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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파산 신청 고령층 51% 돌파, 추적60분 노후 빈곤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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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쉬지 않고 일했지만 남은 것은 안정된 노후가 아니었다. 은퇴 이후에도 생계를 위해 다시 일터로 향하고,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빚을 내고, 결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KBS1 ‘추적60분’은 29일 방송되는 1458회 ‘노후 파산 - 죽지 못해 산다’에서 고령층 파산이 급증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프로그램은 한때 가족을 부양하고 산업 현장을 지켜온 노인들이 왜 생의 후반부에서 다시 빚의 무게를 짊어지게 됐는지, 그리고 파산 이후에도 왜 삶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지를 따라간다.

지난해 개인파산 신청자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51.42%로 절반을 넘어섰다. 재파산 신청자 역시 2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이었다. 파산이 더 이상 특정 세대나 일시적 실패의 문제가 아니라, 노후 소득과 사회안전망의 빈틈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제작진이 만난 방태주 씨(70)는 10년 차 대리운전 기사다. 그는 이미 24년 전 한 차례 파산을 경험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운영하던 공장이 부도나며 2억 원의 빚을 떠안았고, 2002년 결국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후 방 씨는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나 삶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국민연금조차 충분히 납부하지 못한 채 노후를 맞았고 은퇴 이후에도 쉬는 대신 다시 일터로 나가야 했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방 씨의 하루는 여전히 노동으로 채워진다. 매일 10시간 넘게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지만, 하루 종일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8만 원 남짓이다. 그마저도 꾸준히 일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재작년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그의 삶은 다시 흔들렸다. 치료를 위해 1년 6개월간 일을 쉬는 동안 빚은 다시 불어났고, 산업재해 보상도 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2년 전 두 번째 파산을 선택했다.

방 씨는 제작진에게 “나름대로 열심히 평생 살았다”며 “나이도 그렇고 더 좋아질 일은 없다. 이대로 순응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노년에 이르러 무너졌다. 노동은 생계를 버티게 했지만, 노후를 지켜주지는 못했다.

‘추적60분’은 파산 이후의 삶도 따라간다. 동이 트기 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으로 향하는 노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새벽 5시, 무료 급식 도시락을 받기 위한 번호표가 노인들의 손에 붙는다. 천안과 수원 등 먼 지역에서 첫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점심 한 끼를 받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움직이는 풍경은 고령층 빈곤의 현재를 보여준다.
제작진이 탑골공원에서 만난 한상덕 씨(가명)는 5년째 매일 이곳을 찾고 있다. 그는 한때 관광버스를 몰며 전국을 누볐다. 그러나 비수기마다 수입이 줄었고, 생활비와 운영비를 감당하기 위해 생긴 빚은 점점 커졌다. 결국 수십 년간 잡아온 운전대를 내려놓고 파산을 선택했다. 파산 이후 남은 것은 빚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보다 당장 하루를 버텨야 하는 현실이었다. 그의 하루는 무료 급식 줄에서 시작된다.

노인들에게 파산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되기도 한다. 빚은 정리됐지만 소득은 여전히 부족하고, 건강은 예전 같지 않다. 일자리는 대부분 불안정하고 임금은 낮다. 병원비나 주거비, 생활비가 한 번만 크게 흔들려도 다시 빚에 기대는 상황이 반복된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에 따르면 파산 신청자 가운데 다시 파산 절차를 밟는 재파산자 비율은 10.6%다. 이 중 69%가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나타났다. 노후에 한 번 파산을 겪은 뒤에도 다시 채무 위기에 놓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이태수 씨(가명·72)도 두 번째 파산을 앞두고 있다. 택시 운전사로 일하던 그는 공황장애로 일을 그만둔 뒤 수입이 끊겼다. 여기에 사기 피해로 인한 채무까지 떠안으면서 삶은 급격히 기울었다. 나이가 들수록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려웠고 수입은 줄어들었다. 그는 제작진에게 “지금은 그냥 죽지 못해 산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파산 면책이 채무 문제를 정리하는 절차일 뿐 빈곤 자체를 해결하는 제도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빚을 탕감받더라도 안정적인 소득과 주거, 의료 지원이 따라오지 않으면 노인들은 다시 같은 위기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파산은 개인의 실패를 정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이미 무너진 생활 기반 위에 놓인 최소한의 법적 장치에 가깝다는 것이다.

고령층 파산 증가는 한국 사회가 오래 미뤄온 노후 문제와 맞닿아 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충분한 연금을 받지 못하고, 기초연금만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자녀를 위해 소득 대부분을 썼던 세대는 정작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 여력이 부족했다. 은퇴 이후에도 일해야 하지만, 노년층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대부분 단기·저임금 노동에 그친다.

결국 문제는 ‘얼마나 오래 일했는가’가 아니라 ‘일한 시간이 노후의 안전으로 이어졌는가’에 있다. 평생 노동했지만 노후 소득은 부족하고, 병이나 사고 한 번에 다시 빚을 떠안는 구조라면 개인의 성실함만으로는 위기를 막기 어렵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꼽힌다. 길어진 수명은 축복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또 다른 생존의 시간이 된다. ‘추적60분’은 이번 방송을 통해 고령층 파산 증가의 배경과 파산 이후에도 계속되는 빈곤의 악순환을 짚는다.

KBS1 ‘추적60분 - 노후 파산, 죽지 못해 산다’는 29일 오후 10시 5분 방송된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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