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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선비핵화 대신 핵 중단 우선 평화론 전환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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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핵화 폐기는 선중단으로 대체" 재확인

빅터 차 인용해 정당성 강조했지만

"중단" "비핵화 철회" 경계 여전히 모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1주년(25일)을 앞두고 던진 "선비핵화 폐기" 발언은 그 자체로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의 방향을 압축한다. 다만 이 전환이 실제로 한반도 정세를 바꿀 실질적 해법인지, 아니면 용어만 바뀐 수사에 그치는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정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정부는 전 정부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사실상 폐기하고 선평화론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 대신 '핵 없는 한반도의 실현'으로 목표를 재정립했다"며 "평화가 선도하는 북핵 우선 중단 전략을 구체화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표방하는 로드맵은 △북핵 우선 중단 △핵 군축 △최종 비핵화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이다. 협상의 첫 관문을 '비핵화 선언'이 아니라 '핵 활동 동결'로 낮춰, 대화 자체를 우선 성사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 장관이 내세운 핵심 논리는 '대화 재개가 먼저'라는 것이다. 그는 "남북 간 대화가 끊어진 지 7년째인데 대화 맨 입구에 선비핵화를 갖다 놓으면 대화가 열리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그 문제의식을 담은 것이 선비핵화 대신 선평화"라고 말했다. 이어 "선비핵화를 내세우는 게 현실성이 있느냐.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도 선비핵화론을 사실상 폐기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정 장관은 이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를 인용했다. 그는 "빅터 차 같은 대북 강경파 학자도 선비핵화 실패를 규정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선비핵화를 외쳐온 것은 다분히 국내 정치용이었다"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 내에서도 CVID 원칙이 실효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을 근거로 든 셈이다.

다만 정 장관은 스스로도 이 지점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철회한 것이냐'는 질문에 "선비핵화 폐기를 선중단으로 바꾼 것"이라며 "궁극적인 비핵화 목표를 폐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중단'과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다른 결과를 낳느냐다. 정 장관 스스로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은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의 원심분리기가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고, 영변에서는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5메가와트(MW) 원자로도 돌아가고 있다"고 인정했다. 북한의 핵 활동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중단'을 우선 목표로 낮추는 것이, 사실상 비핵화 시계를 무기한 유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 장관은 취임 1주년을 맞아 통일부 내부 행정망에도 별도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우리는 '자유의 북진'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어두운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고 우리 안에 '한반도 평화공존'이라는 이름을 굳건하게 심었다"고 지난 1년을 자평했다. 전 정부의 대북 기조를 겨냥한 표현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북미 대화 전망에 대해 정 장관은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이 관건적 시기"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역시 한국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미중 정상외교 일정에 기대는 전략이라, 자체 동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정 장관은 대통령의 노력에 견줘 통일부의 뒷받침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은 '피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말씀하셨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을 설득하고 계신다"며 "정부가 과연 대통령의 노력을 잘 뒷받침했느냐에 대해 통일부로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정동영표 대북정책 1년은 '대화의 문턱을 낮췄다'는 성과와, '핵 활동이 멈추지 않는 현실을 바꾸지 못했다'는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 용어 전환이 실제 협상 재개로 이어질지, 아니면 선언적 수사에 그칠지는 앞으로의 북한 반응과 미중 정상외교 결과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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