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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부총재 금리인상 언급, 시장 혼란과 비판
아주경제
한은 부총재가 금융통화정책에 관해 총재에 앞서서 적극적으로 개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적은 한 두번이 아닌데 한국은행의 관례상 흔하게 있었던 일은 아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100bp 나 올렸던 2023년(4.50%에서 5.50%)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따라서 올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부총재는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다 라고 잘라 말하면서 한미 간의 금리격차가 -200bp로 확대되었지만 그 충격을 시장이 적절히 흡수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평가했다. 그 다음 해 2024년 4월 중순에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중동사태가 확전되면서 원화환율이 17개월 만의 최고수준인 1370원대로 불안해졌을 때에도 부총재가 나서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진행 양상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외환 및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우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특히 이 때 부총재는 2024년 연내 혹은 일정 시점 이후에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신호가 금통위에서 나올 확률이나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언급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장안정화 조치가 나온 적도 없고 기준금리도 그 기간 중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2024년 10월과 11월, 그리고 2025년 2월에 걸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75bp 인하했었다. 금년 3월 초 이란전쟁으로 환율이 극도로 불안해지자 부총재는 중동상황점검 태스크포스에 나와 현재 금리와 원화 환율이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되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는 만큼 필요시 적절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었지만 그 직후 4월에 있었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조치했다. 부총재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업급에 부합되는 조치를 취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반대되는 정책을 지지했던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부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을 고민한다고 말하자 그가 그동안 말해왔던 펀더멘털 괴리와 시장안정화 조치가 기준금리 인상이었던 것으로 굳어지는 분위기가 되면서 경제계와 금융계가 혼란에 빠진 것이다.
부총재 발언에 대한 비판을 정리해 보면 형식에 대한 비판 두 가지와 내용에 대한 비판 한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형식 비판은 부총재라는 중요한 직위에서 금리오 같이 중대한 문제를 이렇게 쉽게 발언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지적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정책결정을 발표할 때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데 그 이유는 금리와 같은 정책은 매우 복합적 원인에 의해 결정되며 그 파급 효과도 깊고 다각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누구라 할지라도 금리나 환율과 같은 중대 정책 사안을 섣불리 언급해 오지 않는 것이 한국은행의 관례라고 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내부적으로 확정된 경우라고 할지라도 한국은행은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발표하는 것이 정상인데 내부적으로 정책이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의 이번 발표는 개인의견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더라도 적절한 규범을 한참 벗어났다는 질책을 피할 수가 없다. 둘째 형식 비판은 그동안 부총재 발언에 신뢰성이 구축되지 못한 데다 이번 8월로 임기가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부총재로써 기준금리 언급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금년 초 3월에 환율이 시장 펀더멘탈과 괴리되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므로 시장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구체적으로 발언하고서도 4월 금통위원회에서는 부총재가 금리 동결에 표를 던졌다. 2025년 8월 말 이후 올 해 4월 말까지 8개월 이상 시장금리(국고채 1년 물 유통금리)가 75bp 이상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부총재 기준금리 인상발언은 시장금리 인상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그림] 최근 시장금리(국고채 1년물 유통수익률)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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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형식 비판 보다 더 공감을 얻는 지적은 현재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근본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내용면에서의 비판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와 주식시장 충격에다가 대출받은 경제주체에게 발생할 금리부담 증가라는 파장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올리면 안 된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2000조 원에 가까운 가계대출 금리가 1% 포인트만 인상되어도 금리부담은 20조원 이상 늘어나며 은행의 산업대출 2000조 원과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1460조 원을 합한 산업계 대출 3460조 원에 대한 대출금리 부담도 34조 원 이상 늘어난다. 1% 금리인상이 약 54조 원의 민간부문 이자부담 증가를 초래할 것이라는 말이다.그 위에 주식시장의 빚낸 투자가 금리부담까지 고려하면 금리인상은 민생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것이 확실하다.
경기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대출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 부총재 말대로 기준금리를 올려야만 하는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로는 이란전쟁으로 물가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로는 원화환율이 달러에 대해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4월 물가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 달 2.16% 상승에서 4월 2.57%로 뛰었으며 특히 생활물가는 같은 기간 2.32%에서 3.00%로 크게 올랐고 공업제품도 가격상승률이 2.72%에서 3.78%로 급등했다. 이란전쟁은 확실히 물가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정책의 목표로 관리하고 있는 물가는 소비자물가가 아니라 ‘근원(core)’소비자 물가인데 이것은 3월 2.19%에서 4월 2.17%로 오히려 떨어졌다. 그리고 서비스 물가도 4월 2.41% 상승하여 아직까지는 상승폭이 두드러지지 않다. 게다가 이란전쟁이 조만간 종식된다면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불안은 급속히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물가만 놓고 본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선제적인 물가안정 조치로써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여태껏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예는 과거에 찾아보기 힘들다. 한미간 125bp의 금리역전이 존재하므로 원화환율의 안정을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부총재의 시장 펀더멘털을 지적했을 때 그 펀더멘털이 한미간의 금리역전이라고 판단한 전문가들도 많다. 그러나 환율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국내외 역학관계에서 결정되는 것이라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원화환율이 안정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원화환율도 가파르게 내리는 지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환율안정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금년 1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뛰어넘는 3.6%(전년동기비)를 기록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상황일지는 모르지만 성장률이 높게 나온 것이 작년 1분기가 낮았던(-0.1%) 기저효과에다 반도체와 기계 등 소수 품목의 수출만 급증했을 뿐 철강과 자동차 등 전통적인 품목의 수출이 부진하므로 경기가 골고루 성장세를 나타낸다고 자신 있게 평가하기도 이르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한국은행 부총재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여 시장에 혼란을 준 것은 그동안의 언급이 일관성이나 신뢰감을 주지 못한 상황에서 물가안정을 위한 것인지 환율안정을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목표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섣부른 예고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