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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명 넘어선 고1 자퇴생…'고교학점제·5등급제' 격변 속 길 잃은 교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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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교실이 거센 격랑에 휩싸였다. 2025학년도부터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라는 거대한 입시 변화 속에서, 학업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이탈하는 고1 자퇴생이 1만 명을 돌파했다.

교육부는 내신 개편과 자퇴 증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교육 현장과 학계 전문가들은 복잡해진 고교학점제와 대입 제도의 모순, 그리고 사교육계의 '불안 마케팅'이 맞물려 빚어낸 공교육의 위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부가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고 1학년 자퇴생 수는 2021년 6112명, 2022년 7880명, 2023년 9373명으로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내신 5등급제가 도입된 2025학년도에는 1만 6명으로 1만 명 선을 넘었다.

교육부 “자퇴생 증가, 내신 5등급제 탓 아냐…하위권 자퇴 더 많아”

하지만 교육부는 이 같은 학업 중단 사태를 새로운 내신 제도의 탓으로만 단정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2025학년도 고1 자퇴생의 평균 석차 등급은 3.7등급(5등급제 기준)으로, 이를 기존 9등급제로 환산 시 6.7등급에 달해 오히려 하위 등급 학생의 자퇴 비중이 컸다는 것이다.

상위권 학생들의 '내신 리셋(자퇴 후 재입학)' 우려에 대해서도, 1등급대 학생의 자퇴 비율(6.72%)은 2년 전(7.07%)보다 도리어 낮아졌으며, 이듬해 다시 입학하는 규모 역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5등급제 도입으로 상위권 변별력이 약화될 것이란 일각의 불안감에 대해서도 "1·2학기 전 과목이 모두 1등급인 학생 수는 4659명으로 1학기 대비 38% 감소했다"며 "3학년까지 전 과목 1등급을 유지할 인원은 의대 입학정원(3671명)보다 적을 것으로 추산돼 내신 변별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고교학점제로 인한 진로 압박과 수능과의 엇박자가 이탈 불러”

그러나 교육부의 정량적 통계 해명과는 달리, 학교 현장과 교육 전문가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심각하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고1 자퇴생 급증의 기저에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이 주는 중압감이 짙게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고교학점제 체제에서는 1학년 때부터 학생 스스로 진로에 맞춰 복잡한 과목을 선택하고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한 교육학과 교수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진로가 명확하지 않은 고1 학생들에게 입시와 직결되는 과목 선택을 강요하는 과정 자체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내신은 고교학점제와 5등급제로 굴러가지만, 대입의 가장 큰 축인 수능은 여전히 기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모순으로 꼽힌다. 이중고에 시달리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복잡한 학교생활과 내신 관리에 얽매이느니, 일찌감치 자퇴해 검정고시를 치르고 수능(정시)에만 올인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사교육 기관들 역시 이러한 제도의 틈새와 학생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들어 자퇴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입시 전문가 “자퇴 후 정시 올인은 위험천만한 ‘도박’”

하지만 교육 당국과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 점수만을 바라고 고교를 성급히 자퇴하는 것은 대입 전략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고 경고한다. 대입 지형이 수능 100% 전형에서 점차 탈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취지에 따라, 수능위주전형 선발 규제를 받는 주요 16개 대학 중 9개 대학이 정시에서 학생부 반영을 신설하거나 강화했다. 이에 따라 총 11개 주요 대학이 정시에서도 학교생활기록부를 전형 요소로 활용하게 된다.

대학들이 단순히 정량적인 수능 성적 우수자보다, 고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수행한 인재를 다각도에서 정성적으로 평가하려는 추세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민병곤 서울대 입학본부장 역시 한 매체에 기고한 기고문을 통해 "내신 유불리를 이유로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이 적지 않은 점이 가장 안타깝다"며 "'전 과목 1등급을 받아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인식은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학교는 성적만을 받는 곳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협력하고 책임을 배우며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공간"이라며 "대학이 찾는 인재 역시 주어진 환경 속에서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학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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