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읽음
소비자 보호는 시장 신뢰의 핵심, 공정 거래 확립
우먼컨슈머
문제는 거래가 끝난 뒤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광고와 실제 상품이 다르고, 해지를 요구하면 위약금을 내라고 한다. 환불을 요청하면 소비자의 책임부터 따진다.
무료라고 했던 서비스에는 조건이 붙고, 체험이라고 했던 계약은 어느 순간 장기결제로 바뀐다. 해외직구 제품에서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성분이 발견되고, 온라인에서는 유명인을 사칭한 광고와 투자 사기가 소비자의 지갑을 노린다.
피해 유형은 달라졌지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았다.
기업과 사업자는 정보를 가지고 있고 소비자는 그 정보를 믿고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정보의 격차가 바로 소비자 문제의 출발점이다.
물론 모든 소비자 피해를 기업의 악의로 돌릴 수는 없다. 소비자에게도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복잡하고 긴 약관과 가격 구조, 눈에 잘 띄지 않는 해지 조건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공정한 거래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디지털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소비자의 판단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다.
과거에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을 비교하면 됐다. 이제는 알고리즘이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하고, 인공지능이 만든 광고가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흉내 낸다. 리뷰가 진짜인지 광고인지 구별하기 어렵고, 몇 번의 클릭만으로 결제와 대출, 투자까지 가능하다.
기술은 소비자의 편의를 높였지만 동시에 소비자를 속이는 기술도 정교해지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 보호 제도는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신고를 하면 관할이 아니라는 답변을 듣고, 다른 기관에 문의하면 또 다른 기관으로 안내받는다. 소액 피해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소비자가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소비자 한 명이 포기하면 문제가 끝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남는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결국 시장 전체의 신뢰가 무너진다.
소비자 보호를 기업에 대한 규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시장경제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다. 상품을 믿을 수 있고, 광고를 신뢰할 수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소비가 살아난다.
기업 역시 소비자를 단순한 매출 숫자로 바라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명의 소비자가 제기한 불만은 귀찮은 민원이 아니라 기업 내부의 문제를 알려주는 가장 값싼 경고음일 수 있다. 환불 한 건을 막아 몇만 원을 지키는 기업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 수십 년을 살아남는 기업이 결국 강한 기업이다.
정부와 감독기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피해가 발생한 뒤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복되는 피해 유형을 분석해 사전에 차단하고, 여러 기관에 흩어진 소비자 피해 정보를 연결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와 청소년, 디지털 정보 취약계층을 노리는 새로운 형태의 사기와 과장광고에는 훨씬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언론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보도자료를 옮기고 기업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소비자 언론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소비자가 어디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지, 어떤 제도의 틈에서 피해가 반복되는지, 기업과 정부가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지 끝까지 묻는 것이 소비자 언론의 존재 이유다.
작은 소비자 피해라고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10만원짜리 피해가 1만 명에게 발생하면 10억원이다. 한 사람이 포기하면 개인의 손실로 끝나지만 수많은 소비자가 포기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구조적인 시장 실패가 된다.
소비자는 시장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기업을 존재하게 만들고 시장을 움직이는 출발점이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기업은 오래가기 어렵고, 소비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시장 역시 건강하게 성장하기 어렵다.
그래서 소비자 보호는 약자를 위한 배려가 아니다.
공정한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다.
우먼컨슈머는 앞으로도 소비자의 작은 목소리를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억울함에서 제도의 허점을 찾고, 한 건의 피해에서 수많은 소비자가 겪을 수 있는 위험을 살펴볼 것이다.
소비자가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기업이 소비자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존중하기 때문에 책임지는 시장.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소비자 중심 사회의 모습이다.
소비자 보호의 빈틈을 메우는 일은 결국 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