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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튜버 선거 개입, 내부 분열과 윤리 부재 의혹
미디어오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집 안에 들어온 사람에게 ‘원래 우리 색깔은 이거야’ ‘너 언제든지 나가서 배신할 거지’라고 하며 모욕하면 되겠나”라며 “그럴 때마다 다 떨어져 나가고 소수만 남는다. 그건 강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격한 표현이나 색채 구분, 사상 검열 등이나 이해관계를 갖고 모욕하면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 발언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은 조국 조국혁신당 평택을 후보를 공개 지지한 유시민 작가를 간접 비판한 것으로 해석했다. 유 작가는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매불쇼’ 등에 출연해 조국 후보가 당선돼야 대한민국에 이롭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두 채널은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부업체 차명 의혹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하며 조국 후보에 쏟아진 비판은 상대적으로 덜 언급해 일부 커뮤니티에서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진영 내에선 김어준씨를 이미 계파 갈등의 선봉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종로구청장 후보로 출마했던 서용주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4일 유튜브 ‘뺏지형’에서 “유시민, 정청래 그리고 김어준. 이분들이 조국이라는 차기 진보 진영 내 대권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는 걸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그게 이번 선거에 있어서 매우 패착이라 생각한다. 바이러스처럼 퍼져버려 서울, PK, TK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다가오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어준씨가 적극 개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지난 9일 CBS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김어준씨가 굉장히 세게 참전할 것”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정청래 대표를 다시 한번 세워서 본인의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한다면 청와대 대통령(이재명)과 충정로 대통령(김어준)의 일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명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과거에도 같은 진영 내 유튜버들끼리 계파 갈등을 했던 역사들이 있다”며 “정치적 담론의 차이를 부각시키면서 과격한 언동을 내세워 지지 세력을 결집시켰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유튜브 언론이) 내부 분열을 더 부추기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젠 대형 유튜브에서도 그런 분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후보 위해 ‘선수’로 뛰는 유튜브 언론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김어준씨는 정청래 의원의 당대표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간경향이 지난해 8월 약 1년 동안의 뉴스공장 출연진을 집계한 결과 정청래 후보는 총 28회, 박찬대 후보는 2회 출연에 그쳤다. 박찬대 후보가 ‘친명’으로 분류돼 ‘어심’(김어준 마음) 대 ‘명심’(이재명 마음)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유튜브 ‘고성국TV’를 운영하는 고성국씨는 장동혁 대표와 정치적 노선을 같이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선거 16곳 가운데 12곳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면서 ‘장동혁 책임론’이 불거지자 고성국씨는 지난 4일 “선거 전체를 놓고 보면 장동혁 지도부가 85~90점 정도의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영상 하단엔 ‘이런 판에 당대표 물러나라는 자들, 제대로 척결하자’라는 자막이 달렸다.

서울의소리에서 활동하던 유튜버는 조국 후보가 2018년 언론에 기고했던 글을 근거로 “미성년자 성관계가 사랑인가”라고 질문한 뒤 당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선거사무원을 폭행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시사타파TV는 김용남 후보의 부친, 친누나, 친동생 등 가족을 인터뷰했는데 일방적 비방이 주된 내용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모두 유튜브 언론이 지지 후보를 정해놓고 선거 당락에 영향을 주려던 것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튜브 언론의 ‘행동주의’… 윤리 마련 가능할까
「유튜브 저널리즘 현상 논쟁하기: 행동주의의 부상과 저널리즘의 새로운 탈경계화」(유용민, 2019) 논문은 유튜브 저널리즘의 등장을 ‘행동주의’로 설명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홍카콜라’와 유시민 작가의 ‘알릴레오’처럼, 정치 유튜브의 호황은 시작부터 특정한 정치적 의도와 목적을 가진 채 시작됐다는 것이다. 논문은 유튜브 언론의 행동주의적 실천이 기존의 전통 저널리즘과 구분되며 현실에 대한 적극적 개입이나 시민의 직접 행동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전통 저널리즘은 아무리 정파적으로 평가받는다 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저널리즘’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 논문은 “심지어 사탕발림에 가까운 레토릭에 불과하다 해도” 저널리즘을 기본 동기로 하는 전통 매체와 달리 유튜브 저널리즘은 “특정한 변화를 위해 저널리즘적인 무언가를 활용하여 싸우는 실천 또는 관행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유튜브 저널리즘이 기성 언론의 대안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됐지만 결국 기성 언론의 문제가 한 층 더 강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성 언론이 객관의 탈을 쓴 채 뒤에서 정치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았다면 유튜브 언론은 특정한 가치를 내세워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 앞선 논문은 “시민적 목소리와 여론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 언론의 한계는 주류 언론과 유튜브의 공명 과정에서 더욱 확대 재생산된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언론에 맞는 윤리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까. 김춘식 교수는 “(유튜브 언론의) 정파성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인정한다면, 아예 정파성을 드러내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대신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누구를 지지하고, 어떤 가치를 지향한다는 걸 드러내면 수용자들이 이를 감안해서 볼 수 있다. 취재 과정은 물론 사설·칼럼을 쓰더라도 어떤 이유로 그렇다는 것인지 그 과정을 다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춘식 교수는 “윤리를 만들고 이를 적용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유튜브 시장은 그렇게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돈을 잘 벌고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유튜버들에게 정보 선별 기준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하는 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