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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만 성장, 한국 대만 경제 양극화 심화
조선비즈
2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한국과 대만이 AI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면서 수출과 증시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과 일반 가계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일부 산업만 성장하고 나머지는 침체하는 ‘K자형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한국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며 AI 수요 증가의 최대 수혜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두 배 이상, SK하이닉스 주가는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 반도체 수출 급증에 힘입어 한국은행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특히 석유화학과 철강, 배터리, 자동차 부품 등 주요 제조업은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와 수요 둔화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NYT에 “한국 경제가 잘된다는 말은 동시에 매우 제한적인 분야만 잘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산업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물가 상승과 실질임금 정체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NYT는 한국에서 AI 호황의 수혜가 일부 기업과 투자자에게 집중되면서 주식시장 쏠림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토스증권에 따르면 올해 개인투자자의 코스피 순매수 금액 가운데 약 83%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NYT는 한국에서 일부 고령층이 퇴직연금과 보험 해약금을 반도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젊은 층은 소셜미디어에서 ‘직장을 다니는 의미가 있느냐’며 주식 투자만으로도 비슷하거나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가 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통 제조업체들은 관세와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만 경제는 올해 1분기 15% 가까이 성장했지만 상당수 노동자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AI 특수가 이어지면서 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고, 대만에서도 TSMC의 성과급 정책이 주주총회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NYT는 AI가 만들어내는 막대한 부가 소수 기업과 주주에게 집중되면 한국과 대만 경제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과 대만의 급성장은 인구의 극히 일부만 고용하는 좁고 특화된 산업에서 비롯된다”며 “반도체 산업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 혜택을 누릴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