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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값 상승, 낫싱 CMF 후속작 출시 무산
위키트리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낫싱(Nothing)의 예산형 서브브랜드 CMF가 저가 전략의 성공과 위기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CMF폰2 프로는 27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후속 모델은 메모리 가격 급등에 발목이 잡혀 올해 출시가 무산됐다. 낫싱은 지난해 CMF를 인도 기반의 독립 자회사로 재편했지만, 예산형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흔들리면서 CMF의 향후 존속 여부까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CMF는 ‘컬러, 소재, 마감(Color, Material, Finish)’의 줄임말이다. 디자인만큼은 타협하지 않는다는 브랜드 철학을 이름에 그대로 담았다. 실제로 CMF폰2 프로는 저가폰이라는 인상이 들지 않을 만큼 개성 있는 외관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가격을 낮춘 비결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후면 패널과 프레임에는 유리·금속 대신 플라스틱을 썼고, 디스플레이 보호 유리도 플래그십에 흔히 쓰이는 고릴라 글래스가 아닌 상대적으로 저가형인 팬더 글래스를 채택했다. 두뇌 역할을 하는 칩도 미디어텍 디멘시티 7300 프로라는 중급형 프로세서로, 일상적인 작업과 가벼운 게임은 문제없이 처리하지만 고급 카메라 연산이나 고사양 게임에는 한계가 있다.
카메라 구성은 5000만 화소 메인·망원 카메라에 8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까지 갖춰 스펙만 보면 화려하다. 다만 센서와 이미지 처리 능력이 플래그십에 미치지 못해 저조도 촬영 결과가 떨어지고, 손떨림 보정도 광학식(OIS)이 아닌 전자식(EIS)에 그친다. 메모리 역시 구형 LPDDR4X 램과 UFS 2.2 저장 규격을 사용했고, 대신 마이크로SD 슬롯을 넣어 사용자가 저렴하게 저장 공간을 늘릴 수 있게 했다. 저가폰 원가에서 메모리 비중이 큰 만큼, 이런 선택이 가격을 279달러까지 낮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낫싱은 원플러스(OnePlus) 공동창업자 칼 페이(Carl Pei)가 2020년 세운 브랜드다. 투명한 후면 디자인과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LED 조명 시스템 ‘글리프(Glyph)’로 이름을 알렸다. 낫싱의 최신 미국 출시 스마트폰인 노씽 폰(4a) 프로는 2026년 3월 499달러로 출시됐고, 현재는 449달러부터 판매되고 있다.
CMF는 2023년 낫싱의 서브브랜드로 등장했다. 목표 시장은 예산형(budget) 세그먼트지만, 디자인 중심 철학은 그대로 유지했다. 지금까지 나온 CMF폰1과 CMF폰2 프로 두 모델은 미국에서 정식 출시되지 않았고, 대신 영국과 일부 유럽 국가, 아시아 여러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됐다. CMF폰2 프로는 호평을 받았음에도 미국 소비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낯선 제품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CMF폰1은 2024년 7월, CMF폰2 프로는 2025년 5월 각각 출시됐다. 이후로는 새로운 CMF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았고, 현재는 낫싱 홈페이지에서 두 모델 모두 찾아볼 수 없다.
새 CMF폰은 2026년 출시가 예상됐지만, 올해 6월 낫싱 공동창업자 아키스 에반겔리디스(Akis Evangelidis)가 X(옛 트위터)를 통해 상황을 전했다. 그는 팀이 CMF폰2 프로 후속작을 개발 중이지만 메모리 가격이 너무 높아 목표 가격대에서 의미 있는 성능 개선을 내놓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새 CMF폰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2027년 신작에 대한 별도의 약속도 없었다.
이 발표는 흥미로운 시점에 나왔다. 이보다 8개월 앞서 낫싱은 CMF를 독립 자회사로 재편해 인도에 자체 연구개발(R&D)과 생산 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새롭게 독립한 회사가 곧바로 예산형 스마트폰 시장 전반의 어려움에 직면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미국 내 100달러 미만 안드로이드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4% 급감했다. 반면 200~299달러 구간은 모토로라 등 브랜드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전년 동기 대비 거의 200% 성장했다.
CMF의 제품들은 바로 이 200~299달러 구간에 속한다. 남아 있는 재고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일부 시장에서는 이미 품절됐다. CMF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2027년 신제품 출시가 보장되지 않은 데다 메모리 가격까지 계속 오르면서 다음 CMF폰이 실제로 나올 수 있을지 자체가 더 큰 물음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