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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세탁기 전기료 50% 인상설 사실무근, 산업용 적용
위키트리
논란이 된 내용은 저녁 시간대에 세탁기를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크게 오른다는 주장이다. 한 시민 입장에서는 충분히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다. 낮에는 직장에 있고, 집안일은 퇴근 후 저녁에 몰아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연합뉴스 보도 등에 따르면, 최근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전기요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체계 개편이 이뤄진 것은 맞지만, 이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가정에서 저녁에 세탁기를 돌린다고 해서 전기요금이 갑자기 50% 더 부과되는 구조가 아니다. 온라인에서 확산된 영상은 전기요금 개편 내용을 주택용 요금에 적용되는 것처럼 받아들이게 만들었지만, 실제 제도와는 거리가 있다.
계절과 시간대별로 요금을 다르게 매기는 이른바 ‘계시별 요금제’도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일반 가정이 저녁 시간에 세탁기, 청소기, 전자레인지 등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별도의 전기료 폭탄을 맞는다는 식의 주장은 과장된 정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처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가짜뉴스가 반복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전기요금, 물, 폐기물, 종량제봉투, 차량 부제 등은 국민 생활과 직접 연결된 영역이다. 작은 오해도 빠르게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경미한 가짜뉴스는 게시물에 댓글로 사실이 아님을 알린 뒤 게시자에게 삭제를 요청하고, 중대한 가짜뉴스는 당국에 신고하고 고발하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며 “이런 대응의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짜뉴스가 많아지다 보니 실무부서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두고 혼선이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것을 넘어, 기관 내부에서도 어떤 기준으로 대응해야 할지 정리할 필요가 커졌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이미지와 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허위 정보의 형태도 더 정교해졌다. 생활 정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실과 다른 영상이 짧은 시간 안에 퍼지고, 이를 본 시민들이 댓글과 공유를 통해 다시 확산시키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해당 영상은 라면·과자 봉지를 종량제봉투에 버려 20만 원, 두부 용기를 제대로 씻지 않고 버려 9만 원, 볼펜을 버려 80만 원의 과태료를 받은 사례를 봤다고 주장했다. 댓글에는 분리배출 규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분리배출 규정이 강화됐거나 과태료 기준이 상향된 적은 없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갑자기 단속을 강화한 것도 아니었다. 기후부는 당시 “올해 들어 분리배출 단속이 강화됐다거나 과태료 기준이 상향됐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허위 정보”라고 밝혔다.
종량제봉투 사재기 현상도 사실관계가 와전되며 벌어졌다. 중동 전쟁 이후 종량제봉투 제작업체들이 봉투 원료가 많이 남지 않았다고 밝히자, 기후부가 지자체 보유 봉투 재고량을 포함해 현황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이 과정이 ‘봉투가 부족해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는 식으로 퍼지며 일부 지역에서 불안이 커졌다.
최근에는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와 공영주차장 승용차 5부제를 빌미로 한 기후부 사칭 스미싱 문자까지 등장했다. 기후부는 부제 위반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고지하지 않으며, 개인정보 입력 요구나 전화 요청, 애플리케이션 설치 유도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저녁에 세탁기를 돌리면 전기요금이 50% 더 나온다”거나 “분리배출을 잘못하면 과태료 폭탄을 맞는다”는 식의 정보는 가계 부담과 직결된 내용처럼 보인다. 시민들은 불필요하게 생활 방식을 바꾸거나, 실제 제도보다 훨씬 과도한 불안을 느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공적 신뢰 훼손이다. 정부가 시행하지 않은 정책이 이미 적용되는 것처럼 퍼지면 시민은 행정기관을 불신하게 된다. 정작 필요한 안내나 경고가 나왔을 때도 “또 가짜뉴스 아니냐”는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로 만든 이미지와 영상이 결합되면 허위 정보는 더 그럴듯해진다. 여기에 스미싱 같은 범죄 수법까지 붙으면 단순한 오해를 넘어 금전적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생활밀착형 가짜뉴스는 개인의 불편을 넘어 사회적 혼란, 정책 불신, 범죄 피해까지 낳을 수 있는 문제다.
이번 전기요금 논란 역시 핵심은 명확하다. 저녁 시간대 요금 인상은 산업용 전기에 관한 내용이며, 일반 가정에서 저녁에 세탁기를 돌린다고 전기료가 50% 더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생활 정보처럼 보이는 뉴스일수록 공식 발표와 정확한 출처를 먼저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