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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사건 감소, 제재 56% 급증해 기업 리스크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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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제재가 기업 경영의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둔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인공지능(AI) 경쟁 심화 등으로 기업들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공정위 리스크가 경영 전반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공정경제 기조가 강화되면서 공정위의 역할과 권한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직권조사가 이어지고 과징금 부과가 늘어난 데 이어 최근에는 주요 사건의 심사보고서 송부 사실까지 공개되기 시작했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의 의견을 담은 문건으로 최종 판단은 아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조사 착수 단계부터 평판 리스크에 노출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사건은 줄었는데 과징금 부과는 56% 급증

28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5년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 사건 접수는 2205건으로 전년(2365건)보다 6.8% 감소했다.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신고 사건은 1133건으로 전년보다 8.2% 줄었고, 직권 사건도 1072건으로 5.2% 감소했다.

하지만 과징금 부과 흐름은 정반대다. 지난해 과징금이 부과된 사건은 194건으로 전년(124건)보다 56.5% 늘었다. 사건 접수는 줄었는데 과징금 부과는 10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는 공정위의 사건 운용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접수 사건이 줄었다는 것은 시장에서 새로 제기된 분쟁이나 신고가 감소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과징금 부과 건수가 급증했다는 것은 공정위가 처리 과정에서 제재 판단을 더 적극적으로 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징금 총액은 3401억7300만원으로 전년(4226억6100만원)보다 19.5% 감소했다. 하지만 총액 감소만으로 기업 부담이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형 사건 한두 건에 거액 과징금이 집중되던 구조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건에 과징금이 부과되는 방식으로 제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건당 과징금 규모보다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넓어졌다는 점이 더 큰 부담이다. 과거에는 일부 대형 담합이나 대기업집단 사건이 주된 리스크였다면, 이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건도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공정위 제재가 특정 대형 사건 중심에서 기업 전반으로 넓어지는 모양새다.

직권조사 비중도 여전히 높다. 지난해 직권 사건은 1072건으로 전체 사건의 48.6%를 차지했다. 신고가 없어도 공정위가 자체 판단에 따라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사건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기업으로서는 법 위반 여부와 별개로 언제든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안고 경영 판단을 해야 하는 구조다.

공정위는 올해 과징금 산정체계 개편과 반복 위반에 대한 가중 제재, 조사 거부 행위 제재 강화, 사건 처리 신속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사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의 방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조사 착수와 제재 판단의 문턱이 낮아지고 과징금 부과가 넓어질 경우, 공정위 리스크는 단순한 법무 이슈를 넘어 투자와 거래, 경영 전략 전반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커질 수 있다.

다만 공정위 사건이 모두 최종 제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처리된 사건 2404건 가운데 무혐의와 심의절차 종료, 조사중지, 종결처리 등을 포함한 기타 사건은 969건으로 전체의 40.3%를 차지했다. 자진시정까지 포함하면 10건 가운데 7건 이상은 별도 제재 없이 마무리됐다.

상당수 사건이 무혐의나 종결, 자진시정으로 끝난다는 것은 공정위 조사가 반드시 위법 행위 확인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업은 조사 단계부터 자료 제출, 법률 검토, 임직원 대응, 거래처 설명 등 실질적 비용을 부담한다. 제재가 없더라도 조사 자체가 비용이 되는 구조인 셈이다. 숫자상 사건은 줄었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공정위 리스크가 줄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 최종 승소해도 회복되지 않는 비용

최근 공정위가 주요 사건의 심사보고서 송부 사실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도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심사보고서는 조사 결과와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관의 문건으로 최종 의결 이전 단계다. 그럼에도 심사보고서 송부 사실과 혐의 내용이 알려질 경우 소비자와 투자자, 거래처 등은 해당 기업을 이미 위법 혐의를 받는 기업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공정위 판단이 법원에서 뒤집힌 사례는 적지 않다.

공정위는 2020년 SPC그룹 계열사들이 SPC삼립을 부당 지원했다며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모두 취소했다.

농심 등 라면 가격 담합 사건에서도 공정위는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대법원은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대모비스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사건 역시 공정위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형사고발이 모두 최종적으로 뒤집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사건과 현대제철 철스크랩 담합 사건 역시 과징금 규모 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최종적으로 기업이 승소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비용은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년간 이어지는 소송 비용은 물론 평판 훼손과 거래 위축, 투자 지연 등은 법원의 최종 판단만으로 복구하기 어렵다.

공정위 사건의 소 제기율은 지난해 13.8%로 2013년(12.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대부분 장기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만큼 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작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담합과 부당지원, 불공정거래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은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능이다. 다만 행정조사와 제재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기업의 예측가능성과 방어권 역시 함께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정위 처분이 몇년 뒤 법원에서 취소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평판 훼손과 경영 차질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과 기업 활동의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공정위가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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