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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도 없는 '다선 관례'에 멈춘 보령시의회…열흘 넘긴 원구성 파행, 시민 신뢰 붕괴
투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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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제10대 보령시의회 전반기 원구성이 열흘 넘게 파행을 거듭하면서 지방의회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의장단과 상임위원회 구성이 지연되면서 조례안 심사와 예산안 처리, 집행부 견제 등 지방의회의 핵심 기능이 멈춰 섰고,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한 의장직 다툼이 아니다. 법적 근거조차 없는 '최다선 의원 우선'이라는 정치 관례가 협상의 기준처럼 작동하며 원구성 자체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지방자치법과 관련 법령 어디에도 다선 의원이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의장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오랜 관행을 사실상의 원칙처럼 받아들이며 협상을 이어왔고, 이번에도 그 관례가 원구성 파행의 중심에 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인식은 더불어민주당 문석주 의원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문 의원은 지난 10일 보령시의회 의회사무처에서 보령시프레스협회와 가진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상반기는 하겠다. 하반기는 모르겠다"며 "현재 선출 룰로 따지면 또 민주당의 5선이 하겠다고 하면 막을 길은 없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현행 의장 선출 구조를 설명한 취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법이 아닌 '최다선 관례'를 전제로 협상에 접근하는 인식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협상은 상호 양보와 정치적 타협을 통해 이뤄지는 과정인 만큼 "막을 길이 없다"는 표현은 협치보다는 기득권 논리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비칠 수 있다는 평가다.

물론 이번 파행의 책임을 민주당에만 돌리기는 어렵다. 국민의힘 역시 후반기 의장직 보장을 요구하며 개원 임시회 참석을 거부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서면서 교착 상태를 더욱 장기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의장 선출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민주당이 보다 적극적인 협상안을 제시하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어느 한쪽의 명분 경쟁보다 시민을 위한 의회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구성 지연이 길어질수록 시정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예상된다. 의장단과 상임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으면 각종 조례안과 예산안 심의는 물론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민선 9기를 출범시킨 엄승용 보령시장의 주요 정책 역시 의회의 협조 없이는 추진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어 시정 운영 전반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논란은 의정비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원구성 협상이 장기간 지연되고 의회 기능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도 의원들에게는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가 정상 지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제도에는 원구성 지연이나 의회 공전을 이유로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거나 삭감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는 지방의회가 장기간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의정비를 감액하거나 지급을 제한하는 이른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지방행정 전문가들은 원구성과 의장 선출 과정에서 명확한 제도적 기준이 부족한 탓에 정당 간 힘겨루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 보령시의회 사태는 특정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법과 제도의 허점, 그리고 낡은 정치문화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지방의회는 정당의 전리품을 나누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을 대표하는 의결기관이다. 법은 다선 의원에게 의장직을 보장하지 않는다. 결국 보령시의회를 멈춰 세운 것은 법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었다.

시민이 투표로 선택한 것은 의장 자리가 아니라 '일하는 의회'였다. 자리싸움이 계속될수록 시민의 신뢰는 의장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비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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