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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 사고 2077억, 표심에 제도 개선 지연
데일리안반복되는 금융사고에도 제도 개선은 '제자리'
지역 표심 의식에 정치권도 적극 대응 부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들과 만나 상호금융권 금융사고와 감독체계 문제를 이야기하던 중 한 보좌진이 꺼낸 말이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왜 상호금융 개혁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은 은행과 다르다. 지역 조합 기반으로 움직이고, 지역민과의 접점도 훨씬 촘촘하다.
지방 곳곳에 지점과 조합원이 퍼져 있고, 지역사회에서 이른바 '힘 좀 쓴다'는 인사들과 얽혀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 상호금융 이슈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제는 이런 특수성이 반복되는 금융사고 앞에서 일종의 '면죄부'처럼 작동한다는 점이다.
상호금융권에서는 매년 수십건의 금융사고가 반복된다.
횡령과 배임, 부실 대출, 내부통제 실패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사고 규모 역시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상호금융사(MG새마을금고·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는 총 47건, 피해액은 2077억5700만원에 달한다.
감독체계 역시 문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뿐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관리·감독 권한이 나눠져 있다보니 국회 정무위 차원에서도 일관된 관리·감독 논의를 이어가기 어렵다.
언론과 국정감사에서 매년 상호금융권의 허술한 내부통제 문제가 지적되지만, 그때마다 '반짝' 대책이 나오는 데 그칠 뿐이다.
근본적인 구조를 손질하는 논의는 늘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 분위기는 조심스럽다. 지역 기반 조직 특성상 자칫 민감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좌진 사이에선 상호금융 이슈를 보고해도 의원들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미온적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상호금융은 이미 단순한 '지역 금융' 수준을 넘어섰다. 수신 규모와 이용자 수, 시장 영향력 모두 시중은행 못지않다.
이 때문에 내부통제와 감독체계 역시 더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돼야 한다.
문제가 반복되면 제대로 짚고,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손봐야 한다. 지역 밀착 금융이라는 이유로 감독 공백과 책임 분산까지 용인돼선 안 된다.
끊이지 않는 사고를 두고도 아무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꺼내지 못하는 구조라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상호금융 개혁을 더 이상 정치권의 '흐린 눈'으로 방치해선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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