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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접촉·지원, “묻고 더블로 가” 인가
데일리안
우리의 민족적이자 국가적 화두는 ‘통일’과 ‘북핵 문제 해결’이다. 여기에 북한 주민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북한 주민이 남한 체제에 더 많은 자유·민주주의·인권·복지가 있음을 깨닫고 스스로 선택해야 평화통일이 가능하다.
북한 핵무기가 외부로부터의 침략을 대비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가 아니라, “북한이 먼저 대남 선제공격을 벌이지 않는 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 핵무기의 유일한 목적은 김씨 일가의 권력 세습·유지용이다, 그로 인한 대북 제재의 피해자는 김씨 일가나 권력층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이다”를 북한 주민이 깨닫고, 핵무기를 반대하는 상황이 북핵 문제 해결에 결정적 동인이 된다.
이를 위한 선결 조건이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일이다. 그들이 직접적으로건 간접적으로건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깥 세계를 보고 듣고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측면에서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앞선다는 사실이, 한 민족으로서 북한 주민과 함께하려는 대한민국 국민의 동포애가 북한 주민에 체감되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 주민에 다가가려는, 접촉·교류·협력을 위한 노력이 부단히 추진되어야 할 이유다.
이런 관점에서 제주도의 대북 지원은 고무적이다. 김정은이 “특히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루어나가며”(시정연설, 2026.03.24), 김여정이 “그 어떤 접촉 시도도 단념해야 할 것이다”(무인기 관련 담화, 2026.04.06)라 하는 상황의 뒷무대에서, 제주지사가 이미 2월에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과 접촉해 이룬 성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주지사가 만난 사람이 리호남이란 점이다. 만남과 지원은 지난해 11월 제주지사와 통일부 장관 간에 협의되고 통일부의 승인 아래 진행됐다. 중앙정부가 개입했다.
북한 공작원 리호남은 명목상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이나 실질적으로 최고사령관 김정은에 소속된 정찰총국(2025년 이후 정찰정보총국) 간부로서 북한의 대외경제 사업 부문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1990년대 말의 이른바 ‘북풍 공작’과 연계된 ‘흑금성’ 사건에도 연루되었다. 리호남도 가명이며 리철·리철운·리명운 등 다수의 이름으로 신분을 위장해 활동한다.
주지하다시피 리호남은 쌍방울의 대북 불법 송금 사건 재판 과정에서 거론된 인물이다. 방용철 쌍방울 전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2019년 7월 리호남을 필리핀에서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대가로 70만 달러를 줬다”고 증언했다. 사태의 심각성에 따른 것인지, 국가정보원이 직접 뛰어들어 “당시 리호남은 필리핀이 아닌 중국에 머물렀다” 주장하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실의 진위 여부에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가 달려 있다. 리호남은 이재명에게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대북 송금과 관련해 리호남이 어떻게 입을 놀리느냐에 따라 이재명 개인적 안위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 엄청난 회오리를 몰고 올 수 있다.
지난 대선 기간에 필자는 김정은이 이재명의 대통령 당선에 1등 공신이라 지적한 바 있다. 김정은이 대북 송금에 입을 닫았고 닫도록 지시했기 때문에, 이재명은 이 건을 ‘무사히’ 버티고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재명의 대통령 임기 끝까지 김정은은 대북 송금을 무기로 이재명을 압박할 수 있다.
현재 이재명 관련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를 위한 여러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무슨 위원회 구성이요,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 등에 더해 이재명 자신도 검찰청에 대해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며 압박했다.
이재명이 대북 송금 관련 공소 취소를 밀어붙인다면, 그것은 남한에서 공소 취소만 되면 자신이 무탈해진다는, 즉 북한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어떠한 부정적 발언·영향도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지게 한다.
만약 이재명이 공소 취소를 만들었는데, 북한이 대북 송금은 이재명의 방북용이었다고 폭로한다면 이재명에겐 파국일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제주지사가 불법 대북 송금의 당사자로 지목된 리호남과 만나, 혹은 동행한 누군가가 따로 리호남을 만나, 과연 쌍방울 대북 송금의 이재명 연계성과 전혀 무관한 대화만 나누었을까, 남한과의 대화를 전면적으로 거부한 김정은이 우리 중앙정부가 움직인 제주지사의 대북 접촉에 리호남을 보낸 것이 대북 송금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란 질문을 던지는 것에 과연 타당성이 없는가.
항상 북한에 손을 내밀고 있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대북 접촉·교류·협력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제주도의 대북 지원, 그것도 인도적 성격이 강한 지원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지원 아래 민감한, 그것도 대통령과 연계된 사법적·정치적 문제의 당사자인 리호남을 만났다는 사실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현 어려운 남북 정세에서 북한의 중요 공작원과의 만남이 제주도에 더해 통일부, 국가정보원, 나아가 청와대까지 연루된 접촉이라고 충분히 의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재명은 리호남 접촉을 과연 몰랐던가, 알았다면 무엇을 바라며 리호남을 만나게 했을까. 김정은은 무엇을 기대하며 리호남을 보냈던 것일까.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李下不整冠)”는 경구를 무시하고, 대놓고 갓끈을 고쳐 매고 있는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그만큼 갈 길이 다급한 것일까, 우려가 큰 것일까. 아니면 대북 송금을 “묻고 더블로 가”를 위한 다른 큰 판을 벌이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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