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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5·18 비하 징계, 지도자 책임 방기 논란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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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야구부가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상대 팀을 조롱해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사태를 두고 학생들에게만 책임이 쏠리는 징계 구조는 부당하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강수영 변호사는 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배재고 덕아웃에서 응원이 나왔다. 관중석 응원이 아니라 덕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미리 짜 온 것"이라며 "율동을 맞춰 하는 것을 보면 미리 준비해 온 응원이기 때문에 지도자 책임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배재고 사태 규탄 교실에 스며든 혐오와 조롱, 범사회적 대응방안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강 변호사는 "감독과 코치의 책임이 매우 크다. 경기 중 이런 상황이 나오자마자 10초 안에 무조건 제지했어야 한다"며 "덕아웃에 감독과 코치가 다 있는데도 이를 한참 동안 내버려 뒀다. 지도자들은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도중 광주와 5·18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하는 응원구호를 외친 바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긴급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공정위원 7명 중 5명이 참석해 4명이 심의·의결에 참여했으며, 광주일고와 배재고 감독, 당시 경기 심판이 나와 상황을 진술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을 스포츠 정신에 반하고 경기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행위로 판단했다. 징계는 전날 청룡기 2회전부터 적용돼 해당 경기는 몰수패로 처리됐다. 이로써 배재고는 봉황대기 등 남은 전국대회에 모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강 변호사는 이번 징계가 사실상 선수들의 진로를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고교 선수들이라 6개월씩 출전하지 못하게 하면 프로 지명이 거의 안 된다고 봐야 한다"며 "학생들에게만 이렇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판진과 협회의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이들을 제재해야 할 심판도 경기 중이었으니 다 들었을 것 아니냐. 바로 제지했어야 했다. 그 노래가 울려 퍼질 때까지 심판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며 "학생들만 크게 징계하면 나머지 책임은 다 묻혀 버린다. 이런 구도가 부당하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이번 징계가 협회 등 관계자들이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도 내놨다. 그는 "한국 고교 야구에도 서로 조롱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다"며 "사회적 문제가 커지자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놓고 정치권이 개입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강 변호사는 "이번 징계는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라는 민간 사단법인이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같은 방송에서 "학생들에게만 책임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거의 공감한다"면서도 "이 사안을 배재고라는 이유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연관 지어 연결하는 콘텐츠들이 돌고 있다. 이것을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보수 이념과 연결하며 정치 쟁점화하는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강성필 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우리 민주당에서도 한 의원이 ‘배재고 야구부를 해체해야 한다’고 했는데 잘못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권에서 이 사안을 과도하게 이용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배재고 선수 징계 여부보다 더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광주일고 선수들이 입은 피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광주일고 선수들의 피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재고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일부 학생 선수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로 광주제일고 선수단과 학부모, 동문, 광주 시민을 비롯한 많은 분께 깊은 상처와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후 재차 사과문을 올려 "단순 일탈이나 실수가 아닌 윤리·역사 인식의 총체적 붕괴에서 비롯된 사태"라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배재고 교직원과 야구부 소속 학생·학부모가 광주일고를 직접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하려 했으나, 광주일고 측이 "현재 우리 학생들은 사과를 받아들일 만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오늘 방문은 재고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만남이 불발됐다고 밝혔다.

경기 당시 광주일고 선수들은 조롱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경기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조윤채 광주제일고 야구부 감독은 배재고 학생들을 향해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된다면 상대 팀이지만 저도 가슴 아픈 일"이라며 "야구부 전체가 피해를 받아야 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밝혔다. 광주일고는 경기장 내 비방 문화가 근절돼야 한다며 협회에 항의 서한을 제출했다.

협회는 팀 징계와 별도로 지도자와 선수 개인에 대한 징계는 추가 조사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협회 공정위는 출전정지 기간 중 면밀한 조사를 진행해 대상자를 특정한 뒤 기간 내 공정위를 다시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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