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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 농약 음독 강요해 살해한 남편, 징역 20년
픽콘
이날 소개된 첫 번째 사건은 어느 날 저녁, “밭에서 어떤 여자가 기어 나와서 살려달라고 한다. 농약을 마셨다고 하는데 숨 넘어갈 것 같다”는 다급한 신고로 시작됐다. 여성은 입에 거품을 무는 등 심각한 상태였으며, 남편이 농약을 마시지 않으면 돌로 죽이겠다고 위협했고, 억지로 유서까지 쓰게 했다고 말했다. 농약은 마시는 척만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삼켜버렸다는 것이다.
유서에는 남편과 이혼한 뒤 다른 남성과 동거했고 새로운 삶이 힘들어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며,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된 당일 결국 숨졌다. 현장에서는 제초제 빈 병과 종이컵이 발견됐다. 피해자가 마신 농약은 현재 생산과 판매가 금지됐고 과거에 사놓은 것도 사용이 불가할 정도로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다. 사망한 여성은 40대 중반으로, 유서와 달리 등본상 가족 관계에 결혼한 지 20년이 넘은 남편과 자녀가 있었다. 사망하기 이틀 전 주소지를 이전한 상태였다. 남편 김 씨(가명)는 아내의 사망 소식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3년째 연락하지 않았고 경찰서에 올 때 자신이 만나는 사람이라며 한 여성과 동행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옮긴 주소지를 찾아가자 남성과 아이가 거주하고 있었다. 그 남성은 피해자가 전처와 낳은 아이에게도 잘해주는 착하고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오랫동안 폭행을 당해온 것 같다고 했다. 그곳에서 오랜 기간 작성된 일기장이 발견됐고, 그 안에는 남편의 지속적인 폭행과 감금, 심각한 의처증에 시달려왔다는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남편이 목욕탕과 마트 가는 것까지 따라다니며 감시를 했고, 이웃집 남자와 인사만 해도 때렸다는 것이다.
수사 결과 김 씨의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는 사건 전날과 당일 모두 피해자 거주지 인근에서 확인됐다. 또한 사건 당일 농약을 구매하는 모습도 CCTV를 통해 포착됐다. 당시 김 씨와 피해자는 물론 내연녀도 함께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처음에는 거짓말을 했던 내연녀는 아침에 집 앞에서 피해자를 차에 태운 사실을 인정했다. 주변 탐문 결과 내연녀 역시 김 씨한테 오랫동안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수시로 피해자의 등본을 발급받아 주소지를 확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구조를 요청했던 밭 인근에 김 씨가 있었던 기지국 위치까지 확보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김 씨는 ‘위력승낙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렸던 김 씨는 건강 상태와 성장 환경 등을 이유로 선처를 호소했지만, 항소와 상고 모두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