자발적 퇴사자가 구직급여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왔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첫 직장을 그만두려는 청년들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반영된 결과다.

정부는 올해 청년 정책의 지원 대상 나이도 기존 29세에서 34세로 넓혀, 20대뿐 아니라 30대 청년의 일할 기회 격차도 함께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예산으로는 약 1조 9000억 원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을 목표로 내걸고, 일할 기회와 산업현장 위험, 노동시간, 임금·복지 등 노동시장의 네 가지 핵심 격차 해소를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첫 번째로 꼽힌 것이 청년의 일할 기회 격차 해소다. 고용노동부는 업무보고에서 20·30대 쉬었음 청년 70만 명의 취업 애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청년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이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업무보고에는 임금체불 근절대책과 노조법 개정을 통한 원·하청 간 대화 촉진, 62년 만의 노동절 복원 등 노동 존중 기반을 다지겠다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다만 지난해 3분기 기준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고 사망자는 275명으로 전년보다 26명 늘었고, 임금체불액 역시 지난해 9월 기준 1조 64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하는 등 개선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정책을 설계하기에 앞서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부터 모았다. 지난해 8월 28일 청년 타운홀 미팅 '청년, 일문일답'을 열고 심층 면접(FGI)을 함께 진행해 청년들이 처한 다양한 상황과 어려움을 파악했다. 이 자리에서 청년들은 기업들이 경력자를 선호하고 구직자에 대한 기대 수준이 계속 높아지면서, 경력이 없어 취업을 못 하고 취업을 못 해 경력을 쌓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열악한 노동환경과 임금체불 등 기본적인 노동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일터를 만나는 경우가 많다는 고민도 이어졌다. 김영훈 장관은 이런 상황을 두고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갖춘 청년들이 왜 쉬었음에 빠지는지를 자문하며, 저성장과 경력직 선호, 인공지능 대체까지 겹치면서 신입에게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수치로 보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10년간 15~39세 인구는 1698만 7000명에서 지난해 1482만 3000명으로 약 200만 명 줄었지만, 같은 기간 쉬었음 인구는 44만 7000명에서 73만 7000명으로 오히려 30만 명 가까이 늘었다. 15~29세 청년 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27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대학 졸업 후 1년 이상 취업하지 못한 청년 비중도 48.6%까지 치솟은 상태다. 세대 간 일자리 양극화도 뚜렷하다. 올해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는 29만 2000개 늘었지만 이 가운데 79.8%를 60대 이상이 가져갔고, 20대 이하 일자리는 오히려 7만 6000개 줄었다.

현재의 고용 통계 방식 자체가 쉬었음 규모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는 지난 한 주간 단 1시간이라도 일했다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든 플랫폼 배달이든 취업자로 분류한다. 반대로 일할 의사가 있어도 최근 한 달간 구체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통계와 체감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쉬었음 인구 안에는 육아나 가사, 학업, 질병 등 뚜렷한 사유가 있는 경우부터 구체적인 이유 없이 그냥 쉬고 있는 경우까지 폭넓게 섞여 있어, 통계 하나만으로 청년 고용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정부가 준비중 청년이라는 새로운 분류를 시도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민간에서도 비슷한 진단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여의도 FKI타워에서 '청년고용정책 세미나'를 열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청년 고용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임금은 573만 8000원으로, 300인 미만 사업체(366만 7000원)보다 56% 높다는 게 이 진단의 근거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경직된 근로시간, 산업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이 구조적 원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 대학 총학생회장은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취업자 수 통계가 아니라 시작하고 성장하며 올라갈 수 있는 일자리라며, 역량 축적과 경력 이동을 정책 성과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인공지능 확산에 대응해 신산업 진입 규제를 완화하고 대학 교육·훈련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일수록 오히려 채용 여력이 줄어드는 흐름도 뚜렷하다. 제조업과 정보통신업, 공공행정 등 그동안 청년 구직자들이 몰렸던 직군에서 채용 규모가 눈에 띄게 줄면서, 이들 산업을 목표로 취업을 준비해 온 청년들 사이에서는 진로 방향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선호 직군의 채용 문까지 좁아지자,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추기보다 취업 준비 자체를 미루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흐름은 앞서 정부가 진단한 저성장과 경력직 선호, 인공지능 대체라는 세 가지 구조적 원인과도 겹친다.

정부가 청년 준비중 청년 대책을 발표한 지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아직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자리 첫걸음 플랫폼을 통한 장기 미취업 위험군 발굴 작업이나 15만 명 규모의 목표 대상자 상담 연계는 이제 막 걸음을 뗀 단계다. 준비중 청년이라는 명칭 변경 자체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보다 낙인 효과를 줄이려는 상징적 조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원 대상자 발굴부터 맞춤형 프로그램 연계, 노동시장 재진입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이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앞으로 몇 차례 더 발표될 고용동향 통계를 통해 검증받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우선 올해 하반기까지 일자리 첫걸음 플랫폼 구축을 마무리하고, 발굴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1대1 상담과 포용적 일경험 프로그램 연계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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