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읽음
외인아파트 철거 부지에 조성된 남산 도심 생태 정원
위키트리
이 사업의 핵심은 남산 자락의 경관을 가로막던 인공 건축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를 녹지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주는 데 있었다. 대상지 가운데 하나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였다. 이곳에는 과거 외국인 거주 공간으로 쓰이던 외인 아파트와 일부 주택이 있었고, 해당 부지는 이후 남산 야외식물원 조성의 바탕이 됐다.

1994년 용산구 한남동 외인 아파트와 일부 주택이 철거되면서 남산 자락의 공간은 새롭게 정비되기 시작했다. 주거 시설이 사라진 자리는 야외 식물 정원으로 조성됐다. 훼손된 토양을 다듬고, 남산의 기후와 지형에 맞는 생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토목·조경 작업도 이어졌다.

철거가 끝난 뒤에는 식물이 뿌리내릴 기반을 다지고, 다양한 식물종을 구획별로 심는 과정이 진행됐다. 건물을 없앤 자리를 곧바로 공원처럼 꾸미는 데 그치지 않고,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단계가 뒤따른 것이다. 남산 자락이라는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수목과 화초가 배치됐고, 산책로와 관람 동선도 함께 갖춰졌다.
그 결과 1997년 이 자리에 야외식물원이 조성돼 시민에게 공개됐다. 회색빛 주거 시설이 있던 공간은 나무와 꽃이 자라는 도심 속 생태 정원으로 바뀌었다. 남산 야외식물원은 남산공원의 한 축을 이루며, 도시 한복판에서 자연 회복의 과정을 보여주는 장소가 됐다. 과거 개발의 흔적이 남아 있던 자리를 녹지로 되돌렸다는 점에서 이곳의 의미는 남산의 경관 회복과도 연결된다.
남산 야외식물원의 특징은 식물 자원을 주제별로 나누어 관리한다는 점이다. 내부 식물은 모두 13개의 주제 공간에 맞춰 구획돼 있다. 각 공간에는 서로 다른 성격의 식물이 배치돼 있어,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구역마다 달라지는 분위기를 살필 수 있다.
식물원의 수목은 종류가 다양하다. 목본류는 소나무를 비롯해 모두 129종에 이르며, 식물원 곳곳의 비탈과 평지에 분포한다. 여러 나무가 만든 그늘과 녹음은 도심 안에서도 숲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13개 주제 공간은 산책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길을 걷다 보면 구획마다 다른 나무와 화초를 차례로 볼 수 있다. 봄과 여름에는 잎과 꽃이 풍성해지고, 가을과 겨울에는 나무의 형태와 남산 자락의 지형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같은 길에서도 계절에 따라 다른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의 변화는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을 때 더 잘 느껴진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식물의 색과 형태가 길의 분위기를 바꾸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지형은 산책에 여유를 더한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도심 안에서 자연의 변화를 가까이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공간의 장점이다.

정원 내부의 산책로는 특정한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는 길이라기보다, 주변을 둘러보며 걷는 길에 가깝다. 구획별로 심어진 수목과 화초가 길을 따라 이어져 있어 산책 자체가 자연스럽게 관찰의 시간이 된다.

이 정원의 또 다른 특징은 개방성이다. 별도의 입장료를 받지 않고 연중 24시간 문을 열어, 누구나 시간과 비용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정해진 관람 시간이나 정기 휴무일이 있는 일반 관람 시설과 달리,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산책이 가능하다.
낮에는 식물의 색과 형태를 또렷하게 살필 수 있고, 밤에는 한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길을 걸을 수 있다. 남산을 오가는 길에 들르거나, 생활권 안에서 잠시 걸음을 쉬어 가기에도 알맞다.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입장 절차나 관람 시간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은 일상 속 녹지로서의 장점을 더한다.

남산 자락의 식물원은 과거 외인 아파트와 일부 주택이 있던 자리를 녹지로 회복한 장소다. 식물과 산책로가 그 자리를 채우면서 공간의 쓰임도 달라졌다. 주거 시설이 있던 땅은 시민이 걸으며 쉬고, 식물을 관찰하는 공공 정원으로 바뀌었다.
이곳은 규모가 큰 관광시설처럼 별도의 관람 순서를 따라야 하는 공간은 아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마음이 가는 구획에서 잠시 멈추고, 다시 남산 자락의 길로 이어 가면 된다. 식물의 이름이나 종류를 모두 알지 못해도 계절마다 달라지는 잎과 꽃, 나무 그늘을 가까이 보는 것만으로 도심 속 산책의 밀도가 달라진다.
13개 주제 공간에 자리한 129종의 나무와 140종의 화초류는 이곳의 식물 자원이 얼마나 다양한지 보여준다. 과거 개발된 자리를 시민에게 열린 정원으로 되돌렸다는 점에서, 남산 야외식물원은 남산공원 안에서도 도심과 자연을 잇는 장소로 자리하고 있다. 서울의 중심부에서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이 공간이 오래 유지해 온 가장 분명한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